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인간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잃은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의 하나가 ‘발바닥이 땅과 접촉하는 기회를 잃어버렸다’라는 것이다.
한방에서 말하는 만물의 이치와 인간의 관계는 음미할수록 맛이 깊어지는 오묘함이 있다. 손과 발에 대해서도 “손바닥은 만사(萬事)를 이루면서 인체와 장부의 기능을 활발하게 한다”라는 말과 “발바닥이 만물과 접함으로써 지기(地氣)를 흡수하여 인체와 장부의 구조를 튼튼히 한다’라는 말이 있다. 손과 발에 대한 거시적이고도 구체적인 묘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바탕에서 볼 때 신발이라는 방해인자로 인해 인간이 만물의 기운을 흡수하지 못하여 오장육부가 약해지면서 장부에 오만가지 질병이 생겼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와 더불어 또 하나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바로 ‘걷는 양’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만보 걷기에 도전하고, 이에 대한 여러 건강상 이득을 말하고 있지만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지냈던 원시인의 모습과 견주면 현격한 차이가 있다.
오늘은 맨발로 걷는 것에 대한 한의학적 의미와 더불어 어느 정도를 걸었을 때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1. 발바닥에 대한 대한 한의학적 의미
한의학에서 볼 때 발바닥에는 중의(重意)적인 의미가 있다. 그 의미를 이해하고 맨발로 걸으면서 몸의 변화를 살펴보면 실질적인 변화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① 수족(手足)에 대한 정기(精氣)의 구분
인간 구조의 기본은 몸통과 머리이다. 곧 인간이 존재하기 위한 기본은 몸통이라는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적인 활동과 두뇌에서 이루어지는 정신적인 합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생명활동이다. 따라서 손발은 없어도 생명 활동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발이 없으면 생명활동의 영역이 제한되며 손이 없으면 생명활동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생명활동에 절대적인 보조 작용을 한다. 이러한 생명활동에 대한 보조적인 작용은 크게 보면 외부와 소통이며 내부적으로 보면 생명활동에 대한 보완이다. 이를 손과 발로 구분하면 손을 통하여 기운을 보태주고, 다리를 통하여 구조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리를 통한 모든 활동은 인간의 구조를 튼튼하게 하는 행위라 할 수 있으며 다리의 끝이면서 땅과 접하는 발바닥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다리를 움직이는 행위로서 걷기와 달리기를 하는 중에 발바닥이 땅과 접할 때 인체의 구조를 가장 튼튼하게 할 수 있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손을 통하여 기(氣)를 조절하며, 다리를 통하여 정(精)을 튼튼히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든다면 엄지손가락의 경락을 조절하여 폐의 기운을 돕는다면 엄지발가락의 기운을 조절하여 간을 튼튼히 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폐는 기운을 조절하는 장부이고 간은 구조를 튼튼히 하는 공장이다. 따라서 인간이 땅 위를 맨발로 걷거나 뛸 때 인체의 구조가 튼튼해진다고 말할 수 있다.
② 발바닥의 오행(五行)
한의학의 개념에서 오행(五行)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인체도 오행의 구조를 가진다. 몸통과 머리에서 하나의 오행의 구조를 가지며 팔과 다리 역시 독립된 오행의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오행의 구조 속에 탄생한 한의학적 개념이 ‘오수혈(五輸穴)’의 개념이다. 손에서는 팔목에서 손가락까지를 오행으로 구분하고 무릎에서 발가락까지를 오행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구분으로 볼 때 발바닥은 금수(金水)의 영역에 속하는데 더 자세히 발바닥은 금(金)이요, 발가락은 수(水)인 것이다.
따라서 맨발로 걷게 되면 금과 수의 기운을 자극하게 되어, 변화를 촉발하고 기운을 모으는 금의 작용과 기운을 통일하여 하나로 만드는 수의 작용을 활발하게 한다. 이러한 금수의 작용 합이 한방에서 말하는 하강(下降)의 작용이다. 곧 기운을 안정시키고 견실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맨발로 충실하게 땅을 걸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안정되고 흐트러진 기운이 모여 튼튼하게 열매를 맺어 인간의 몸을 튼튼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은 어린아이들의 성장통을 치료하는 기반을 제공하며 성인들의 불면증을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따라서 수면에 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 맨발로 걷기를 충실하게 해서 머리와 가슴에서 노니는 화기를 하강시켜 숙면의 세계로 들어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③ 발가락의 경혈(經穴)
한방에서 설정한 12 경맥 일부가 다리와 연결되어 있는데 발바닥을 통하여 음경맥이 내려가고 발등을 통하여 양경맥이 올라온다. 이때 경맥에 따른 오장육부 속에 공통분모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장부는 간과 비장 그리고 신장이다(물론 약간의 견해차는 있다). 곧 발바닥과 연결된 대표적인 경맥과 장부는 간과 비장, 신장인데 간과 비장은 엄지발가락과 연결되어 있고, 신장은 가운뎃발가락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맨발로 땅을 걸으면 엄지발가락과 연결된 발바닥의 아치와 가운데 발가락과 연결된 발바닥 중심의 옴폭 들어간 곳이 많이 자극받게 된다.
