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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줄을 얹어 풍입송을 타자꾸나

정철, <성산별곡(星山別曲)>
[겨레문화와 시마을 14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엇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는가.

(술잔을) 잡거니 권하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이 조금이나마 덜어진다.

거문고 줄을 엊어 풍입송을 타자꾸나.

손님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버렸도다

 

선비들은 거문고와 함께 한 삶이었다. 선비들은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에서 시(詩)ㆍ서(書)ㆍ금(琴, 거문고)ㆍ주(酒)로 노니는 것을 풍류라 하여 삶의 중요한 영역으로 삼았다. 고악보 《양금신보》에는 “금자악지통야 고군자소당어야(琴者樂之統也 故君子所當御也)”라 하는 글귀가 있는데 “거문고는 음악을 통솔하는 악기이므로 군자가 마땅히 거느리어 바른길로 나가게 하라.”라는 뜻이다. 이 말은 거문고를 ‘백악지장(百樂之長)’이라고 하여 가장 귀하고 중요한 악기로 여기는 것과 같은 내용이다.

 

 

 

 

실제 전통사회에서는 피리나 젓대(대금)를 하는 잽이들이 전문음악인이고, 거문고를 하는 풍류객들은 아마추어 음악인이었는데도 풍류를 할 때는 거문고를 하는 선비가 이끌곤 했다. 거문고라는 악기가 합주를 이끌어 가도록 음악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달 아래에서 거문고를 타기는 근심을 잊을까 함이려니 춤곡조가 끝나기 전에 눈물이 앞을 가려서 밤은 바다가 되고 거문고 줄은 무지개가 됩니다. 거문고 소리가 높았다가 가늘고 가늘다가 높을 때에 당신은 거문고 줄에서 그네를 뜁니다.“ 한용운 선생의 ‘거문고를 탈 때’란 시 가운데 나오는 대목에도 거문고 줄은 무지개가 되고 당신은 거문고 줄에서 그네를 뛴다고 읊조리고 있다.

 

또 송강 정철은 <성산별곡(星山別曲)>이란 시에서 ”거문고 줄을 엊어 풍입송을 타자꾸나.“라고 노래한다. 여기서 ‘풍입송(風入松)’이란 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를 모르는 노래다. 험한 세상사를 잊고, 벗과 함께 술을 권커니 자커니 하다가 거문고로 오래 전해진 가요 풍입송을 타니 누가 손님인지, 누가 주인인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술 탓일까, 거문고 탓일까? 벗과의 자리뿐만이 아니라 혼자 즐기는 거문고의 세계도 절제와 내면세계로의 침잠을 통하여 자연과 하나가 되고 소리(琴)와 하나가 되는 주객일체의 경지로 나가는 것이 ‘선비의 세계’였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