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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인권에 힘쓴 사학자 '나카오 히로시' 별세

조선통신사등 한일교류사 연구로 양국의 가교 역할
맛있는 일본이야기 < 677 >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코로나19로 지난 3년 동안 일본에 가지 못하다가 오는 2월 16일(목) 모교인 교토예술대학에서 거행할 윤동주 시인의 추모 헌화식 뒤에 저의 졸업작품인 윤동주 시인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高原타카하라> 상영 의논차 지난 1월 31일(화) 모교에 들렀다가 나카오 히로시 교수님의 별세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나카오 히로시 교수님은 교토예술대학 영화과에 유학 중인 저와 일본인 동기생들이 졸업작품으로 ‘윤동주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기획한다고 여쭈었을 때 매우 반가워하시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분입니다.

 

나카오 히로시 교수님은 다큐멘터리 영화 <高原타카하라>를 찍을 때 직접 출연하시어 지금은 헐리고 없어졌지만 타카하라(高原)에 있었던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 이야기 등을 직접 설명해 주시는 열의를 보여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오는 2월 16일, 윤동주 시인의 추모 헌화식 때 나카오 히로시 교수님을 뵙고 지난 3년 동안 한국에서 상영된 <高原타카하라>의 반응 등을 말씀드리려던 참이었는데 코로나로 더 진작에 찾아뵙지 못해 한스럽습니다.”

 

 

이는 교토조형예술대학(현 교토예술대학) 영화과에 유학했던 손장희 감독의 말이다. 지난 1월 1일, 86살로 세상을 뜬 나카오 히로시 (仲尾 宏, 1936 ~ 2023.1.1.) 교수는 교토예술대학에 재직하면서 일본학계에서 조선통신사 연구의 권위자로 자리를 굳혔을 뿐 아니라 재일한국ㆍ조선인의 인권 회복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분이다.

 

오는 2월 16일은 윤동주 시인의 기일(忌日)로 교토예술대학에서는 해마다 유혼비(留魂之碑) 앞에서 추모 헌화식을 이어오고 있다. 이 비(碑)에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와 간략한 해적이(연보)가 적혀있는데 유혼비가 세워진 곳은 원래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学)에 유학하고 있던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이 있던 자리로 유혼비를 세우는 데 앞장선 분도 나카오 히로시 교수다.

 

 

기자가 나카오 히로시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09년 가을로 교토 코무덤(鼻塚) 위령제에서였다. 교토 코무덤은 임진ㆍ정유재란 때에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의 명령에 의해 조선인을 살해하고 코를 베어다 묻은 무덤으로 현재(2023)도 교토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당이 있는 풍국신사(豊国神社) 앞에 자리잡고 있다.

 

교토 코무덤(현재 교토시에서 귀무덤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며 많은 역사서에는 조성 당시에 코를 묻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래 '이총(耳塚)' 표기는 모두 왜곡된 것임.) 현장에서는 해마다 한국인과 재일한국인들이 주최하는 위령제가 열린다. 이날(2009. 10. 25.) 위령제는 한국민단교토본부가 주최한 행사로 당시 한국민단교토본부 왕청일 단장을 비롯하여 나카오 히로시 교수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 기자는 코무덤 관련 취재를 하고 있을 때라서 위령제를 마치고 나카오 히로시 교수와 코무덤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카오 히로시 교수는 조선통신사 연구의 권위자지만 교토 코무덤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해마다 위령제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는 1997년 10월 <이총(耳塚) 심포지움>에서 ‘조선통신사와 이총의 관계(朝鮮通信使と耳塚の関係)’ 라는 주제로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을 반성해야만 하며 그 반성 여부에 따라 일본의 역사 인식이 달라진다.”라고 설파하는 등 한일간의 역사문제에 대해서도 균형 감각을 잃지 않았다.

 

 

나카오 히로시 교수는 2021년 10월 29일,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제8회 한국국제교류재단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한일 양국은 17세기 초부터 19세기 초까지 200년 동안 조선통신사 교류를 통해 평화와 공존을 유지했던 만큼 과거 교류의 경험을 되살려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을 해야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은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에 기초한 입장 공유, 양국 정권의 민주주의ㆍ인권 존중, 시민 문화 교류의 보장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나카오 히로시 교수는 지난 40여 년 동안 한일교류사 연구에 힘을 쏟으면서도 특히 재일조선인들의 인권 문제에도 깊숙이 관여해왔던 학자이자 지식인이었다. 나카오 히로시 교수는 지난 1월 15일 세상을 뜬 윤동주 연구에 평생을 바친 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 89살) 교수와 더불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일본의 양심있는 학자 가운데 한 분이다. 나카오 히로시 교수의 영전에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

 

【나카오 히로시 교수는 누구인가?】

 

나카오 히로시(1936~2023. 1.1.) 교수는 조선통신사 및 한일관계사 연구의 권위자로 교토조형예술대학(현 교토예술대학) 교수, 사단법인 재일교포 소수민족인권연구센터(KMJ) 이사장, 재단법인 세계인권문제연구센터 이사, 용곡대학교 안중근 동양평화연구센터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대표적인 저서는, 《교토의 도래인과 조선통신사》 2019, 《조선통신사의 발자취》 2011, 《조선통신사-에도일본의 성신외교(誠信外交)》 2007, 《조선통신사를 다시 읽다-쇄국사관을 넘어》 2006, 《재일동포 문제의 기초지식》 2003, 《조선통신사와 도쿠가와 막부》 1997, 《대계 조선통신사 : 선린과 우호의 기록》(전8권), 199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