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한의학에서 ‘수승화강’이란 자연스러운 천지자연의 흐름이며 이러한 모습이 인체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따라서 원활한 수승화강이란 자연의 흐름과 동조하는 생활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한방에서는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의 소주천(小周天)이라고 하는데 양방의 관점에서는 심장을 중심으로 동맥혈(動脈血)의 순환을 수승의 과정이라 말할 수 있고, 정맥혈(靜脈血)의 순환은 화강의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확장해 설명한다면 낮의 활동은 수승(水升)의 과정이고 밤에 이루어지는 수면 중 휴식과 회복은 화강(火降)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수승화강이 원활하기 위해서는 낮의 왕성한 활동과 밤의 숙면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최근 한국인 모두가 낮의 활동량이 절대적으로 많고 밤의 수면량이 절대적으로 적어서 수승화강의 균형이 흐트러진다. 그러므로 활동과 수면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을 먼저 이룬 뒤 부족한 부분을 한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1. 밤과 낮의 균형이 수승화강의 시작
한의학적에서 단전의 힘이 수승화강을 직접적으로 조율한다고 한다. 단전의 힘이 가장 왕성한 것은 어린이 때인데, 점점 마모되어 노인이 되면 쇠(衰)하여 단전의 힘이 끝날 때 삶을 마치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단전의 힘과 비례하는 것이 잠자는 시간이다. 곧 단전의 힘이 왕성할수록 수면시간이 많이 요구되고 많이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경우 신생아는 대부분 시간을 잠자는 시간으로 보낸다. 어린이들은 10±2시간, 청소년은 8±2시간, 성인은 6~8시간 정도의 수면시간이 요구된다. 문제는 이렇게 요구되는 수면시간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면서 수승화강이라는 생명의 순환고리가 흐트러진다.
단전을 인체의 생체전지 관점으로 설명하면 이해하기 쉽다. 곧 태어날 때 가지고 온 생체전지로 일생을 보내는데, 충전과 방전이 충실하다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충분히 발현할 수 있지만 충전 효율이 떨어지면 생체전지마저 능력이 저하되고 방전의 효율마저 떨어지면서 전체적인 활용효율이 극히 낮아지는 것이다. 이를 개선해서 수승화강을 이루는 방법은 숙면을 통한 생체전지 충전을 이루는 것부터 시작된다.
① 수승화강은 단전에 의식(意識)을 두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돼
단전과 연관된 수면의 과정은 인체의 음경락과 임맥의 원활하면서 자연스러운 흐름과 더불어 단전의 흡입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곧 수면 과정이 충전 과정이긴 하지만, 전지에 힘이 있을 때 깊이 숙면을 하는, 서로 주고받는 관계인 것이다. 따라서 숙면이 필요해서 잘 때 단전의 흡인력을 거들어 주면 쉽게 숙면에 이를 수 있고 전지 충전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한 한의학과 동양의 이론적 기반이 되는 것은 심기일체(心氣一體)이다. 마음이 가는 곳에 기(氣)가 가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곧 단전에 의식을 두면 기운이 단전으로 흘러 수승화강을 이루면서 수면을 도와주는 것이다.
배꼽 아래 3~4cm 정도에 있는 단전에 의식을 집중하고 호흡으로 들어온 기운과 몸의 기운이 단전으로 모이는 것을 관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조에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쉬운데 집중하기 쉽도록 단전의 위치에 소금주머니를 올리거나 파스를 동그랗게 오려서 붙이고 의식을 집중하면 좀 더 쉽게 기운의 흐름을 단전으로 인도할 수 있다. 잠잘 때 단전 위치에 양손을 포개고 단전과 양손에 의식을 두면서 잠을 청하면 머리에서 따로 놀던 기운이 단전으로 흐르면서 수면에 이를 수 있다.
한편 의식을 발바닥에 두는 것도 수승화강과 수면에 도움이 된다. 넓게는 발바닥 전체에 의식을 두어도 되며, 구체적으로 정확한 지점을 인식하려면 용천혈(湧泉穴)에 의식을 두면 도움이 된다.
② 수승화강을 도와주는 수면자세는 엎드려 웅크린 모습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바른 수면 자세는 누워서 편히 자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어느 순간 엎드려 웅크린 자세로 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외형적으로 보면 불편해 보여서 바르게 누이려고 웅크린 자세를 풀어서 눕게 하며 주의도 주고 교육한다.
눕는다는 것은 몸을 편하게 해주는 자세로 몸이 이완되면서 수면에 이르는 자세다. 반대로 엎드려 자는 것은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편한 자세로 마음이 이완되면서 수면에 이르는 자세다. 따라서 어린이의 경우 엎드려 자면 마음이 편한 것이 확보되고, 몸이 불편하면 무의식중에 몸을 움직여 편하게 하는 능력이 있으므로 몸도 마음도 편하게 잘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은 엎드려 자면 마음은 편하지만, 몸은 불편한데, 자는 중간에 자세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몸이 불편하다. 따라서 성인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누워서 자는 것이 정석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단전의 힘이 떨어지고 의식과 무의식이 불안정하고 마음이 약하고 심란(心亂)한 상태가 되면 누운 자세로는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루게 된다. 이때는 엎드려 웅크린 자세로 잠을 청하면 되는데 이는 마음이 편한 자세로 심신이 이완되면서 수면에 쉽게 이르게 된다. 곧 입면(入眠) 시에 엎드려 수면을 청하고 어느 순간 누워서 자는 형태로 수면 자세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엎드려 웅크린 자세는 임맥(任脈)을 비롯한 음경락이 활성화된 자세로 여기에 단전(丹田)에 의식을 두면 단전으로 신기정(神氣精) 영역의 모든 에너지가 모이면서 원활한 수승화강을 이루며 쉽게 숙면의 세계에 이를 수 있다.
