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고추요!
생남(生男)이요!
어디 한번 얼러 보자
이마도 날 닮았고
코 큰 것도 날 닮았네
강풍에
날리어 왔나
땅에서 솟아났나
앞 못 보는 황봉사야
조심하고 조심하소
앞에는 고랑이고
뒤에는 돌부리
길한 뒤 호사다마라
명심하고 명심하소
나도 한번
얼러 보자
다칠라
조심하소
금자동아 옥자동아 금을 준들 너를 살까, 옥을 준들 너를 살까, 어허 둥둥 내 아들이야, 씨알도 굵고 고추도 크다. 우리 가문 대를 이어 산소도 돌보고 제사도 지내고 어허 둥둥 내 아들이야, 강풍 타고 내려왔나 하늬바람*에 날려왔나
간밤에
거꾸러진 용이
현몽이다
현몽이야
이 보시오 큰어미요
내 핏줄 이리 주오
내 배 아파 낳았는데
어찌 이리 매정하요
대 이을 생각 나중하고
내 아들 이리 주오
< 해설 >
그래, 원하던 대로 고추요, 아들이다, 경사로다 생남이로다. 영감은 아이 안아 들고 요모조모 이목구비 살펴본다. 커어! 영락없는 내 아들이로고. 공짜 좋아하는 이마도 훤하고, 여색 밝히는 코도 큰 것이 내 아들이 분명하구나.
큰어미도 아이 안고, 이 좋은 날, 단디 해라. 좋은 날 뒤에 호사다마라고 잘못하면 낭패당하니 진짜로 단디해라. 어제 꾼 꿈엔 용 한 마리 저 산비알*에 거꾸러졌다. 그래도 아들 낳은 것 보면 그 꿈이 현몽이로고, 길몽 중에 길몽이 아니고 무엇이냐.
이를 바라보는 작은어미 몸 추스르고 나서, “이 보시오 큰어미요 / 내 핏줄 이리 주오”하며 아이 빼앗는다. 참말, 내 배 아파 낳았는데, 벌써부터 대 이을 요량이요, 제사 지낼 욕심으로 제 자식인 양 어르다니.
아아, 첩년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구나. 내 자식 뺏길까 걱정이다.
* 하늬바람 “ 서풍의 토박이말
* 산비알 : 산비탈의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