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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국립중앙박물관을 사랑한 ‘국박 바라기’

《보고, 쉬고, 간직하다》, 이현주, 아트레이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국박!’

국립중앙박물관을 줄여 부르는 애칭이다. 요즘 ‘국박’이 인기다. 예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묵직한 이름이 주는 엄한 느낌이 강했다면,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소장품이 있는,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 있는 친근한 곳으로 느끼는 사람이 더 많다.

 

이 책, 《보고, 쉬고, 간직하다》의 지은이 이현주는 일편단심 국립중앙박물관을 사랑해 온 ‘국박 바라기’다. 1990년 <박물관 신문> 담당자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사해 홍보전문경력관으로 33년째 일하고 있다. 그냥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신바람 나게 일한다.

 

 

3년 동안 박물관신문에 ‘박물관 풍경’을 찍어서 게재하기도 했고, 날마다 아침 SNS에 박물관이 관련된 글과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책도 한 일간지에 박물관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아 연재한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칼럼을 엮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 박물관을 향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박물관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독자가 있다면 생각이 바뀔 것 같다. 박물관의 ‘제철 풍경’은 어떤 것인지, 박물관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어떤 것인지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장소 가운데 가장 마음을 붙잡는 곳은 ‘청자정’이다. 박물관에 꽤 자주 가면서도 연못에 있는 정자는 항상 무심히 보아 넘겼는데, 그야말로 ‘재발견’이다. 청자정은 2009년, 우리나라 첫 근대적 박물관인 제실박물관(1909년 11월 1일 개관)을 일반인에게 공개한 지 100돌이 되던 해를 기려서 지은 것이다.

 

그러면 왜 이름이 청자정일까? 바로 청자 기와를 얹어서다. 기와가 청자인 것은 퍽 생소할 수 있으나, 실제로 고문헌에 보면 청자 기와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고려사》에 “의종 11년(1157년) 봄 4월 고려궁 후원에 연못을 팠다. 거기에 청자를 세우고 이름을 양이정(養怡亭)이라고 했는데, 양이정에 청자 기와를 덮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은 고려 궁궐터였던 개성 만월대에서 청자 기와가 발견되고, 1965년 전남 강진군 발굴조사에서 청자 기와 조각을 발견하면서 사실로 입증됐다. 청자정에 올려진 청자기와는 이를 고증해 만든 것이다. 청자기와는 오늘날 현대 건축물에 적용해도 참 이색적이고 아름다울 것 같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라면 한 번쯤 인상 깊게 보았을 ‘괘불’을 거는 모습도 신선하다. 괘불은 특별한 법회나 의식을 할 때 야외에서도 신도들이 볼 수 있도록 내거는 대형 불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해마다 초파일이 다가오면 불교회화실 한 벽면에 괘불을 거는데, 평소에 보기 힘든 절 소장의 괘불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거는 과정도 까다롭다.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온 괘불을 조심스럽게 펼쳐 학예사와 학예관, 연구원이 함께 점검하고 유물의 상태를 빠짐없이 기록한다. 상태 점검을 마치면 다시 말아서 벽면 앞으로 옮기고, 도르래에 매달아 조금씩 펼치면서 건다.

 

괘불은 워낙 크다 보니 걸기도 쉽지 않아서, 심지어 괘불을 소장한 절에서도 수년에서 십수 년 동안 펼쳐보지 못하는 곳들이 많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지금 자리인 용산으로 이전하고 나서야 높이 12미터의 큰 벽면을 활용해 괘불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은이가 애정을 쏟았던 <박물관신문>에 대한 소개도 실려 있다. 박물관신문은 생각보다 역사가 무척 깊다. 1970년 7월 사외보로 창간되어 국립중앙박물관과 소속 박물관의 소식을 일반인들에게 매월 꾸준히 알리고 있다.

 

(p.201)

박물관신문은 창간 당시 ‘박물관뉴우스’라는 제호로 타블로이드판(B4 사이즈) 크기에 흑백 4면으로 발간됐다. 1996년 8월호인 300호부터는 사진 등 일부가 컬러로 인쇄되기 시작했다. 2009년 11월에 36면 분량의 잡지 형태로 바뀌었으며, 2023년 3월 기준 52면의 지면으로 619호가 발행됐다. 박물관신문 표지에 쓰인 ‘박물관신문’이라는 글자는 국립중앙박물관 최순우 4대 관장의 글씨다.

 

이 책은 2023년 9월 출간되어 약 1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을 애정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은이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박물관과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자랑스럽게 자신의 일터를 주위에 알리고, 30년이 넘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지은이는 직업인으로도, ‘박물관 사람’으로서도 참 행복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보고, 쉬고, 간직하다’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박물관으로 피서를 떠나 보고, 쉬고, 간직했으면 좋겠다. 그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