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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20’, 세계 시각장애인에게 글자를 선물

‘한글20’은 단추를 누르면 해당 언어의 철자로 변환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25]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배경

 

앞에서 f를 ‘ㅍ’으로 쓰라는 등의 외래어표기법 때문에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영어를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외래어표기법을 버리고 새로운 ‘외국어표기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제한의 합자가 가능한 ‘한글20’으로 외국어 발음을 표기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한글20’은 간단한데다가 어떤 발음이라도 표현할 수 있으므로 시각장애인도 쉽게 배워 점자 대신 쓸 수 있을 것이라 하고 시각장애인에게 쉽게 한글을 가르쳐주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이는 모두 시각장애인이 글을 쉽게 읽을 수 있게 되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이 글을 쓰는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합니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소리자판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곧 소리자판으로 시각장애인이 글을 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청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의 언어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문맹의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문제를 ‘한글20’이 해결할 수 있다면, 아니 해결은 못 한다고 해도 문제를 조금만이라도 줄일 수 있으면 ‘한글20’은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그 값어치를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아래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차례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소리자판

 

시각장애인이 글을 쓰려면 종래에는 점자 입력기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쉬우며 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글자 단추를 누르면 그 단추의 소리가 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기술은 이미 보급되어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위 그림은 ‘한글20’ 자판과 통상적인 천지인 쪽자판(글자단추가 10개 있는 자판) 그리고 쿼티자판의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한글20’ 자판에는 10개의 자음단추와 ‘모음단추’가 배열되어 있습니다. 자음단추는 시각장애인들을 배려하여 글자의 모양을 만져서 식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만 사실은 지나친 배려입니다. 왜냐하면 시각장애인들은 몇 번만 써보면 단추들의 위치를 금세 기억하기 때문에 구태여 글자의 모양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모음단추는 삼성 천지인을 5개 단추로 확장한 것인데 실제 모음을 쓰듯 순서대로 혹은 함께 누르면 됩니다. 예를 들어 ‘ㅏ’는 왼쪽 ‘ㅣ’와 천(ㆍ)을 누르고 ‘ㅐ’는 ‘ㅏ’에 다시 오른쪽 ㅣ를 누르면 됩니다. 이들 단추들은 모두 누를 때 고유의 소리를 내지만 초중종성이 다 입력되어 음절이 완성되면 그 음절의 소리를 내줍니다.(물론 상품화된 것은 아니고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글자단추가 아니라 ‘소리단추’, 글자판이 아니라 ‘소리자판’이라고 부릅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천지인 자판은 [ㄴㄹ], [ㄷㅌ], [ㅅㅎ]등 한 단추가 두 개의 글자를 표현합니다. 따라서 단추에 고유의 소리를 부여할 수가 없고 합자기능도 구현시킬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어의 권설음 신(身shen)을 ‘한글20’으로 [ㅅ] 과 [ㄹ]을 동시에 눌러 ‘ᄰᅥᆫ’이라고 표기할 수 있지만 기존의 자판으로는 입력이 불가능합니다. 시각장애인도 단추의 소리를 들어가며 자판을 익히게 될 것이며 금세 능숙하게 글자를 입력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곧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소리자판은 만국어 입력 자판

 

여러 차례 말했듯이 말은 소리로 표현되기 때문에 소리를 입력하는 자판이 있으면 어떤 언어든지 말을 그대로 입력할 수 있습니다. 녹음기와 같은 기능입니다. 녹음한 것을 글자로 변환시키려면 음성인식이라는 또 다른 단계가 필요하지만, 소리자판으로 입력한 내용은 글자이기 때문에 그대로 문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외국어도 ‘한글20’을 써서 발음으로 입력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그 언어의 철자로 변환시키도록 하면 됩니다. 곧 ‘한글20’은 단추를 누를 때만 쓰이고 컴퓨터 안에 들어가면 해당 언어의 철자로 변환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거얼’이라고 발음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내장된 전환기능을 써서 ‘girl’로 나타나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19번째 이야기에서 소개한 ‘다언어DB’를 내장하면 됩니다.

 

이처럼 ‘한글20’이 보편화 되어 어떤 언어라도 표기하게 되면 언어마다 고유의 문자를 쓸 필요가 없어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미 잘 쓰고 있는 문자를 버리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문자가 어렵다든지 문자가 없는 언어에는 적용할 수 있을 것이며 잘 쓰고 있는 문자도 보조적으로 그러나 언어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한자를 쓰다가 한글 전용으로 발전한 것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찌아찌아 부족이 한글을 채택하여 쓰는 것도 좋은 예입니다. 20번째 이야기에서 본 바와 같이 몽골에서는 언어는 하나인데 3가지 글자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마 몽골 국민은 세 종류의 글자들을 다 배우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모르고 지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이들이 ‘한글20’을 배우면 이를 통해 다른 글자로 변경해주도록 하여 불편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청각장애인은 어떻게 하나?

 

지금까지 ‘한글20’이 시각장애인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이제 자연스럽게 의문이 떠오릅니다. 청각장애인은 도움을 받을 수 없나? 태어나면서부터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들을 수가 없어 일반인들처럼 말을 배울 수가 없습니다. 헬렌켈러는 태어날 때부터 청각과 시각 장애를 가졌습니다만 몇 가지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되었으며 여러 권의 책도 썼습니다. 결론적으로 어떤 장애도 극복할 수는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는 어떻게 그런 장애를 극복하였느냐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는데 ‘한글20’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