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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경험지방(經驗之方, 경험으로 안 방책)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18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백성이 잘사는 길을 추구하는[民爲邦本] 세종은 그 실천과정의 하나로 신제(新制, 新製)나 창제를 목표로 삼았다. 그 방법으로는 고전에서 관례를 찾고 토론을 통해 현실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이를 실천하고 법제화 해나가려 했다. 여기서 또 하나는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체계화하고 활용하고자 한 것이었다.

 

(각도에 《농상집요》 등에 따라 경작할 것을 권면하다.) 호조에 전지하기를, "각도에 공문을 내어 메밀을 경작하게 하되, 《농상집요(農桑輯要)》ㆍ《사시찬요(四時纂要)》 및 본국(本國)의 경험방(經驗方)으로 시기에 따라 경작할 것을 권면시키라." 하였다.(⟪세종실록⟫5/6/1)

 

이미 농사짓는 방법에 대해 경험과 논리적인 방법을 종합해 만든 《농상집요(農桑輯要)》ㆍ《사시찬요(四時纂要)》가 있지만 여기에 우리나라 및 각 지역 특성에 맞는 ‘경험방’을 활용하여 경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전의제조(典醫提調, 궁중에서 약을 짓고 질병을 치료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청의 우두머리) 황자후(黃子厚)가 종친 양부 이외에서는 병가에서 말을 보내어 의원을 청할 것을 아뢴 일이 있었다.

 

“병이 나면 치료할 처방 방안으로 《집성향약방(集成鄕樂方)》은 너무 복잡하고 약이 맞지 않는 것이 많으며, 또 약독(藥毒)의 유무를 분별하지 아니하고, 또 어른ㆍ어린이ㆍ늙고 약한 병자에 대한 복약의 많고 적음을 분별하지 아니하고, 한데 몰아쳐서 아무 병에는 몇 환(丸), 몇 그릇을 복용한다고 하였습니다. 옛사람의 말에, ‘병이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약이 사람을 해친다.’라고 하였으니, 이 말은 확실합니다. 이 《향약방》은 당약(唐藥)을 쓰지 아니하고 오로지 지방에서 방법을 배우지 아니한 사람이 쓰기 위한 것입니다”.(⟪세종실록⟫15/6/1)

 

이 복잡한 처리에 황자후가 다른 한 방책으로 경험적으로 대처해 온 경험방을 들고 있다. ‘항상 타국에 대한 예에 바탕하여 감초(甘草)의 이름조차 듣지 못한 사람은 자연히 목숨을 하여 8, 90살을 사는데, 서울의 부호는 갑자기 병을 얻으면 약을 많이 써도 결국 효력을 보지 못하니, 이것은 의원이 약을 쓸 줄 모르기 때문만은 아니니,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은 오로지 명에 달린 것’이라며 이 복잡한 약 처리에 다른 한 방책으로 경험적으로 대처해 온 경험방을 들고 있다.

 

“옛사람이 말하는 백일 선방(百一選方), 또는 이간방(易簡方), 혹은 촬요(撮要), 혹은 경험 양방(經驗良方)이라 하는 것이 있으니, 신은 이 향약방 안에 모든 병의 논증을 그대로 두어 삭제하지 말고, 경험한 좋은 약을 정밀하게 뽑고 간략하게 모아서, 각각 그 방문(方文) 밑에 약의 우리말 이름과 독의 유무, 노소(老少)의 복용법 등을 각주(脚註)하여, 어리석은 백성으로 하여금 쉽게 알게 하면, 약을 맞게 쓰고 병을 쉽게 고칠 수 있습니다.(⟪세종실록⟫15/6/1)

 

약을 구하기 어렵고 너무 전문적인 처방보다 <향약방>이라는 경험치에서 오는 약을 중시하자는 것이다. 이 현장의 경험을 중히 여기는 정신은 하나의 지혜로서 ‘경험’이나 ‘경험방’ ‘경험양방(經驗良方)’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치료의 구체적인 방법의 하나로 침과 뜸을 이야기한다.

 

“또 병을 속히 고치는 데는 침과 뜸만 한 것이 없습니다. 의원으로서 침놓고 뜸 뜨는 구멍을 밝게 알면, 한 푼의 약도 쓰지 않고 모든 병을 고칠 것이니, 지금부터 중국의 의술을 익히는 법에 따라 각각 전문(專門)을 세우고 주종소(鑄鍾所)가 구리로 사람을 만들게 하여, 점혈법(點穴法, 침 놓는 방법)에 의하여 재주를 시험하면, 의원을 뽑는 법이 또한 확실할 것입니다.”(⟪세종실록⟫15/6/1)

 

또 하나의 굶주림을 줄이는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경험진제방》에 따라 굶주림을 구제하다) 전지하기를, "《경험진제방(經驗賑濟方)》에 도라지가루 한 숟갈, 잡채(雜菜) 한 줌, 장과 소금 각각 한 숟갈을 타서 이를 달여 먹으면 한 사람의 굶주림을 구제할 수 있으니, 농사에 실패한 각도에 널리알려 시골 백성에게 두루 알리게 하라." 하였다.(⟪세종실록⟫18/8/25)

 

그리고 유행하는 전염병을 치료하는 의방과 경험방을 동시에 쓸 것을 강조한다.

 

(다른 나라의 유행ㆍ전염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방문으로 써서 주지시키도록 하다) 예조에 전지하기를, "다른 나라의 돌림병을 치료하는 법은 《육전(六典)》에 실려 있으나, 그러나 수령이 구료에 마음을 쓰지 않을 뿐 아니라, 구료하는 방법을 아직 다 알지 못하여, 이 때문에 돌림병으로 죽는 사람이 많이 있으니 진실로 가엾다고 할 것이다. 널리 의방(醫方)을 필요한 부분을 뽑아 내려보내서 서울과 지방의 집집마다 주지(周知)시키도록 하여, 정성을 다하여 구료하면 사망에 이르지는 아니할 것이니, 나의 불쌍히 여기는 뜻에 맞도록 하라." (⟪세종실록⟫16/6/5)

 

경험양방(經驗良方)으로 전염되는 급성 돌림병에 한 자리에 살아도 서로 감염되지 않는 방문은, 매일 이른 아침에 세수하고 참기름[眞香油]을 코안에 바르고, 누울 때에도 바른다. 급작스러운 시간이라 약이 없으면, 곧 종이 심지를 말아서 콧구멍에 넣어 재채기하는 것이 좋다."라고 하였다. (⟪세종실록⟫18/8/25)

 

의료 치료에 전문지식이 모자란 시대에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하나의 처방으로 활용한 세종시대를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