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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일본군 위안부’를 바라보는 고정된 시선의 전복

10월 4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서울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내가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일본은 종군위안부를 끌어간 사실이 없다 하고 우리 정부는 모르겠다 하니 말이나 됩니까?”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한 이 말은 일본군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린 첫 공개 증언이었다. 해방 이후 46년 만의 일이었으니, 피해자들은 반세기에 가까운 그 긴 시간을 침묵 속에 지낸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말하지 못하게’ 했을까.

 

김 할머니의 공개 증언을 시작으로 많은 것들이 ‘말하여졌으나’, 아직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였고 국내외적으로 관련 역사를 부정ㆍ왜곡하는 시선이 여전하다. 최근에는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 발언까지 공공연히 이어지는 실정이다.

 

 

10월 4일부터 2주 동안 류가헌에서 열리는 전시 <말하여진 것들과 말해지지 않은 것들>은 한국의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사진가인 안해룡과 일본인 포토저널리스트 이토 다카시(伊藤孝司)의 사진과 영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톺아보는 전시다.

 

안해룡은 조선인 강제동원부터 일본군위안부, 재일 조선인까지 두 나라 사이 어두운 역사를 바로 밝히는 작업을, 이토 다카시는 아시아 민중의 시점에서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전시는 <말하여진 것들과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란 제목 그대로, 피해자들이 침묵한 시간의 의미와 무엇이 그들을 말하지 못하도록 했는가를 질문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사진과 영상에는 국내 피해자들에 견줘 덜 알려진 북한 거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포함해 기록성 높은 장면들이 담겨있지만, 가장 중요한 시선은 ‘역사의 비극적 피해자’라는 표상에 갇힌 채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있는 할머니들을 한 사람 한 사람 개별적인 존재로서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사진과 영상들에서 피해의 증거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사건은 이미지 속에 존재하지만, 사건의 맥락은 흩어져 있다. 상징으로서의 일본군 위안부가 사라진 자리에서 할머니들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할머니들로부터 나오는 유일한 소리는 노래. 일본군위안부라는 ‘꼬리표를 뗀’ 그 자리에는 평범한 할머니들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기존의 고정된 시선을 뒤집음으로써 오히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먼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운 우리의 문제로 새로이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주관,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서영걸이 기획하고 홍진훤이 영상편집, 윤성희가 글쓰기를 맡았으며 10월 16일까지 서울 류가헌에서, 12월 6일부터 18일까지 2주 동안 광주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순회 전시된다. 전시와 연계해 10월 19일부터 올해 말까지 대구에서는 ‘낯섦과 익숙함:ODD ADD DD’가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