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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복잡한 상제례, 줄여서 다듬다

조선후기 동래정씨 집안의 상제례 실천 지침서, 《상제식》 펴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관내 소장품 《상제식(喪祭式)》을 뒤쳐(번역) 상세한 주석을 붙인 전통생활문화자료집 제11호 《조선후기 동래정씨 집안의 상제례 관행 - 상제식(喪祭式)》(최순권 역주)을 펴냈다. 《상제식》은 조선시대에 정광필(鄭光弼) 등 12명의 재상을 배출한 동래정씨 집안의 관행을 담은 일종의 가내 상제례 지침서로, 양파 정태화(鄭太和, 1602~1673)의 손자인 정기(鄭: 1699~1773)가 1755년(영조31)에 쓴 책이다.

 

후손들의 제사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제사횟수와 제물을 줄여

 

 

정기(鄭)는 제사를 모시는 일은 후손들의 정성과 공경이 중요한 것이지, 제물의 많고 적음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형편에 맞게 정성스럽게 제사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에 그는 자신 이후로 앞으로 가난해지는 후손들의 제사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제사횟수와 제물도 간소하게 정하였다. 당시 사명일(四名日: 설, 한식, 단오, 한가위)에 지내던 묘제(墓祭)는 한식(寒食)에만 정식으로 지내게 하고, 차례(茶禮)는 생일차례 이외에 설과 한가위에는 약식으로 지내게 하였다. 이 같은 모습에서 유교적 예법을 중시하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보수적인 면모와는 다소 다른 합리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사람들에게도 복잡했던 상제례, 쉽게 풀이한 실천 지침서 《상제식》

 

조선시대 사람들에게도 상제례는 복잡하고 여려운 일이었다. 《주자가례(朱子家禮)》 등의 예서를 중요시 하면서도 집안마다 전해지는 상제례 예법들이 있었다. 이 책을 쓴 정기(鄭)는 당시의 상제례 관행이 전통보다는 새로운 것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예서를 기본으로 동래정씨 집안의 관행들을 후손들에게 전할 목적으로 어려운 상제례 용어에 대한 설명, 개인적 경험, 당시 세간의 풍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상제식》을 통해서 어렵고 복잡한 상제례를 후손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제사음식에 대한 지극한 관심, 조리서 수준의 제사음식 지침서

 

《상제식》이 다른 예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사에 따른 제물의 종류와 수량을 매우 상세하게 정해둔 점이다. 제물은 남성이 준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여성들이 제물 내역과 수량을 파악하여 준비하고 조리를 한다. 그럼에도 《상제식》에는 다양한 제물의 재료와 수량은 물론, 간단하게나마 조리 내용까지도 서술된 점이 주목된다. 또한 다시마[다ᄉᆞ마], 우뭇가사리[우무가ᄉᆞ리], 투각 등의 한글 표기와 동치미[凍沈菜], 웃기[上只伊], 꾸미[具味] 등의 한자 음차 표기 사례도 찾아볼 수 있어 조선시대 식생활 용어 표기 자료로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18, 19세기 서울·경기 지역의 상제례 문화의 실체, 《상제식》

 

《상제식》은 18, 19세기 서울과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살았던 동래 정씨 집안의 상례와 제례 관행을 실질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예서의 해석을 중심으로 연구되던 조선시대 상제례의 실체를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앞으로도 더 많은 고문헌 자료를 발굴하여, 그 속에 담긴 전통 민속문화의 다양한 면을 소개하고 국민들이 보다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이에 대한 해제와 번역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