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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원각사 계문’, ‘묘덕계첩’ 등 경매에 나와

서울옥션, ‘제170회 미술품 경매’ 열린다
김환기, 대형 푸른색 전면점화 눈길 끌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울옥션은 올해 마지막 대면 경매로 오는 12월 20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70회 미술품 경매’를 연다. 모두 80점, 약 125억 원이 출품되는 이번 경매에서는 고미술품으로 원각사 건립 당시 세조가 백성에게 참여를 권하며 지은 글인 ‘원각사 계문’과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78호로 지정된 ‘감지금은니문수최상승무생계법(묘덕계첩)’이 출품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출품작은 전해 내려오는 기록만으로 희소성과 역사적 값어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원각사는 세조(世祖, 재위 1455-1468)가 최상의 법문으로 여겼던 《원각경》에 따라 흥복사(興福寺)터에 중창한 절이다. 1464년, 상당한 물력과 인력을 들인 원각사가 완공되고 난 뒤 《원각경》 언해본 펴냄 축하를 겸하여 이듬해 4월 7일부터 11일까지 5일 동안 경찬법회가 열렸다. 이 경찬회에는 128인의 고승대덕이 전국에서 모여 언해본을 직접 열람했고, 법회가 마무리되고 세조가 환궁한 날과 출품작에 적힌 날짜가 일치한다.

 

본문은 ‘원각사에 꽃비가 내리는 상서로운 기운 속에 여래가 현상한다’라는 말로 시작하며 도량에 동참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출품작 가운데 세조의 존호는 본문 안 ‘원각사’와 ‘사리’ 글자보다 낮게 위치하며, 주변에는 꽃이 비처럼 흩날리는 형상의 산화(散花) 무늬가 규칙적으로 찍혀 있다. 테두리에는 구름에 둘러싸인 용이 위아래에 두 마리, 좌우에 한 마리씩 모두 6마리가 섬세한 선묘로 둘려 있다.

 

 

또한 왼쪽에는 계원을 대표하는 대선사 홍준(弘濬)과 《원각경》 언해본을 교정한 효령대군(孝寧大君), 공신 신숙주와 한명회, 조흥주의 이름이 봉호와 품계, 직명과 함께 기록되어 있으며, 마지막으로 기록된 조안은 세조 1년 원종공신(原從功臣) 3등으로 녹훈된 인물의 이름과 같다.

 

이처럼 출품작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문서 형태와 형식을 보여주는 매우 희귀한 자료로, 계문 아래로는 불교학계의 권위자 동국대학교 초대 총장 권상로(權相老, 1879-1965)가 작성한 해설문이 함께 장황되어 있다. 조선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던 문화재 수장가 오봉빈(吳鳳彬, 1893-?)이 이 계문을 소장했으며, 보관함에는 당대 최고 서예가이자 감식안으로 알려진 오세창(吳世昌, 1864-1953)이 이를 확인한 글귀를 남겼다.

 

함께 출품되는 ‘감지금은니문수최상승무생계법(묘덕계첩)’은 모두 14면, 소형 절첩본으로 인도의 승려 지공(指空, 1300-1363)이 고려에 입국해 활동하던 당시 비구니 묘덕(妙德)에게 수계를 내리며 1326년 5월에 부여한 것이다. 무생계법은 모든 불보살과 중생들이 깨달음을 얻는 데 근본이 되는 계법으로, 지공이 고려에 처음으로 설파했다. 특히 ‘묘덕계첩’은 현존하는 지공(指空, 1300-1363)의 무생계첩 3점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지만, 최상급의 상태로 전해 내려오고 있어 그 값어치에 빛을 더한다. 기록으로만 전하는 지공의 고려 내 활동을 이 작품의 존재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기에 역사적 사료가 높다.

 

 

출품작은 쪽빛으로 물들인 감지 위에 금니(金泥)로 문수보살을, 은니(銀泥)로 글을 적었다. 표지를 한 장 넘기면 정성스러운 붓질로 그린 변상도가 눈에 들어온다. 엷은 미소를 띤 문수보살은 구름 위 연화대좌에 앉아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왼손은 연꽃 가지를 쥐고 오른손은 수인을 취한 모습이다. 최상급의 상태처럼 700여 년의 세월에도 본문 글자와 변상도의 상태가 매우 잘 보존된 작품으로 귀한 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또 이와 함께 비단 위 굵은 꼬임의 평안도 '안주수'(安州繡)로 사군자를 표현한 ‘자수화접도’를 선보인다. 높은 수준의 침법 운용과 세련된 미감으로 궁중 귀족의 감상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측되어 19세기 높은 격조를 실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도자기, 목기 등 다양한 고미술품이 함께 출품된다.

 

 

고미술 말고 눈에 띄는 것은 세로가 약 250cm가 넘는 김환기의 대형 푸른색 ‘전면점화’다. 출품작은 작은 점들과 작가의 대표 주조색인 푸른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은 푸른색을 단일 색조로 사용했음에도 위, 가운데, 아래가 각기 다른 푸른색을 띠고 있어 푸른색의 다양한 변주와 화면 전체를 뒤덮은 균등한 색점의 번짐을 특징적으로 담아낸다. 해당 출품작의 시작가는 45억 원으로, 이번 제170회 미술품 경매의 최고가 작품이다. 이와 함께 박수근, 이우환, 권진규, 유영국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 작가의 작품도 집중 조명한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제170회 미술품 경매’는 12월 20일(화) 저녁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 6층에서 진행되며, 이에 앞서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12월 10일부터 20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 5층, 6층에서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직접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서울옥션 누리집이 재단장되어 손말틀(모바일)과 컴퓨터에 최적화된 화면을 제공하여 실제 미술품 경매장에 온 듯한 화면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