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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강원도 메나리조에 경제(京制)가 가미된 소리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1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춘천시립국악단》의 연주회 평가와 관련하여 단원의 증원 문제, 공연의 홍보와 프로그램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춘천시청과 춘천의 문화예술인, 악단의 관계자, 그리고 국악을 사랑하는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예로부터 춘천은 강원도의 중심 도시이면서 특히 산수(山水)의 경관이 빼어나서 많은 사람이 발걸음 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호반의 도시로 유명하다. 이 도시의 역사적 배경을 인터넷 자료나 향토 연구자들이 남긴 결과물들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은 본래 고대 부족 국가인 맥국의 수도였다고 한다. 그 뒤 백제, 고구려, 신라가 차례대로 점령하게 되는데, 백제시기에는 주양(走壤), 고구려때에는 수추성(須鄒城), 신라가 점령하던 시기에는 우수주, 수약주(首若州), 삭주(朔州), 광해주(光海州)등으로 부르다가 고려시대에 와서 춘주(春州), 그리고 조선시대부터 현재와 같은 춘천(春川)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각 도(道)의 으뜸 행정관청을 감영(監營)이라 불렀는데, 그 우두머리 관찰사(觀察使)가 업무를 보던 곳이어서 관찰부라고도 칭했다. 그러므로 관찰부 공식행사에는 의당 악공(樂工)들과 관기(官妓)들이 참여해 왔으리라 보고 있는데, 그들이 부른 노래[歌]와 춤[舞], 음악 등은 대부분이 정악계통의 음악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러므로 노래의 범주에는 가곡이나 가사, 또는 시조와 같은 정가류가 중심이었을 것이고, 차츰 노래의 분위기가 익어갈수록 일반적인 속요(俗謠)도 포함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1920년대 초, 춘천지역에는 기녀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들이 수해 지원금을 모으기 위해 음악회를 열었다는 기록도 있으며, 1940년대 권번 결성의 과정을 참고해 보면, 춘천지역에서도 경기권의 음악이나 서도지역의 소리가 수용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 속요의 특징이 바로 춘천지역 특유의 메나리조가 중심을 이루고, 여기에 북한강을 통해, 서울 경기지방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경제(京制)의 특성이 가미된 독특한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춘천지역의 일반 속악에는 농사일과 관련된 곧 노동요가 중심이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 대표적인 소리에 <모심기노래>나 <논매기노래> 그리고 일부 장례와 관련된 <상엿소리>와 같은 의식요들이 존재해 왔고 「아리랑」류의 노래 등도 포함된다.

 

논농사나 밭농사와 관련된 노동요의 일반적인 형식은 <메기고 받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곧 앞소리가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 메기면, 뒷소리는 “얼∼너널 상사되야”로 받는 형식, 곧 문답 형식인데, 메기는 형태는 고음, 중음, 저음 등 다양하다.

 

또한 여성 노동요로는 <베틀가>가 있고, <미나리>라 하여 밭을 맬 때, 부르는 소리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장례 의식요와 관련한 <상엿소리>와 같은 소리는 교통이 불편한 산간지역에서는 비교적 보존이 잘 되는 편이다.

 

 

강원도 지방의 대표적인 노래로 널리 알려진 <정선아리랑>이나 <강원도아리랑> 그리고 <춘천아리랑>도 이 지역에서 널리 불려지는 대표적인 노래인데, 특히 「춘천아리랑」은 춘천이라는 지역의 특징을 담고 있는 노래로 이 고장의 의병활동을 가사에 담아 부른 노래로 유명하다.

 

“춘천아 봉의산아 너 잘 있거라 / 신연강 배터가 하직일세 /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로구나 / 아리랑 고개 넘어로 날 넘겨주게 /

우리나 부모가 날 기르실 제 / 성 대장 주려고 날 길으셨나”

 

성 대장은 이 고장 출신의 의병대장이었던 성익현을 가리킨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타령 류의 노래로는 춘천의 옛 마을 이름과 특산물을 노래한 「큰 애기 노래」의 <장사타령>도 있다.

 

“무름댐이 처녀는 문배 장사로 나간다

우두의 처녀는 참배 장사로 나간다

동내구동 처녀는 산채 장사로 나간다

명월리 처녀는 머루 장사로 나간다.”

 

<장타령>이라는 노래에는 강원도 전 지역의 이름이 나오고 있어서 매우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 가사 일부를 소개한다.

 

“춘천장이라 샘밭장 / 신발이 젖어 못 보고 /

홍천이라 구만리장 / 길이 질(길)어 못 보고 /

이귀 저귀 양구장 / 당귀 많아 못 보고 /

한자 두자 삼척장 / 배가 많아 못 보고……”

 

또한, 서울 경기지방과 가깝게 인접하고 있는 영향으로 <노랫가락>이나 <창부타령>과 같은 경기민요의 대표적인 민요들도 춘천지방에서는 비교적 활발하게 불려왔고 현재에도 부르고 있는 편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