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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비극은 거울의 발명에서 비롯돼

우린 하루에 몇 번씩 거울 앞에 서는 자신에게
[정운복의 아침시평 225]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간의 비극은 거울의 발명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돌도끼 들고 사슴 쫓던 시대에는 거울이 있을 수 없었으니

기껏해야 고인 물에 자신을 비춰보는 것이 전부인지라

누구든 생김새에 대한 불만이 없었을 듯합니다.

 

청동기 시대에 이르러 인류는 구리거울을 갖게 됩니다.

구리합금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구리 동(銅), 거울 경(鏡) 자를 써서 동경(銅鏡)이라고 부르지요.

청동 거울의 뒷면에는 손으로 잡거나 매달 수 있도록 손잡이나 고리를 달았는데

이를 뉴(鈕)라고 합니다.

특히 지배층의 뉴는 여러 가지 섬세한 조각이나 기하학적 무늬로 장식되었지요.

 

<다뉴세문경(多鈕細紋鏡)>은 고리가 많이 달리고 섬세한 조각이 있는 거울이란 뜻입니다.

박물관에 가면 먼 과거에 쓴 거울을 볼 수 있지요. 지금은 녹슬고 불투명하여 반사가 제대로 안 되어서 얼핏 거울의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거울도 실제로 사용되던 당시에는 아주 매끈해서 사물을 잘 비추어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매끈하게 연마한 거울 면이 부식되고 긁히며 표면이 거칠어져 반사력이 떨어진 것뿐이지요.

 

 

그리고 거울의 앞부분은 매끈한 상태로 볼 것이 없고

뒷면에 멋진 무늬와 그림이 그려져 있으므로 유물을 뒤집어 전시한 이유도 큽니다.

유물 앞뒤를 다 볼 수 있도록 뒤쪽에 거울을 놓아두는 것도 한 방법인데 말이지요.

 

‘파경(破鏡)’이란 말씀이 있습니다.

거울을 깨뜨린다는 뜻이지요.

부부가 좋지 않은 일로 결별하거나 이혼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데

본래는 헤어진 부부가 다시 합칠 것을 기약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난리 통에 헤어지게 된 부부가 거울을 두 쪽으로 깨뜨려 한쪽을 건네면서

"우린 필시 헤어지게 될 터이니 우리 서로 이 깨진 거울을 증표로 가집시다."라고 말한 것이

파경의 훼손되지 않는 원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얼굴이 변한다고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이 옳은데….

굳이 깨진 거울을 징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의문스럽기는 합니다.

 

우린 하루에 몇 번씩 거울 앞에 섭니다.

사람은 자주 보는 대상에게 호의를 갖게 마련이어서

자기 얼굴에 어느 정도 호의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에게 호감을 더 느낀다는 말씀도 있지요.

부부가 닮는다는 것은 같이 살아서 그렇기도 하겠거니와

출발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의 연애가 이유일 수 있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거나 거울은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벽에 걸려있는 것만이 거울은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책도 거울일 수 있지요.

《명심보감(明心寶鑑)》이란 책도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란 뜻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항상 자신을 반추하고 비추어 보아 반성하면서 살아갈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