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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정학유, <농가월령가 12월령>
[겨레문화와 시마을 17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십이월(음력)은 늦겨울이라 소한ㆍ대한 절기로다

     눈 덮인 산봉우리 해 저문 빛이로다

     새해 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가

     집안 여인들은 새 옷을 장만하고

     무명 명주 끊어 온갖 색깔 들여내니

     짙은 빨강 보라 엷은 노랑 파랑 짙은 초록 옥색이라

     한편으로 다듬으며 한편으로 지어내니

     상자에도 가득하고 횃대에도 걸었도다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 장만 하오리라

     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농가월령가 (음력 12월, 양력 1월)>

 

 

 

 

오늘은 24절기의 마지막 날 대한(大寒)이다. 이름으로 보아서는 가장 추운 날이지만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소한 무렵이 대한 때보다 훨씬 추울 때가 많다. 그러나 아직 이 무렵은 한겨울인지라 먹거리가 부족했던 옛사람들은 끼니 걱정이 컸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세끼 밥을 두 끼로 줄였다. 겨울철엔 나무 한두 짐씩 하는 것 말고는 힘든 농사일은 없어서 세끼 밥 먹기가 죄스러워 점심 한 끼는 반드시 죽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는 죽을 쑤어 먹음으로써 아직 남아있는 양식을 아껴서 돌아오는 보릿고개를 잘 넘기려는 뜻도 들어 있다.

 

그런데 이때는 농촌에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농한기지만 설날 직전이다. 여기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가사 <농가월령가>를 보면 “눈 덮인 산봉우리 해 저문 빛이로다

/ 새해 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가”라고 노래한다. 산봉우리에 음력으로 해가 지려 한다. 그래서 명절 설날을 맞이하기 전에 할 일을 마저 해야만 한다. 설날에는 설빔을 지어 입어야 했기에 무명이나 명주 옷감을 끊어 온갖 색깔을 들인다. 지금이야 시장에 가면 옷감들이 온갖 예쁜 빛깔을 뽐내고 있지만, 예전엔 직접 옷감을 짜고 물을 들여 옷을 해 입기도 했는데 식구대로 옷을 지어 상자에도 넣어두고, 횃대에도 걸어 두었었다.

 

그뿐이 아니다. 농가월령가에는 “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라면서 온갖 명절 먹거리 준비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 겨레는 설날이 되면 가래떡을 썰어 끓인 떡국을 꼭 먹었는데 떡국에 나이를 더 먹는 떡이란 뜻의 '첨세병(添歲餠)'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또 설날에는 ‘설술은 데우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세주불온’(歲酒不溫)'이라고 하여 찬술을 한 잔씩 마셨다. 이것은 옛사람들이 정초부터 봄이 든다고 보았기 때문에 봄을 맞으며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에서 생긴 풍습이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