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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세종의 마음 읽기

[‘세종의 길’ 함께 걷기 97]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세종 시대의 인물을 살피고 있는데 앞쪽 연재에서 하경복을 두고 세종이 대하는 마음을 엿보았다. 하경복이 북방 변경에서 침범을 노리는 이방인들과 마주하고 있을 때 세종은 늘 북방이 마음에 걸린다. 첫째는 국경과 주민에 대한 불안이오, 둘째는 국경을 지키는 장수에 대한 걱정이다. 장수에 대하여는 그들의 노고도 걱정이지만 그들이 국방을 지킬 때 후방에 있는 집안에 걱정거리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신하의 마음을 읽어내는 마음가짐이다.

 

이런 마음의 세계를 가) 세종이 보는 마음 그리고 나) 동양, 서양에서 보는 마음을 나누어 들여다 보자.

 

 

세종의 마음에 대한 생각

 

경연에 나아갔다. 동지경연 이지강이 《대학연의(大學衍義)》를 진강(進講)하고, 또 아뢰기를,

 

"임금의 학문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근본이 되옵나니, 마음이 바른 연후에야 백관이 바르게 되고, 백관이 바른 연후에야 만민이 바르게 되옵는데, 마음을 바르게 하는 요지는 오로지 이 책에 있사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그러나 경서를 글귀로만 풀이하는 것은 학문에 도움이 없으니, 반드시 마음의 공부가 있어야만 이에 유익할 것이다." 하였다. (《세종실록》 즉위년/10/12)

 

즉위년 10월이니 임금에 오른 지 두 달밖에 안 된 경연 때다. 이때부터 학문과 사람에 대한 궁극적인 과제인 마음에 대하여 관심을 두고 있었다.

 

세자가 도승지 이사철과 좌승지 조서안에게 임금의 뜻 전하기를,

 

"모든 일은 위에 있는 사람이 비록 옳다고 할지라도, 아래 있는 사람이 마음속으로 그른 것을 알면, 진언(進言)하여 숨김이 없어야 마땅하다. 지금 이현로(李賢老)의 일은 심술(心術, 남이 잘못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보)로써 보면 그 못나고 어리석음이 이루 말할 수 없으나, 죄가 윤배(尹培)보다 더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겠다. 대성(臺省, 사헌부와 사간원)과 의정부에서 모두 현로는 그르다 하고, 윤배는 그르지 않다고 하니, 무엇 때문인가. 나는 그 뜻을 알지 못하겠다. (《세종실록》 31/3/29)

 

세종 말기에 나오는 관심도 진언(進言)과 심술(心術)이다.

 

세종은 마음에 대하여 여러 관심을 보였고 수십 가지의 경우를 정리하면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개심 - 용심- 한심 - 진심 - 천심이다.

 

 

세종의 생생 ‘오심(五心 - 다섯 마음)’

 

가) 개심(改心)

 

개심척려(改心滌慮) : 마음을 바꾸어 생각을 깨끗이 씻다. (양녕대군의 말을 거두어들이려 했 다가 그만두다) (《세종실록》 1/12/21 이하 ‘세종’,으로)

 

개심역려(改心易慮) : 마음을 바꾸어 다시 생각하다 (망령되이 광흥창에서 녹을 받으려한 의 산군 남휘를 법에 따라 조를 다스리기를 상소하다), 진실로 명을 우러러 생각하고 밤과 낮으로 느끼고 깨달아 마음을 고치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 마땅하옵거늘. (세종 9/10/26)

 

개심자신(改心自新) : (권도가 형 권천을 문병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간청하니 허락하다) 마음을 바꾸어 스스로 새롭게 하다. (세종11/11/16) 改心自新。

개심귀순(改心歸順) : 마음을 바꾸어 귀순하다.(세종 16/8/26) 원접사 문제

개심향화(改心向化) : 마음을 바꾸어 귀화하다. (세종 20/8/8) 범찰의 문제

개심회과(改心悔過) : 마음을 바꾸어 회개하다. (세종 19/11/3) 야인 문제 등이 있다.

 

‘개심’은 《조선왕조실록》 전체 원문은 모두 158건인데 그 가운데 세종이 20건으로 가장 많다. 개심의 핵심은 ‘夙夜感悟, 改心易慮 숙야감오 개심역려’로 느낌으로 오고 마음으로 움직이는 감성과 이성 곧 기(氣)와 리(理)가 동시에 움직이는 거듭나기[생생]다.

