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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이야기, 읽고 나면 지식이 되는 책!

국립민속박물관 학술총서 1권, 번역총서 3권 펴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은 2023년 12월, 학술총서 1권과 번역총서 3권을 펴냈다. 학술총서와 번역총서는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주변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인문학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기획됐으며, 해마다 공모를 통해 주제를 뽑는다. 이번 학술총서는 마을 공동체가 모두 어울려 다산을 꿈꾸던 조선시대의 혼례문화가 주제가 되었으며, 번역총서는 인류에게 공통된 주제로 학술적 값어치가 크지만,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영어권, 일어권, 중국어권 인문학술서 3권이 대상이 되었다. 학술총서는 《삼베와 섬마》(2021)에 이어 두 번째로 펴낸 책이며, 번역총서는 처음 출간되었다.

 

□ 저출산의 시대에 읽는 다산의 시대 조선의 혼례문화

    - 국립민속박물관 학술총서2 《조선시대 혼인의 사회문화사》

 

출산과 가계의 계승이 목적이었던 혼인, 여성의 재가 금지, 일부다처와 처첩 차별, 혼례식 당일에 처음 본 사람과 하는 결혼… 불과 몇백 년 전의 조선시대에는 지금과는 너무도 다른 혼인 풍습이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지만 그 당시에는 법전에 조목조목 규정되어 이를 어기면 처벌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혼례는 장례와 함께 예로부터 그 원형이 크게 변화하지 않고 지속되어 오는 풍습이다. 그러나 혼례의 형식은 나라와 민족마다 다른 것은 물론 한 나라에서도 지역마다,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이 책은 오늘날과 다른 조선시대 전통혼례의 모습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여 조선사회에서도 시대별, 지역별로 달랐던 혼례문화를 분석하고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혼례를 통해 우리의 공동체 문화를 읽어내고자 한 책이다. 특히 혼인절차와 함께 실제 혼례문서나 일기 등 ‘혼례실행자료’를 통해 다양한 지역과 가계의 혼례의식과 혼인 뒤의 생활을 견줘 조선 사회가 지키고 추구하고자 했던 혼례문화를 촘촘하게 살펴보고자 했다.

 

□ 가깝고도 먼 사이, 신화와 역사 사이의 거리를 좁히다.

    - 국립민속박물관 번역총서1 《신화역사론》

 

역사는 기이하고 신비로운 내용의 신화를 역사의 한 장면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역사학은 신화를 역사의 외피를 쓴 허구라고 말하기도 하고 신화학은 역사는 신화를 통해 창조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신화역사론 – 현대사학사 만들기》는 이런 신화와 역사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고 역사 속 신화의 내용을 발견해 신화를 공동체 정체성의 기록으로 재평가하고자 한 책이다. 중세까지 신화는 국가와 민족이 존재하게 된 역사적 필연성을 설명하는 도구였다. 그러나 근대 역사학의 도입 뒤 신화는 단순한 신의 내력이거나 종교와 결합한 상상의 이야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살았던 이스라엘은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의 신화가 국가,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를 설명하고 있기에 신화와 역사를 완전히 분리하여 말할 수는 없다. 이 책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신화와 역사를 함께 바라보고 해석하는 신화역사(mythistory)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또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신화를 조명한 여러 역사학자의 저작을 소개하며 인간의 기록과 신의 서사 사이의 접점을 찾고 있다.

 

 

□ 일본민속학을 이끌었던 두 민속학자의 활동과 민속박물관 설립이야기

    - 국립민속박물관 번역총서2 《박물관적 상상력의 근대》

 

일본에서 민속학은 어떻게 하나의 학문이 되었으며 민속박물관은 어떻게 설립되기 시작했을까? 《박물관적 상상력의 근대 – 시부사와 케이죠와 콘 와지로》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이 책은 20세기 초, 민중의 삶과 풍습을 민속학의 방법으로 연구하고 기록하고자 노력했던 두 민속학자, 시부사와 케이죠(渋沢敬三)와 콘 와지로(今和次郎)의 학문적 성과를 돌아보고 일본에서 민속박물관의 설립과 의의를 확인해보고자 한 책이다.

 

이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식민지 조선의 민속을 연구하고 영향을 주며 민속을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민속이 일본인의 일상과 문화라는 생각을 가졌던 이들의 활동은 우리 고유의 풍속과 전통을 보호함으로써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향토를 지키고자 했던 동시대의 우리 민속학자들과 다르지 않다. 민속박물관의 값어치와 존재 방식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지금, 민속학을 향한 두 학자의 열정을 담은 이 책이 우리가 현재의 자리에서 민속을 실천하고 보존하는 방법을 찾는 길잡이가 되길 기대한다.

 

□ 중국 놀이문화의 역사를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 국립민속박물관 번역총서3 《중국유희사》

 

1976년 중국에서는 10만 년 전 사용하던 돌공(石球)이 발견되었다. 이 돌공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중국유희사》는 10만 년 전 돌공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어린아이의 무덤에서도 발견되는 돌공은 처음 사냥도구나 안전을 지키는 도구에서 사냥 기술과 방식의 변화에 따라 오늘날과 같이 던지고, 차고, 가지고 노는 놀이도구로 변화해 갔다. 이 책은 싸움닭을 조련해 맞붙게 하는 닭싸움, 오늘날 보드게임과 유사한 육박(六博), 고대의 축구놀이였던 축국(蹴鞠) 등 주로 중국에서 시작된 다양한 놀이문화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놀이문화를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세시절기의 놀이, 놀이와 관련된 역사적 인물이나 놀이에 따라 일어나게 된 역사적 사건 등 놀이문화의 전래를 통해 놀이가 행해지던 시대의 사회문화적 특징과 정신문명까지 밝히고 있기에 더욱 흥미로운 책이다.

 

앞으로도 국립민속박물관은 훙미롭고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를 공모해 국민에게 알기 쉬운 내용으로 풀어 소개하고자 하며, 이번에 발간된 책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에서 원문을 내려받아 읽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