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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이별은 마음이 만들어 낸 환영

[산사에서 띄우는 편지 14] 이별의 법칙 2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이별은 약속되고, 덧없는 시간 속에 만남과 헤어짐이 무량억겁(無量億劫, 헤아릴 수 없이 긴 시간) 윤회를 반복한다. 만난 자 기필코 떠나보내야 하고, 어느 것 하나 그대로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혹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내 것처럼 한순간도 놓지 않으려고, 떠나보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래 언제까지나 그대로 가지고 갈 것처럼 두 손 불끈 쥐고 있다. 이미 가버린 사람도 그리워한다.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라고 손짓한다. 그러나 아무리 달래도 갈 사람은 기어코 가고 만다.

 

가수 이범학은 <이별 아닌 이별>이란 시 속에서 재회를 절절히 그려내고 있다.

 

   “…어디서나 행복을 바라는 내 맘은

   무너진 내 안의 사랑이 번지면 다시 찾을 꺼야

   내사랑 굿바이 굿바이

   어디서나 행복을 바라는 내 맘은

   사랑한다는 그런 말보다 더 진실함을 이해해

   이젠 떠나가는 그대 모습 뒤로

   아직도 못다 한 나 만에 얘긴 하지마

   다시 언제까지 나만의 미련으로…“

 

맹자의 《진심장구(盡心章句)》에는 “往者不追 來者不拒(완자불추 내자줄거)” 곧 가는 사람 붙들지 않고 오는 사람 거절하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있다. 저 싫어서 가는데 잡아본들 무슨 소용 있으며, 또 제 발로 온다는데 막아설 이유가 어디 있느냐다. 사유가 어찌 되었든 너 나 할 것 없이 갈 때가 되면 가고, 올 때가 되면 오는 것이 인간사라고 했다. 또한 만나고 헤어짐이란 숙명적인 운명이라고들 말한다.

 

어느 단체 모임에서나 우스갯소리로 “go man go, is man is”라고 하면서, ’갈 사람 가고, 남아 있을 사람 있고‘라며 인연 되어 오게 되면 반가이 맞이하는 것이 예사로 되어있다. 그 때문에 이별을 결코 아쉬워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하며 위로한다.

 

이별은 사실 스스로 알고 모르고, 좋아하고 싫고, 원하고 원하지 않고를 떠나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하여 알게 모르게 만났다가 바람처럼 살며시 사라져 가는 것이 만남과 헤어짐의 법칙일 것이다.

 

어떤 이는 “나를 낳아 길러주신 소중한 부모님, 형제, 그리고 다정했던 친구들도 한사람 두 사람 내 곁을 떠나고 팔십이 넘으니 내 주위는 한가롭고 적적하기만 하다.”라고 했다. 이렇게 사람 인연뿐만 아니라, 내가 소중하게 아끼는 보석 패물과 다기(茶器), 서적들도 언제 스스로 놓아버리고 저 먼 곳으로 떠날지 모를 일이다.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집착과 욕심에 이끌려 이것저것 챙겨다 집 안 구석구석 빈틈없이 쌓아놓은 물건들이 가득하다.

 

 

한용운은 <이별은 미(美)의 창조>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이별은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 없는 황금과 밤의 울 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는 이별의 창조입니다.“

 

이별이라는 것은 새로운 미의 창조이자 희망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이별 뒤에 새로이 다가올 만남의 극치를 표현한 것이다. 또한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내 곁에서 떠나보낸다고 하더라도 이미 숙명적인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더 포근하게 다가올 임을 기다리는 숭고한 바람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 같다.

 

하여 내가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는 어떠한 것이라도 가볍게 놓아버릴 수 있고,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듯, 해맑게 피어난 장미 한 송이 꺾어 햇볕 잘 드는 창가에 올려놓는 여유로움 속에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답다고 하겠는가. 아름다운 삶이란 어느 것 하나라도 가볍게 집착에서 벗어나 놓아버리는 데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 한 구절을 더 음미해 보자.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激情)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별의 법칙에는 사랑과 미움이라는 것 가운데 어느 하나가 분명 마음속에 응축되어 있다. “사랑이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다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은 친한 사이라고 할 수 없다. 누구라기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서로 이상과 생각이 다르다는 뜻이 된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이라면 사랑이 미움으로 변질될 확률이 높다.

 

그 때문에 그런 경우라면 결국 사랑보다 미움이 성숙하여 헤어지기가 쉽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사랑과 미움은 동전 양면과 같다 했다. 《원각경(圓覺經) : 크고 바르고 광대한 내용을 가진 으뜸 경》에서도 “모든 인생의 고통은 사랑과 미움에서 비롯된다.”라고 하였다.

 

만남도 이별도, 사랑도 미움도 누구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모든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기도 하다. 또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오는 집착과 분별 차별에서 오는 현상인 까닭에 결코 나 아닌 상대 때문에 발생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때문에 만남을 가려서 만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거니와, 이별 또한 헤어졌다고 해서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닌 듯싶다.

 

이별은 분별과 차별에서 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분별과 차별은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무명(無明 : 어리석음, 어둠, 막힘, 미혹)에서 온다. 무명은 혼돈과 번뇌 무지를 가져온다. 무명은 마치 눈병이 났을 때 허공에 꽃이 보이거나 달이 두 개로 보이는 것과 같이 실제로는 없지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환영이라 말을 한다.

 

만남과 이별은 마음이 만들어 낸 환영이며, 마음은 무명에 덮여 둘로 보이는 것이다. 마음은 또한 미움과 사랑을 만들고 미움과 사랑이 만남과 이별을 수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만남도 없고 이별도 없다. 만남과 이별은 하나인 것이다.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마라”라는 말도 어쩌면 세상 모든 것이 환영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마음 두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광양 매화마을에 “매화꽃이 만발하다”라고 방송에 뜨기가 무섭게 각처에서 인파가 구름처럼 몰렸다. 요즘 진해에 벚꽃 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진해로 향하는 길목마다 차량 행렬은 수십 리 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꽃이 지고 나면 꽃나무 아래는 오는 이도 가는 이도 한가롭기만 하다. 이별의 법칙도 이와 같은 것 일게다.

 

일취一翠❘철학박사 

화가, 사진가, 위빠사나 수행자 

《해동문학》 (시). 《에세이포레》(수필) 등단. 해동문인협회 회원,

에세이포레운영이사

청정심원 선원장,

저서 : 《붓다와 108유희》,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