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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석문학100리길' 답사기

젊은이들의 소확행 중요시하는 현상 바람직

효석문학100리길 답사기 제2-2구간 (8)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산에 있는 활엽수들은 이제 거의 다 새잎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싱싱한 연두색 기운이 새잎에서 힘차게 뿜어져 나온다. 사람으로 견주면 십 오륙 살의 소년 같다고 할까? 참으로 좋은 계절이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표현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조그만 다리, 구룡교를 건너간 일행이 가지 않고 서 있다. 내가 오기를 기다린다. 다리를 지나서 길이 양쪽으로 갈라지는데 이정표가 없어서 나를 기다리는 것이다.

 

 

나는 며칠 전에 사전 답사 차 이 길을 갔기 때문에 알고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마을을 지나는 길이고, 왼쪽 길은 하천 둑길이다. 두 길은 조금 지나 다시 만나므로 어느 길로 가든지 길을 잃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처음 걷는 답사객은 불안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평창군 담당자에게 이곳에 표지판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이효석은 어느 쪽 길을 걸었을까?

 

이효석은 마을로 난 길을 걸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걷는 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콘크리트 둑길은 최근에 하천정비공사를 하면서 만들었을 것이다. 옛날 길은 직선보다는 곡선이 많다. 곡선은 자연을 따라 만들어진다. 옛날의 마을길은 모두 구불구불 곡선이다.

 

비용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인은 직선을 좋아한다. 분당이나 동탄 같은 신도시의 길들은 모두 직선이다. 최근에 만든 고속도로는 고가도로를 만들고 터널을 뚫어서 최대한 직선에 가까운 길로 만든다. 자동차는 직선 길을 좋아한다. 현대인은 직선 도로를 만들고 직선 방조제를 만든다. 구불구불한 자연 하천도 정비 공사를 하여 직선으로 만든다.

 

답사기를 쓰다가 우연히 직선과 곡선에 관해서 법정스님이 쓴 글 한 편을 발견하였다. 음미해 보니 뜻이 깊다. 여기에 소개한다.

 

직선과 곡선

 

사람의 손이 빚어낸 문명은 직선이다. 그러나 본래 자연은 곡선이다. 인생의 길도 곡선이다. 끝이 뻔히 내다보인다면 무슨 살맛이 나겠는가! 모르기 때문에 살맛이 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곡선의 묘미다. 직선은 조급, 냉혹, 비정함이 특징이지만 곡선은 여유, 인정, 운치가 속성이다. 주어진 상황 안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 그것 역시 곡선의 묘미이다. 때로는 천천히 돌아가기도 하고 어정거리고 길 잃고 헤매면서 목적이 아니라 과정을 충실히 깨닫고 사는 삶의 기술이 필요하다.

 

오른쪽 길을 따라 마을로 접근하자 멀리 서울대 안쪽에 커다란 안테나가 보인다. 전파망원경이다. 답사기를 쓰기 위하여 서울대 평창캠퍼스 자료를 검색하다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를 보았다.

 

 

평창캠퍼스는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 연구개발과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며 추진되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멀다는 지역적인 한계에 부딪혀 기업들이 찾지를 않아서 지금은 세금 먹는 하마로 변했다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비판에 부응하여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로 평창캠퍼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0년 11월에 한국천문연구원의 우주전파관측망의 네 번째 전파망원경이 평창캠퍼스 내에 구축된다고 발표되었다. 지름 21m 크기의 전파망원경은 2024년에 정식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이 전파망원경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전파망원경들과 연결해서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든다고 한다. 이 가상의 망원경을 이용하여 블랙홀의 영상을 포착하려는 국제협력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전파망원경은 현재는 시범 운영 중이며,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관측 운영을 시작한다고 한다.

 

2022년 3월에 서울대학교병원과 평창군은 ‘지역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협약식’을 갖고 평창군민을 위한 역내 의료센터 설립 등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평창 출신인 이광재 (전) 국회의원이 이 사업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의 부동산 업계에서는 노인병원이 추진된다고 소문이 났었는데, 현재 이 사업은 답보 상태에 있는 것 같다.

 

평창캠퍼스는 평창역 가까이에 있다. 편리한 교통과 넓은 부지를 이용하면 좋은 사업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먼 지역이라는 조건을 약점보다는 강점으로 이용하는 사업을 창의적으로 개발하기를 기대한다.

