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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어름, 외줄을 타며 춤과 노래를 하는 곡예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0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남사당패의 조직을 이야기하였다. 대표 격인 ‘꼭두쇠가 있고, 그 밑으로 ’곰뱅이쇠‘ㆍ’뜬쇠‘ㆍ’가열‘ㆍ’삐리‘가 있는데, 각각 엄격한 지위와 실력을 인정받는 용어들이란 이야기, 추운 겨울철은 자체적으로 실력을 기르고, 부족한 기술을 연마하는 준비의 시간이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남사당놀이 6종목을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겠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남사당놀이의 첫 번째 놀이는 <풍물놀이>이다. 여기서는 판굿과 다양한 개인놀음이 일품이다. 중부지방의 지역적 특색이 잘 나타나 있으며, 대체로 꽹과리, 징, 장고, 북, 소고, 무동, 호적, 기수, 잡색(雜色) 등이 참여한다.

 

어느 마을이나 사물(四物), 곧 꽹과리, 징, 장고, 북이 있고, 이것을 잘 치는 사람들이 있겠으나, 남사당놀이와 같은 놀이집단을 마을에 끌어들임으로써 동네의 남녀노소 모두가 한바탕 놀이판을 통해 화합하고 친목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마음의 화합을 이루는 일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에 이른 봄부터 추수가 끝난 늦가을까지는 온 나라가 잔치마당이 되었다.

 

풍물놀이에 이어 남사당놀이의 두 번째 연희인 ’버나‘, 또는 ’챗바퀴‘ 돌리기가 이어지게 된다. 이 놀이는 쳇바퀴나 대접, 접시, 등을 약 40cm가량의 앵두나무 막대기로 돌리는 묘기를 말한다. 예전에는 이 버나 놀이판에 요술(이를 ‘얼른’이라 함) 놀이도 같이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볼 수 없다.

 

버나 돌리는 묘기는 그 자체도 신기하고 재미있지만, 접시를 돌리는 사람인 버나잽이와 소리꾼인 매호씨가 주고받는 재담과 소리가 있어서 더더욱 연극성이 짙고 재미가 있는 연희라 하겠다. 돌리는 물체에 따라 대접 버나, 칼 버나, 자새 버나, 쳇바퀴 버나 등으로 분류되는데, 어느 것이고 돌리다가 하늘 높이 들어 올린 다음, 내려오기를 기다려 이어서 돌리는 기교는 보는 사람들로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세 번째 연희는 ‘살판’, 곧 ‘땅재주’다. 마치, 오늘날의 공중제비(텀블링)를 연상시키는 묘기로 이를 ‘살판’이라 부르는 것은 '잘하면 살판이요, 못하면 죽을 판'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 연희는 본시 대(竹)광대패나 솟대쟁이패의 주된 묘기 가운데 하나였는데, 이것이 남사당놀이에서도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대광대패나 솟대쟁이패에서 이 분야의 전문가를 충원하였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남사당놀이의 ‘살판’은 단순하게 공중제비 같은 묘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릿광대의 넉살 좋은 재담(才談)과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환영받았다. 다시 말해 서민들의 삶을 표현하고, 흉내를 내는 극적인 요소들을 가미하여 보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내었다.

 

땅재주의 종류도 다양한 편이다. 앞곤두ㆍ뒷곤두ㆍ번개곤두ㆍ자반뒤집기ㆍ팔걸음(물구나무서서 가는 것)ㆍ외팔걸음ㆍ외팔곤두ㆍ앉은 자세에서 팔걸음ㆍ수세미 트리ㆍ숭어뜀 등이 있다. 살판에서도 ‘땅재주꾼(살판쇠)’과 어릿광대인 ‘매호씨’가 재담을 주고받으며 악사의 장단에 맞추어 정해진 순서의 묘기를 보이는 것은 앞의 버나돌리기의 예와 비슷하다.

 

 

네 번째는 줄타기, 곧 어름 순서다. 줄타기는 대단한 곡예이다.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최대로 긴장시켜 주는 외줄타기는 매우 아슬아슬하여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게 된다. 무대 가운데를 가로지른 높다란 외줄을 ‘줄꾼’(어름산이라고 부름)이 갔다 왔다 하면서 ‘매호씨’와 재담을 주고받는다. 줄꾼은 단순하게 줄 위를 갔다 왔다 하는 동작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그 자리에서 높이 솟아오른 다음, 줄 위에 앉거나 춤을 추고 소리를 하는 등 여러 형태의 재주를 피워 보인다.

 

이러한 재주는 장단을 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줄 아래의 매호씨와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줄타기 놀이는 고도의 기교를 요하는 연희이기에 재미도 있지만, 위험한 놀이이기에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최대한 긴장시켜 주고 또한 이완시켜 주기도 하며 줄 놀음을 하는 것이다. 줄타기의 종류는 앞으로 가기ㆍ장단줄ㆍ거미줄 늘이기ㆍ뒤로 훑기ㆍ콩심기ㆍ화장 사위, 등 약 15종이 있다고 한다.

 

다섯번째 연희는 ‘탈춤’이다. ‘탈춤’은 ‘탈놀음’이라 부르기도 하며, ‘덧뵈기’로도 통한다. 일반적으로 4마당 구성인데, 첫째 마당에서는 놀이판을 확보하고, 둘째 마당 옴탈잡이에서는 외세(外勢)를 잡고, 셋째 마당, 샌님잡이에서는 내부의 모순을 없애는 내용이며, 마지막 넷째 마당인 먹중잡이에서는 외래문화를 배격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쓰이는 탈은 샌님, 노친네, 취발이, 말뚝이, 먹중, 옴중, 피조리, 꺽쇠, 장쇠, 등등인데, 모두 바가지 위에 다양한 등장인물의 특징을 그려 나타내는 것이다.

마지막 여섯째 종목은 ‘인형극’으로 꼭두각시놀음이 되겠다. 인형극을 ‘덜미’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