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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호생지덕(好生之德, 살리려는 덕을 갖추다)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7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 때에는 계층이라 할 수도 없는 계급적 사회였다. 신분적으로는 하민, 소민에서 정착못하는 란민(亂民, 무리를 지어 다니며 안녕과 질서를 어지럽히는 백성), 난민(難民, 전쟁이나 재난으로 곤경에 빠진 사람), 부민(浮民, 일정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는 백성), 류민(流民, 고향을 떠나 이리저리 떠도는 백성), 유민(遊民, 직업이 없이 놀며 지내는 사람) 등이 있고, 경제적으로는 가난한 궁민(생활이 어렵고 궁한 백성), 빈민, 소민(小民, 상사람), 하민(下民, 서민) 등이 있고, 떠돌이 부랑민, 천민(賤民, 지체가 낮고 천한 사람)등의 부류가 있고, 정신적으로는 무지한 우민, 평민, 서민, 소민, 시기적으로는 휼민, 요민(饒民, 살림이 넉넉한 백성), 되살려야 할 화민(化民, 일반 백성) 등이 있다.

 

이런 모든 부류의 백성을 교육해 ‘자각하는 생민(生民)’으로 만들려 하는 것이 세종의 생각이었다.

 

ㆍ 백성[民]에서 생민으로

 

병이(秉彝) : “내가 생각건대, 하늘이 준 바른 덕과 진심 그리고 의젓하게 타고난 천성은 생민이 똑같이 받은 것이라, 인륜을 도타이 하여 풍속을 이루게 하는 것은 나라를 가진 자의 먼저 처리해야 할 요긴한 일이다. (세종 16/04/27)

 

생활 과정에서 일반 백성들을 우민(愚民)에서 ⟶ 훈민(訓民) ⟶ 생민(生民)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생민의 풀이 : (백성의 폐해를 구제하는 것 등에 관해) :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만 나라가 평안하게 된다. 내가 박덕(薄德)한 사람으로서 외람되이 생민의 주가 되었으니, 오직 이 백성을 기르고 어루만져 편안하게 하는 방법만이 마음속에 간절하여 ...고향 마을에서 근심하고 탄식하는 소리가 영구히 끊어져 각기 생생하는 즐거움을 이루도록 할 것이다. (세종 5/7/3)

 

세종이 ‘생민의 주’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것은 바로 백성을 대신하여 다스리는 대천이물 (代天而物, 유교적 철학 원리에 의하면, 임금은 ‘하늘을 대신해서 만물을 다스리는 사상)의 존재일 것이다. 그것이 임금이 된 까닭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늘’이란 건 바로 ‘백성’을 뜻한다.

 

이는 보다 더 구체적인 정치에서의 위상을 말해주고 있다. 마치 가족에서의 ‘아들과 아버지’ 혹은 한 가정의 ‘하인과 주인’의 관계를 상정하게 한다. 여기서 하인이라 할 때 ‘천인과 양반’의 관계라기보다 농부나 기술자(장인, 工人)로 주인과 일꾼의 관계 같은 분위기가 강한 것이다. 이렇듯 세종은 첫째 가족의 관계, 둘째 일하며 살아가는 백성의 주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단순히 백성의 임금이 아닌 ‘기가 살아 있는’ 생민의 주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임금의 일은 살리기 곧 백성을 살리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호생 : 더욱이 노비는 비록 천민이나 하늘이 낸 백성 아님이 없으니, 신하된 자로서 하늘이 낳은 백성을 부리는 것만도 만족하다고 할 것인데, 그 어찌 제멋대로 형벌을 행하여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임금된 자의 덕(德)은 살리기를 좋아해야 할 뿐인데, 무고한 백성이 많이 죽는 것을 보고 앉아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금하지도 않고 그 주인을 치켜올리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매우 옳지 않게 여긴다. (세종 26/윤7/24)

 

이는 앞서의 천민(賤民)이 곧 천민(天民)이라는 정언과 같은 말인데 다음에서 보듯 천직을 기쁘게 수행할 수 있게 일을 수행하려 한다. 곧 노비(奴婢)도 바로 천민(天民)이라고 확인하고 있다. 이는 천민(天民) 의식[사상]을 보여준다.

 

호생지덕(好生之德) : 말이 여기에 미치매, 전하께서 백성의 부모 되신 마음과 자애심(慈愛心)이 많은 덕으로써, 근심하고 조심하심은 말로써 비유하기 어렵습니다. 신 등은 가만히 생각하옵건대 백성을 괴롭혀서 역사를 일으키는 것은 비록 성인(聖人)이 할 수 없는 일이오나, 재해(災害)를 구하고, 환난(患難)을 방비하는 일은 실로 왕정(王政)의 먼저 할 바이니. (세종 3/7/3)

 

비가 한 달이 넘어도 그치지 않아서 도성 안이 다시 침몰할 근심이 있는 데서 나온 말이다. ‘호생지덕’을 실록에서는 ‘자애심이 많은 덕’이라고 번역하였으나 임금의 사명은 ‘만물을 살리는 임금의 할 바’[好生之德]인 사명감이라고 하겠다.

 

세종 25년 7월 10일에 가뭄이 들 때도 비를 오게 하려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나이 든 사람에게 영직(影職, 직함만 있고 할 일은 없는 직분)을 제수하고 환상(還上, 고을의 사창에서 봄에 백성에게 빌려주었던 곡식을 가을에 받아들이던 일)을 면제하는 것에 대해 의논함은 물론 백성이 기뻐할 일을 찾으라고 명한다. 구휼과 환상 면제에서 나아가 백성이 기뻐할 일을 찾으려 한다.

 

백성 기쁘게 할 일 : 임금이 말하기를 ... 환상(還上)에 이르러서는, 만약 액수를 헤아려 견감(蠲減, 조세의 일부를 면제하여 줌) 한다면 백성이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 각도의 환상에 대한 견감할 수량을 요량하여 마감해서 아뢰게 하고, 기타의 백성이 원망하는 것과 ‘백성을 기쁘게 할 일’[悅民之事]을 각각 다 진술하라.(세종 25/7/10)

 

특이한 사항은 이 ‘열민지사(悅民之事, 백성을 기쁘게 할 일)’는 《조선실록》 전체 가운데 세종 조에만 두 번 나오는 용어다. 백성이 기뻐하게 되면 백성은 생민이 되고 임금은 생민의 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