2, 한약은 수승화강의 완성을 목표로 한다
한의학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수승화강이라는 생명의 고리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한약처방을 이러한 목적으로 하게 되는데, 수승화강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과 수승화강을 이루도록 힘을 도와주는 방법을 취한다.
한의학이 가지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치료약과 더불어 보약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수많은 영양제와 건강보조 식품이 있지만 약(藥)으로서 건강을 증진하고 기운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한약의 보약만 한 것이 없는데 이 또한 수승화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약의 보약에 보기지제, 보혈지제, 보음, 보양지제의 다양한 구성이 있는데, 모두 수승화강이라는 순환의 축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곧 한의학의 이치는 수(水 - 精, 陰, 血)를 기운(氣運)과 정신으로 변화시키는 활동의 작용인 수승의 과정과, 화(火- 神, 陽,氣)를 물질로 전환시키는 화강 과정의 순환고리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인체 활동에 어느 곳에 문제가 생겨 생명의 고리가 약해졌는지를 파악해서 보완하여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한방치료다.
피로하거나 질병에 걸렸다는 것은 수승화강이라는 생명의 고리가 약해졌음을 의미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를 보완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수승화강을 주관하는 인체의 조직은 정기신 3보이고 장부로는 심장과 신장을 축으로 삼고 있다. 곧 심신(心身, 心腎)이 편안하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편안함을 뜻하기도 하지만, 우리 몸의 가장 양적인 기관인 심장과 음적인 기관인 신장이 조화롭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건강한 생활이라는 것은 적극적으로는 정기신을 단련하는 수련의 생활이며, 수승화강이 이루어지도록 심신을 조율하는 것이다. 관점에서 치료한약은 수승화강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며 보약은 수승과 화강을 도와주는 것이다.
① 수승의 대표 보약은 공진단
요즘 유행하는 보약 가운데 공진단이 있다. 공진단(拱辰丹)이란 진수(辰水)를 증폭하여 끌고 간다는 의미가 있다. 인체의 근본인 수기를 상승시켜 생명의 순환고리를 튼튼하게 하는 보약이다.
공진단이란 《세의득효방(世醫得效方)》의 허손편(虛損編)에서 처음 언급된 처방으로, 녹용(鹿茸), 당귀(當歸), 산수유(山茱萸), 사향(麝香) 등을 가루로 만들어 주면(酒麵, 술로 쑨 밀가루 풀)으로 반죽하여 만든 한약 처방이다. 녹용과 당귀로 수기를 보강하고 사향으로 소통의 통로를 열어 수승의 길을 열어 활동성을 끌어 올린 것이다. 본래의 약효는 “가지고 태어난 기운을 단단하고 조밀하게 하며, 기운의 순환을 순조롭게 하여, 오장육부를 조화롭게 한다”라고 하였다.
《방약합편(方藥合編)》에서는 공진단이 녹용, 당귀, 산수유, 사향을 기본 약물로 수승을 기반으로 증세에 따라 인삼(人蔘), 숙지황(熟地黃), 육계(肉桂), 부자(附子), 귤피(橘皮), 패모(貝母), 오미자(五味子), 침향(沈香), 목향(木香) 등의 약물을 가감하여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② 현대인에게는 화강(火降)의 묘리를 담은 보약이 필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수승의 의의는 현대인에게 절실히 필요하기보다는 우리 조상님의 환경에 절실하게 필요한 작용이며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화강(火降)이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 곧 다양한 사고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수승은 넘치고 넘쳐 화승(火升)의 경지에 도달해있고 부족한 수면으로 인해 화강(火降)이 너무나 힘겹기에 이를 도와주는 한약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구에 수승의 묘리를 살리면서 화강을 이루도록 만들어진 공진단으로 ‘침향공진단’과 ‘우황공진단’이 있다.
화강이란 안정된 상태, 여유로운 상태, 이완된 상태를 말하며 한방에서 정(精)을 보하고 음(陰)을 보하도록 처방하는데 ‘자음강화탕(滋陰降火湯)’, ‘수화기제탕(水火旣濟’湯)‘ 등이 있다. 이러한 방법의 보약은 질병상태거나 극도로 피곤한 상태일 때는 가시적인 효과를 인지하지만, 보통의 건강한 상태일 때는 흔히 말하는 효과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외면받고 있다. 곧 차분하게 안정된 상태는 기운을 왕성한 상태가 아니란 의미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침향공진단‘에서 침향은 기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며, 신장에 작용하여 폐의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사향, 목향에 비해 방향성은 덜하지만, 기운을 내려주는 효능과 정신을 맑게 해주는 작용이 강하여 두뇌 활동을 많이 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보약이다.
’우황공진단‘에서 우황은 심장을 튼튼히 하고 간기능을 활성화하여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불안감 답답함을 해소하고 세포의 활력을 극적으로 활성화해주는 확연한 작용을 한다. 이를 이용하여 예전에 우황청심환이 많이 이용되었는데 공진단의 묘를 살리면서 우황을 활용하면 수승화강 생명의 고리를 가장 튼튼히 할 수 있는 보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