 

 

평창캠퍼스를 오른 쪽에 두고 우리는 산 아래에 있는 구불구불한 길을 계속 걸어갔다. 이날 걷는 길은 유난히 구부러진 곡선길이 많았다. 이효석이 걸었던 길은 곧은 신작로(新作路)가 아니라 좁고 구부러진 옛날 길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넓은 직선 도로를 만든 곳은 전라북도 전주와 군산 사이를 잇는 ‘전군도로’였다. 1906년 일제는 7개년 사업으로 한국의 주요 도로를 개수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맨 첫 사업으로 46.4km 길이의 전군도로를 1908년에 완공하였다. 일제는 왜 한국 첫 신작로를 전주와 군산 사이에 만들었을까?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을 읽어 보면 전군도로는 호남평야에서 생산되는 쌀을 수탈하여 군산항을 통하여 일본으로 보내기 위하여 만들었다.

 

옛길 따라 계속 걸어가자 ‘바이오교’가 나온다. 바이오교 오른쪽으로 길 따라 올라가면 서울대 평창캠퍼스의 남문이 나온다. 평창캠퍼스는 매우 커서 출입문을 4개나 만들었다. 남문은 제일 남쪽에 있는 문이다.

 

바이오교는 평창캠퍼스를 만들면서 새로 만든 다리 같다. 다리 이름에서부터 옛날 다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오교 옆에 커다란 펼침막을 걸어놓았다. 다리 중간에 홍수조절관측소를 만드는 공사를 한다는 내용이다. 아마 자동수위관측시설을 만들 모양이다. 하천의 수위를 자동으로 기록하여 한강홍수통제소로 송신하는 시설을 만든다는 것이다.

 

 

바이오교를 건너자, 둘레길 표지판의 목적지가 광천선굴로 바뀐다. 바이오교 지점에서 둘레길은 대화천을 만난다. 이제부터 우리는 대화천의 왼쪽 둑길을 따라 남쪽으로 걷는다.

 

길 따라 조금 걷다가 외로이 서있는 나무를 보았다. 수형(樹形)이 아름답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개복숭아 나무다. 우리 집에 개복숭아 나무가 두 그루 있어서 잎만 보고도 알 수 있다. 지난번 걸을 때는 곳곳에서 예쁜 꽃이 만발한 개복숭아 나무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불과 2주 만에 그렇게 예쁘던 연분홍색 꽃은 다 시들고 꽃의 흔적만 남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아무리 예쁜 꽃도 열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화무십일홍은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노래의 가사에도 나온다.

 

1절

노네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 지면은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얼시구 절시구 차차차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차차차)

화란춘성(花爛春盛) 만화방창(萬花方暢)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차차차 (차차차) 차차차 (차차차)

 

2절

가세 가세 산천경개로 늙기나 전에 구경 가세

인생은 일장의 춘몽 둥글둥글 살아 나가세

얼시구 절시구 차차차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차차차)

춘풍화류 호시절에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차차차 (차차차) 차차차 (차차차)

 

이 노래는 1962년에 가수 황정자가 발표한 노래로서 정식 제목은 ‘노래가락 차차차’지만, 일명 ‘노세가’라고도 부른다. 내가 반세기 전, 젊었을 때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가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열심히 일해야지 놀기만 하면 되나? 가사가 퇴폐적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반세기가 지나 요즘에는 ‘노세 노세’가 퇴폐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여행을 다니거나 둘레길을 걷는 것도 늙기 전에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들어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면 몸이 마음을 따라갈 수가 없다. 젊어서 일은 안 하고 놀기만 해서는 안 되겠지만, 일하는 틈틈이 여행도 가고 등산도 하고 둘레길을 걷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요즘 젊은이들이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중요시하는 현상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요즘 청년들이 집을 사기 전에 차부터 사는 현상 역시 나는 인정할 수 있겠다.

 

조금 내려가자 오른 쪽에 다리가 나타난다. 나는 사진을 찍느라고 계속 일행과 떨어져서 걸었다. 앞서가던 일행이 다리 중간에 멈추어 서서 무언가를 내려다본다. 조금 뒤에 다리에 도착하여 살펴보니 다리 이름이 ‘굴앞마을교’이다. 약간은 촌스럽지만 정겨운 이름이다. 나도 다리 중간에서 내려다보니 물고기 떼와 다슬기가 보였다. 대화천은 아직은 오염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굴앞마을교를 건넜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부터 대화천의 오른쪽 둑길을 걷는다. 대화천은 평창강의 지류기 때문에 수량이 많지는 않다. 대화천은 백적산(고도 1143m)에서 발원하여 대화면 신리의 묘련사 옆을 지나 모릿재골을 따라 흘러내리다가 하안미에서 평창강과 합수한다. 대화천은 아직은 자연하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아름다운 하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