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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가 기르는 고양이, 흉악한 여우로세

정약용, <늙은 고양이 이야기>
[겨레문화와 시마을 20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늙은 고양이 이야기(이노행-貍奴行)

 

                                                                                - 정약용

 

     南山村翁養貍奴(남산촌옹양리노) 남산골 늙은이 고양이를 기르는데

     歲久妖兇學老狐(세구요흉학노호) 해가 묵자 요사하고 흉악한 늙은 여우되었네

     夜夜草堂盜宿肉(야야초당도숙육) 밤마다 초당에 두었던 고기 훔쳐 먹고

     翻瓨覆瓿連觴壺(번강복부연상호) 항아리 단지 뒤집고 잔과 술병까지 뒤진다네

 

 

 

 

지난 2021년 대학교수들은 그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뽑았다. ‘도둑을 잡은 자(고양이)가 도둑(쥐)과 한통속이 됐다.’라는 뜻이다. 그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ㆍ로비 의혹 사건이 터졌다. 하지만 그때 고양이의 발톱은 무뎠다. 특히 대장동 사건은 화천대유가 정계와 법조계에 로비했다는 ‘50억 클럽’의 의혹이 터졌어도 실체 규명 수사는 3년이 지난 지금껏 지지부진하다.

 

다산 정약용은 ‘감사론(監司論)’에서, “토호와 간사한 아전들이 도장을 새겨 거짓 문서로 법을 농간하는 자가 있어도 ‘이것은 연못의 고기이니 살필 것이 못 된다.’ 하여 덮어두고, 효도하지 않고 그 아내를 박대하며 음탕한 짓으로 인륜을 어지럽히는 자가 있어도 ‘이는 말을 전하는 자가 지나친 것이다.’ 하여 모르는 척 넘겨 버리며, 수령이 나라 세금 도적질하기를 자기가 한 것과 같으면 용서하여 그냥 두는 것은 물론 자기 행적을 으뜸이라고 하여 임금을 속이니, 이와 같은 자가 어찌 큰 도적이 아니리요.”라고 말한다.

 

위 시 <늙은 고양이 이야기(이노행-貍奴行)>는 다산 정약용이 1810년에 지은 고양이를 풍자한 것으로, 다산의 대표적인 우화시(寓話詩)다. 남산골 늙은이는 백성, 쥐는 백성의 재물을 수탈하는 수령과 아전, 고양이는 감사(監司)에 각각 견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쏟아내고 있다. 이 시의 마지막 연을 보면 “너는 큰가마 타고 거만을 부리면서 쥐떼의 떠받듦만 좋아하고 있구나”라고 탄식한다. 어쩌면 이런 표현은 현시대의 행태 역시 꾸짖고 있는지도 모른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