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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김묘선의 승무, 소극장 명인 명창전에 올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9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잔치마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승재, 신희숙, 이새봄 단원을 소개하였다. 오승재는 타악기 전공으로 <우도농악>과 <진도 북놀이>, <남사당놀이>,《잔치마당》단무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핵심단원이고, 행정 팀장 신희숙은 잔치마당의 기획공연을 운영해 온 문화 행정통으로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직원이고, 이새봄은 어린이 국악극 <금다래꿍>의 배우, 퓨전 국악뮤지컬 <탈>의 작가 겸 연출, 출연까지 맡고 있는 능력있는 단원이란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국악전용극장인 <잔치마당 소극장>의 기획 프로그램이었던, ‘명인 명창 초청’ 관련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앞에서도 말한 바 있듯이, 인천지방에서 전통음악 관련 공연이나 춤, 또는 전통연희의 명인명창을 초대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기획은 무대의 조건이나, 출연자 선정이나 섭외과정의 문제에서 말처럼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잔치마당 소극장> 명인명창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었다.

 

그 결과 2013년에 시작된 제1회 명인명창전은 인천과 관련있는 명인 명창 가운데서 초청 대상자를 고르기로 하고 승무의 대가로 알려진 춤꾼 김묘선을 초대하기로 했다. 김묘선은 1988년, 인천에서 <발림무용단>을 창단하면서 예술감독을 맡았고 이후, 인천시와 잔치마당 등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춤꾼이었으며 2005년에는 중요문화재 제27호 <승무>의 전수교육조교가 된 무용수다.

 

김묘선의 공연명은 ‘인연(因緣)’이었다.

인연이란 사람과 사람의 연줄을 의미하거나 어떤 사물에 관계되는 연줄을 의미하는 불교의 교리가 연상되는 용어인데, 그가 그동안 춤을 통해서 만난 인연들, 그 가운데는 춤(舞)이나 악(樂), 가(歌) 등을 지도해 준 스승을 비롯하여 선배도 존재할 것이며 동료나 후배, 제자, 또는 가족이나 벗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김묘선의 ‘인연’이라는 무대는 전통무, 특히 승무를 통해서 맺어진, 인간관계, 춤을 통해 맺어진 40여 년의 '인연'들을 무대 위의 드라마로 펼치려고 했던 것이다. 또한, 그의 공연 중에는 그와 오래전부터 인연이 되어 왔던 국악계의 명인 명사들도 초청되었는데, 사물놀이와 비나리로 유명한 이광수, 국악 작곡가 박범훈, 김묘선이 1988년, 인천에서 처음 창단하면서 예술감독을 맡았던 발림무용단, 그리고 서광일의 잔치마당 예술단이 특별 출연하였다.

 

김묘선은 <명인명창전>이라는 초청 공연을 통해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 하나, 하나, 숨결 하나를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게 된 운명에 대표적인 전통춤 ‘승무’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하였다고 술회하고 있다.

 

 

시인 조지훈은 19살 때, 최승희가 추는 <승무>를 보고 아래의 시를 지었다고 한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신비로운 춤사위가 매혹적인 ‘승무’는 불교의식 가운데 승려가 추는 불교춤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춤은 전통 무용수가 흰 장삼(長衫), 곧 긴 소매 달린 옷에 흰 고깔을 쓰고, 느리게 시작하면서 점차 빠른 장단으로 진행하는 민속무의 대표적인 춤이다.

 

이 춤의 처음 시작은 ‘긴 염불’이란 악곡에 맞추어 시작되는데, 이 곡은 느린 6박 장단으로 진행되는 음악이다. 그런데 ‘긴 염불’이란 악곡 이름은 느리다는 의미의 이름으로는 옳지 않다. ‘느린 염불’이라고 불러야 한다. 느리다는 속도를 나타내는 의미에서 붙여진 악곡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빠른 6박 장단에 맞추는 ‘반염불’로 이어지는데, 이 이름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염불’이나 ‘도드리’로 불러야 의미가 맞는다. 그 뒤로 ‘타령’과 ‘굿거리’, 북을 치는 ‘법고’로 진행되어 북을 두드리는 대목에서 절정을 이룬다. 마지막은 ‘굿거리’로 돌아와 조용히 끝을 맺는다.

 

춤사위도 아름답고, 반주에 쓰이는 음악도 불교의 색채가 짙은, 그러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지고 신선한 가락들이어서 이를 감상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다.

 

승무의 기원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여러 설이 있다. 그 가운데는 16세기 황진이가 지족선사를 유혹하려고 요염한 자태로 춤을 추었다는 ‘황진이 초연설’도 있으나 이는 믿기 어렵다.

 

1905년, 원로 연극인 현철이 증언한 한량무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에 “원각사에서 본 춤으로 ‘아박부’, ‘대고무’, ‘포구락’, ‘가인전목단’, ‘우산향’, ‘춘앵전’, ‘검무’와 같은 궁중무용과 ‘한량무’, ‘승무’ 등 민속무용을 꼽고 있는 점과 그 이후 1908년 개화기 공연예술로 흥행하던 광무대와 같은 공연장에서도 쌍승무가 공연될 정도로 이미 이 시기 대중 예술로 널리 확산하여 있었다는 점을 알게 한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