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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얼음장 밑에도 물은 흘러만 간다

하영순, <소한에서 대한으로 가는 길목>
[겨레문화와 시마을 12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소한에서 대한으로 가는 길목

 

                                           - 하영순

 

     일 년 24절기 중 동지 지나

     소한에서 대한으로 가는 길목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다.

 

     비라도 쏟아 졌으면

     겨울 가음이라도 해갈하련만

 

     날씨만 우중충하다

     수은주는 내려가고

     서민의 고뇌는 높아만 간다.

 

     냉기류는 정가나 재계나

     풀릴 기미가 없다     

 

     뭐가 그리도 원한이 많아 칼을 가는지

     얼어붙은 이 땅에 봄은 언제 오려는지

 

     꽁꽁 언 얼음장 밑에도 물은 흘러만 간다.

     소한에서 대한으로 가는 길목

 

 

 

 

어제는 24절기 가운데 스물셋째인 소한(小寒)으로 한겨울 추위 가운데 혹독하기로 소문난 날이었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든가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 ‘소한 추위는 꿔다가도 한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라는 말처럼 소한 추위는 예부터 대단했다. 예전 사람들은 매서운 추위가 오면 땔감이나 옷이 변변치 않았기에 견디기 참 어려웠고 동사(凍死) 곧 얼어 죽는 사람도 있었다.

 

이때쯤이면 추위가 절정에 달했는데 아침에 세수하고 방에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당기면 손에 문고리가 짝 달라붙어 손이 찢어지는 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뿐만 아니다. 저녁에 구들장이 설설 끓을 정도로 아궁이에 불을 때 두었지만 새벽이면 구들장은 싸늘하게 식었고, 문틈으로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곤 했다. 아침 녘 일어나 보면 자리끼로 떠다 놓은 물사발이 꽁꽁 얼어있고 윗목에 있던 걸레는 돌덩이처럼 굳어있었다.

 

1933년 1월 14일 동아일보에는 “중강진 혹한기록을 돌파, 금일 영하 44도”란 기사가 눈에 띈다. 이제 우리의 강추위는 1933년 중강진의 강추위에는 견줄 바가 아니다. 물론 어려운 이들에겐 요즈음 추위도 견뎌내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이지만 그런 강추위에 속에서도 봄은 잉태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동지부터 입춘까지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곧 여든한 개의 매화 꽃송이를 그려놓고 날마다 매화에 붉은색을 칠하다 보면 봄이 온다고 믿었다. 추운 겨울 이제 우리도 마음속에나마 ‘구구소한도’에 붉은색을 칠해가며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하겠다.

 

 

여기 하영순 시인은 그의 시 <소한에서 대한으로 가는 길목>에서 “수은주는 내려가고 서민의 고뇌는 높아만 간다.”라면서 “뭐가 그리도 원한이 많아 칼을 가는지 / 얼어붙은 이 땅에 봄은 언제 오려는지”라고 읊조린다. 하지만, 그는 “꽁꽁 언 얼음장 밑에도 / 물은 흘러만 간다.”라며 얼어붙은 땅이지만 희망을 품고 살아야만 한다고 노래한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