엄지발가락과 연결된 복숭아뼈 아래의 발바닥 아치는 비장과 간의 경맥이 지나가는 자리이며 이곳은 실내 활동을 하거나 신발을 신고 걸으면 자극을 거의 못 받으며 맨발로 흙과 돌, 모래를 걸을 때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비장과 간이 약한 사람들은 맨발로 걷기지 않으면 어렸을 때는 간과 비장의 성장을 위한 자극을 받지 못하고, 성인의 경우 기능을 호전하기 위한 자극을 많이 받지 못한다. 한편, 가운뎃발가락의 선을 따라 가면 발바닥 중심에 옴폭 들어간 용천혈(湧泉穴)이란 공간이 있는데 이 역시 편평한 곳을 걷거나 신발을 신으면 자극받지 못하는 곳이다.
따라서 맨발로 땅이나 돌 모래밭 걷기를 열심히 하면 장부에서 볼 때 간과 비장, 신장이 튼튼해질 기회를 얻는 것과 같다.
특히 어린아이들 가운데 배고픔을 별로 호소하지 않고 음식을 입에 물고 있으며, 간혹 두통을 호소하고 코피가 종종 나거나 한숨, 하품 답답함을 많이 호소한다면 즉각 맨발로 걷게 할 것을 권한다. 성인은 아침에 무겁게 일어나서 낮 3시까지는 힘겹게 보내다 4시 이후부터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하는 올빼미족이 되어 가거나 몸이 무겁고 힘들며 만사가 귀찮고 나도 모르게 자꾸 일을 미루기 시작한다. 소화 속도가 느리고 식곤증이 드러나기 시작한다면 당장 신발을 벗고 돌과 흙길을 걸어보라. 하루에 30분만 걸어도 몸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2. 맨발로 걷기, 제대로 하려면?
모든 운동은 적당한 양과 강도가 있다. 맨발로 걷기도 마찬가지로 적당한 시간과 운동강도가 있다. 가급적 일정량의 운동 강도를 유지하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① 유산소 운동의 기본을 지켜라
모든 유산소 운동이 실질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끼치려면 적어도 2가지 조건을 지켜야 한다.
하나는 30분 이상 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3일(72시간) 이내 다시 해야 하는 것이다. 맨발로 걷기 역시 이와 같은 원칙을 지켜야 하며 걷기의 운동 강도는 평상걸음으로 걷거나 조금 빠른 걷기가 적당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맨발로 걸을 때는 10분 앞뒤로 손바닥에 기별이 올 정도의 강도로 30분 이상 걷는 것이 좋다. 손바닥에 기별이 온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걸었을 때 10분 앞뒤에 손바닥이 붓고 열나는 수준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뜻한다. 이를 혈액순환으로 표현하면 동맥의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손바닥으로 유입되는 혈액량이 늘어남을 뜻한다. 한의학으로 표현하면 발바닥을 통해 땅의 기운이 더하여져 기운 순환이 활발해지게 된다. 그러면 다리에서 등으로 머리로 기운의 흐름이 활발해지면서 손바닥까지 기운의 흐름이 원활해진다.
이 정도의 강도로 걷기를 지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손바닥의 부기와 열기의 느낌이 사라진다. 빠르면 30분, 더디면 1시간 정도 지나면 손바닥의 느낌이 사라지는데 여기까지가 맨발로 걷는데 적당한 운동의 강도와 시간이다. 이때가 되었을 때 혈액순환의 관점으로 보면 동맥혈의 흐름도 100, 정맥혈의 흐름도 100이 되어 원활한 혈액순환이 이루어진 상태다. 한방으로 보면 땅의 기운이 등을 따라 돌아내려 와 아랫배의 단전에 수렴된 상태다. 이때 단전에 다시 기운이 촉발되어 전신의 기운 순환이 점점 더 원활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② 발바닥의 각질이 탈락하는 경험을 해보자
맨발로 꾸준히 걷다 보면 발바닥이 이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곧 발바닥이 땅이라는 새로운 자극에 적응하면서 각질이 두꺼워지는 방어 작용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맨발걷기를 지속하다 보면 때로는 통증도 심하고 때로는 붓기도 하다가 점차 적응해가면서 발바닥 각질이 두꺼워 지기 시작한다. 이때 멈추지 말고 참고 계속하는 것이 좋은데, 이 상태를 이겨 내면 어느 순간 두꺼워진 발바닥 각질이 벗겨지면서 탄력 있는 모습으로 변한다.
심한 사람들은 5mm 정도의 두꺼운 각질이 탈락하기도 한다. 반농담 삼아 ‘시골 농부의 발바닥을 한번 경험해보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면 발바닥이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탄력 있고 매끄러워지면서 건강도 한 단계 상승한다. 곧 이때부터 몸이 가벼워지고 소화 장애가 없어지고 숙면에 들 수 있게 된다.
③ 실내에서는 지압매트를 활용
현대인들이 발바닥으로 만물의 기운을 흡수하지 못하게 되어 오만가지 장부의 질병이 생겼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맨발로 걷기, 만보걷기를 해야 하지만 도심 속에서 이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근처 공원에 지압길이 있으면 하루 30분 이상 맨발걷기를 하고, 동네 놀이터의 모래밭을 걸으면 된다. 이마저도 없다면 지압매트를 사서 집에서 꾸준히 맨발걷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이때 발바닥에 질환이 있거나 지압매트가 너무 아픈 성인, 또는 핑곗거리를 찾는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지압 모래(소금)밭을 만들어서 걸으면 된다. 큰 플라스틱 상자를 산 뒤 여기에 굵은소금을 넣고 소금 위를 걷는 것이다. 소금 자체가 하기(下氣)시켜 주는 작용과 독소를 배출하는 작용이 있기에 맨발로 걷는 재료로서 궁합이 좋다. 특히 족저 근막염의 경우 소금밭을 맨발로 걷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행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