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김홍도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과 승려장인 정우의 작품인 「남원 대복사 동종」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은 1778년(조선 정조 2) 김홍도가 그린 작품으로, 북송(北宋) 영종(英宗)의 부마* 왕선(王詵)이 수도 개봉(開封)에 있던 자신의 집 서원(西園)에서 1087년경에 소식(蘇軾)과 이공린(李公麟), 미불(米芾) 등 여러 문인과 함께 다양한 문예활동을 즐겼던 ‘서원아집(西園雅集)*’을 주제로 한 것이다.
* 부마: 국왕의 사위 또는 공주의 남편
* 서원아집: 역사상의 특정 인물과 관련된 일화들을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인 고사인물도의 주제 가운데 하나로, 문인들이 차, 서화, 시 등을 나누는 모임의 모습을 담고 있음.
이 작품은 17세기 조선에 유입된 명(明)나라 시기 구영(仇英)의 작품 내용을 빌리고 있으나, 배경의 버드나무를 비롯해 암벽, 소나무 등을 과감한 필치로 그려내어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길상적 의미를 지닌 사슴과 학을 그려 넣어 조선의 서원아집도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중국에서 유래한 화풍을 조선화하여 재창조해 발전시킨 조선시대 회화사의 독자성, 창조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모두 6폭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수묵담채(水墨淡彩, 동양화에서 먹으로 그린 그림에 엷은 채색을 더한 것) 표현되어 있는데, 5폭에서 6폭 상단에 14행으로 김홍도의 스승 강세황의 제발*이 적혀 있다. 여기에는 1778년 9월에 이 작품이 완성되고 3달 뒤인 1778년 12월 강세황이 김홍도를 ‘신필(神筆)’이라고 칭송한 내용이 담겨 있어, 김홍도의 예술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 제발: 그림의 제작 배경, 감상평 등을 기록한 것
또한, 조선 후기에 성행한 문인들의 아회(雅會, 모임) 문화를 대표하고, 김홍도의 34살 화풍을 살필 수 있는 기년작*이라는 점에서 회화사적으로 중요한 값어치를 지니며, 이후 유행한 서원아집도 병풍의 새로운 모델을 제기한 작품으로서도 값어치가 있다.
* 기년작(紀年作) : 제작연대를 알 수 있는 기록이 있는 작품
「남원 대복사 동종」은 몸체에 새겨져 있는 주종기*를 통해 승려장인 정우(淨祐)가 신원(信元) 등 7명과 함께 1635년(조선 인조 13) 제작하였음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처음 영원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되었다가 영원사가 폐사된 이후 현재의 봉안 절인 남원 대복사로 옮긴 것으로 여겨진다.
* 주종기: 종의 제작 배경, 제작자, 재료 등의 내용을 담은 기록
동종의 제작을 주도한 정우와 신원은 17세기 전반에 재건 불사가 진행되는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승려 주종장(鑄鍾匠)이다. 이들의 초기 작품인 남원 대복사 동종은 종의 어깨 부분을 장식하는 입상연판문대(立狀蓮瓣文帶)*,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보살입상 등 고려시대 동종 양식을 계승하는 한편 종뉴(종을 매다는 고리)는 쌍룡의 외래 양식을 절충하였다. 동시에 입상연판문대에 마치 연화화생(蓮華花生)*의 장면처럼 연출한 인물 표현, 불법의 전파와 국가의 융성을 기원하는 원패*를 도입한 점 등은 조선 후기라는 시대성과 작자의 개성을 담아낸 부분으로 공예사적으로 값어치가 크다.
* 입상연판문대: 종의 꼭대기 천판과 어깨 부분 경계에 둘러싸이는 장식
* 연화화생(蓮華花生): 인간이 연꽃 속에서 태어나는 장면
* 원패: 불교의식구 가운데 하나로 기원하는 내용을 적어 만든 패 가운데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