 

나) 용심(用心)

 

용심(用心) : 너의 자질(姿質)이 아름답다는 것을 아노니 하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만약 마음과 힘을 다한다면 무슨 일인들 능히 할 것이오. (《세종실록》 22/7/21)

 

다음은 용심으로 마음과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용심’은 《조선왕조실록》 전체 원문 모두 1,371건인데 그 가운데 세종이 205건으로 두 번째로 많다. 조선조 도학사상의 태두이며 기묘사화에 희생된 조광조가 일찍이 중종에게 말하기를 “그 몸을 돌보지 않고 나랏일을 도모하여, 일을 당하여는 감히 재앙과 환난을 헤아리지 않는 것이 올바른 선비의 용심(用心)”이라고 하였다.(정암집 권3, 참찬관시계 참조. 유승국, 《한국의 유교》)

 

연관어로 심지(心志)(세종 30/11/26), 협심(協心)(세종 6/10/27), 수심(修心)(세종 6/2/7), 심행(心行)(세종 6/1/25), 시심(矢心)(마음속으로 맹세, 세종 29/10/5), 집심(執心)(세종 8/5/15), 신심(身心)(세종 21/4/21) 등이 있다.

 

다) 진심(盡心)

 

진심(盡心) : 외직으로 부임하며 임금에게 하직하던 지예천군사 정하 등에게 가뭄에 굶주린 백성과 죄수들을 구휼할 것을 당부하다) 매년 내려오면서 수재와 한재가 잇따랐는데 올해가 더욱 심하다. ... 그대들은 ‘마땅히 각기 마음을 다하여 백성을 구휼하도록 하라.’(爾等宜各盡心恤民) 만약 다른 도의 굶주린 백성들이 그 경계에 유랑하여 옮겨 온다면 모름지기 모두 진휼하도록 하라. 그리고 외방의 옥에 갇힌 죄수도 여름의 비올 때와 대단한 추위에 죽게 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또한 마음을 다하여 불쌍히 여겨 돕는 것은 물론 죄수의 판결에 지체됨이 없도록 하라, 《세종실록》 9/7/13) 하였다.

 

다음은 ‘진심(盡心)’으로 진심은 《조선왕조실록》 전체 원문 모두 2,822건인데 그 가운데 세종이 243건으로 많은 5명 임금 중에 속한다. 연관어로 심정(心正)(즉위년/10/12), 성심(誠心)(세종 2/윤1/23) 그리고 《대학》과 관련한 성의(誠意)(세종 1/3/6) 등이 있다.

 

라) 항심(恒心)

 

항심 : 백성들은 항심(恒心)이 없으므로 아껴 쓰지 못하니 그대들은 백성들에게 ᅇᅡ껴 쓰는 것을 가르치고 또 농상(農桑, 농사와 누에치기)을 권하여 생활을 즐겁게 하라.(《세종실록》 9/12/12)

 

항심 : (백성들이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막을 방법을 논한 상소문) 백성으로 하여금 생업을 갖게 하고, 항심(恒心)을 갖게 하는 길을 논함에 있어, 반드시 말하기를, ‘옮겨 살거나 죽어 장사하는데도 그 고장을 나가는 법이 없다.’ 하였으니, 그러하다면 백성의 떠돌아다니는 것을 금지하여, 일정한 거처가 있게 하는 것이 진실로 백성을 다스리는 큰 방비책입니다. (《세종실록》 8/8/27)

 

다음은 ‘항심’으로 항심은 《조선왕조실록》 전체 원문 모두 88건인데 그 가운데 세종이 15건으로 가장 많다. 연관어로 심중(心中)(세종 6/4/4), 중심(中心)(세종 17/5/20), 일심(一心)(세종 15/5/16), 신심(信心)(세종 5/12/25), 류심(留心)(세종 2/8/24 등 15건) 등이 있다.

 

마) 천심(天心)

 

(평안도 도절제사 최윤덕이 야인 평정을 하례하는 전을 올리다) 성인의 덕이 천심(天心)에 합하고, 인의(仁義)의 군사가 오랑캐를 평정하니, 장수와 군사들은 기뻐하여 노래를 부를 뿐이옵니다. (《세종실록》 15/5/5)

 

마지막은 ‘천심’으로 천심은 《조선왕조실록》 전체 원문 모두 1,385건인데 그 가운데 세종이 53건으로 많은 9명 가운데 한 임금이다. 천심은 성리학이 더 활성화한 중기 이후에 더 활발히 나타나는 용어다. 중종 83건, 선조 65/8건, 숙종 64/4건, 영조 76건 등이다,

 

‘천심’과 관련하여 인간의 순수한 마음으로서의 ‘본심(本心)’이 있다. ‘본심’은 《조선왕조실록》 전체 원문 717건 가운데 세종 24건이고 조선 중ㆍ후기에 많이 나타난다. 연관어로 정심(正心)(세종 7/11/29), 경심(敬心)(세종 6/11/3), 인심(仁心)(세종6/4/25), 성심(聖心)(세종 7/6/2), 소심(素心)((세종 5/11/25), 진심(眞心)(세종 30/7/20)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예가 있어 한 결같이 세종의 ‘마음’에 대한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