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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막고 눈 가려도 꽃은 피우리

이서정, <민초 꽃>
[겨레문화와 시마을 16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민초 꽃

 

                                             - 이서정

 

   얕보지 마라

   태풍에도 살아남는 것이 풀뿌리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이들아

 

   봄을 빼앗긴 민초는 밟으면 밟을수록

   더 질기게

   더 깊게

   뿌리내린다는 것을 아는가

 

   귀 막고

   눈 가리고

   진실을 외면해도

   하늘을 가릴 수 없듯

 

   음지에도 태양은 뜨고

   꽃은 핀다

 

 

지난 5월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6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UNESCO Memory of the World)으로 올렸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1894년~1895년 조선에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기록물로 썩은 지도층과 외세의 침략에 저항하며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민중이 봉기한 사건이다. 한국이 번영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발판을 놓았으며, 유사한 나라 밖의 반제국주의, 민족주의, 근대주의 운동에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을 보면 농민지도자 20여 명이 방 가운데 백지를 펼치고 백지 가운데에 큰 사발을 엎어 놓고 사발을 중심으로 각자의 이름을 쓴 ‘사발통문’이 있는데 이는 동시에 참여자 모두가 주모자가 되어 똑같이 책임을 나누어지겠다는 뜻이 담겼다. 더 나아가 「동학농민혁명」은 힘없는 조선 백성들이 똘똘 뭉쳐 자유, 평등, 인권의 보편적 값어치를 지향했던 운동으로써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 이서정 시인의 <민초 꽃>이란 시를 보면 “봄을 빼앗긴 민초는 밟으면 밟을수록 / 더 질기게 / 더 깊게 / 뿌리내린다는 것을 아는가”라고 외친다. 그러면서 “귀 막고 / 눈 가리고 / 진실을 외면해도 /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라고 노래한다. 아무리 힘없는 민초라도 그들의 귀를 막고 눈을 가려도 그들은 다시 굳게 일어나 꽃을 피울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