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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자신지리(自新之理, 스스로 새로워지는 이치)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보는 세종의 사상 19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사람이 과거의 자기에게서 벗어나 새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을 실록 속의 글을 통해 보면 몇 단계로 나누어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이 변화해 갈 수 있다는 전제로는 ‘사람의 본성은 같다’라는 것이다.

 

시작 단계는 자각에서 출발한다. 다음 단계는 자성과 각성 등이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회개와 후회, 회오다. 그리고 다음 단계인 회생과 재생이다. 마지막 단계는 갱생의 단계다. 이때 ‘자신지리(自新之理)’의 원리에 따라 감오(感悟)에 이른다. 이런 전제에서 ‘자신지리’에 이르는 길을 찾아보자.

 

이 길의 전제에 ‘본성의 회복’이 있다.

 

병이지천(秉彝之天) : 사람은 진실로 각기 상도(常道)를 지키는 천성(天性)이 있다. (⟪세종실록⟫ 11/4/4)

 

천성 : (집현전에서 《삼강행실》을 펴내 서와 전문을 더불어 올리다) 삼대(三代)* 의 정치가 훌륭하였던 것은 다 인륜(人倫)을 밝혔기 때문이다. 후세에서는 교화가 점점 쇠퇴하여져, 백성들이 군신(君臣)ㆍ부자(父子)ㆍ부부(夫婦)의 큰 인륜에 친숙하지 아니하고, 거의 다 타고난 천성(天性)에 어두워서 항상 각박한 데에 빠졌다. 간혹 훌륭한 행실과 높은 절개가 있어도, 풍속ㆍ습관에 옮겨져서 사람의 보고 듣는 자의 마음을 일어나지 못하는 일도 또한 많다. (세종실록 14/6/9) (* 삼대三代): 하 · 은 · 주, 정치적 모델로서의 삼대라 하겠다.)

 

본성 : (우사간 김고가 세자의 강무 수종에 관해 아뢰다) 착한 일을 하고 악한 일을 하는 것은 본성에 달린 것이지, 나이의 어리고 장성한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세종실록⟫ 13/2/5)

 

사람은 상도(常道, 정상적인 법도)를 지키는 천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교화가 퇴화하고, 습속에 젖어 있어 이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이 새로워지는 것은 자존(自尊) 곧 자기존중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스로 새로워지는 시작은 자존(自尊)에서부터 출발한다.

 

자신(自新)의 한 요소로서 자신(自身)을 소중히 여기는 ‘자존’도 거듭나기의 한 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나라의 관리가 자기 임무를 마음으로 수행하는지는 자존감과 관계있고 동시에 직(職이) ‘천직’이 되는지 아닌지의 여부도 이 자존감의 여부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실록 안에서 ‘자존’은 자기 존중, 자기 존엄 등으로 쓰이고 있다. 그 가운데는 잘못 자존을 내세우는 일은 겸손하지 못하다고 여겨 여진과 왜가 자존감을 내세우는 데 대해 부정적 시선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민족의 다른 관점이라는 차이어서 부정과 긍정의 상대적(相對的) 표현인 면도 있다. 곧 여진이나 왜의 처지에서는 자기를 내세워 자기를 지키는 일이 될 터이니 긍정적이기도 하다.

 

자존 : 초무관(招撫官) 강권선(康勸善)이 일기도(一岐島)에서 돌아와 아뢰기를, 호자(呼子)ㆍ압타(押打)ㆍ지좌(志佐)ㆍ좌지(佐志) 등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통신하기에도 어려우며 일본 국왕의 명령 역시 미치지 않아, 그 가운데서 망령되게 자존(自尊)하면서 잔인하고 난폭하오나, 모두들 도서(圖書)를 받고 우리 조정에 귀순하기를 원하오니, 청하건대 이 섬의 두목들에게 예전 같이 내왕하게 하고, 이따금 양식이나 주고 도서를 주어 뜻밖의 우환을 대비하게 하소서.(⟪세종실록⟫26/ 4/30)

 

그러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호자ㆍ압타 등이나 통일이 안 된 일본에서는 좌우의 눈치를 보고, 조선의 눈치를 보면서 결국은 도서[책]를 통한 교화과정에서 귀순하고자 한다. 여기서 자존(自尊)은 자기를 죽이기도, 때로 내세우기도 하는 생존의 수단이다. 옳고 그르고,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닌 현실적인 생존의 한 방안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긍정 부정의 세계를 떠나 생존을 위해 자존하는 사람도 생생화의 길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망자존대(妄自尊大) (⟪세종실록⟫ 7/11/4) 망령되게 스스로 높은 체하고.

망자존대(妄自尊大) (⟪세종실록⟫ 26/4/30) 대마도 왜인의 자세

자존통중(自尊統衆) (⟪세종실록⟫ 13/1/10) 동맹가첩목아의 자존.

 

이러한 자기 과신, 자기과대에 대해 스스로 바로잡아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제자리에 놓아야 한다.

 

자존이불긍하마(自尊而不肯下馬) (⟪세종실록⟫27/9/4) 자존이 받아들일 수 업게 자기 과신.

자존기신(自尊其身) (⟪세종실록⟫30/4/22) 스스로 높이어.

병개자존(竝皆自尊) (⟪세종실록⟫30/9/14) 모두 스스로 높이어.

 

 

세종의 사람됨에 따른 마음가짐에 관해서는 여러 설명이 가능하다. 외부 상황의 차이와 개인의 인지적 측면에서 생각하기[思惟], 자기 관리와 정서적 측면에서 거짓 없음, 성실 그리고 판단ㆍ행위적 측면에서의 합리성, 실천성 등 여러 사례가 있을 것이다. 다만 마음속으로 성의를 다하여 사심 없이 판단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자기 업(業)에 충실하여야 한다. 사람이 할 일을 다 하면 뜻이 하늘에 닿는 것이다.

 

진심(盡心) : 하늘의 뜻을 사람이 돌이킬 수는 없으나, 인력(人力)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다해서 하라. (⟪세종실록⟫13/5/22)

 

( 참고 : ‘마음’이란 조선조 철학의 대명사가 될 만하다. 《조선실록》에 ‘마음’으로 ‘心’ 원문은 49,883건 ‘마음’ 국역은 41,596건으로 각 4만여 건이 나타난다. 유교의 또 다른 덕목인 충의(忠義) 원문 1,215건, 도리(道理) 1,073건, 대덕(大德) 615건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