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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장식이 내걸리는 일본의 연말 풍습

<맛있는 일본이야기 730>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갑진년(용띠해)이었다. 대한민국의 갑진년 12월 3일, 평온하던 일상을 깨트리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지금 나라가 쑥대밭이다. 생애 3번의 비상계엄을 몸소 겪은 세대로서 이번 계엄의 놀라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런 한 해의 끝에 서니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일본의 연중행사인 12월의 오오소우지(大掃除, 대청소)가 떠오른다. 일본인들은 12월이 되면 집안팎의 묵은 때를 쓸어내고 새해를 맞이하느라 분주한 손놀림을 한다. 평소에도 쓸고 닦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지만 특별히 12월의 청소는 전국에서 하나의 ‘연중행사’처럼 행해오는 전통이다.

 

청소는 집안팎을 쓸고 닦는 행위지만, 요즘은 ‘인종청소’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것도 계엄 하에서 모 인사가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싹 청소했으면...’이라고 하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을 보고 ‘아,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싶은 생각이 든다.

 

 

다시 일본의 12월 연중행사로 돌아가자. 집안팎을 깨끗이 마치고 나면 연말에 일본인들은 가족끼리 오손도손 둘러 앉아 도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 해넘이 국수)를 먹는다. 뿐만아니라 집 대문에 시메카자리(注連飾り, 금줄)를 매달고 집이나 상가 앞에 카도마츠(門松, 소나무장식)를 세워 나쁜 잡귀를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는 풍습으로 접어든다.

 

시메카자리는 연말에 집 대문에 매다는 장식으로 짚을 꼬아 만든 줄에 흰 종이를 끼워 만드는데 요즈음은 편의점 따위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이러한 장식은 농사의 신(稻作信仰)을 받드는 의식에서 유래한 것인데 풍년을 기원하고 나쁜 액운을 멀리하려는 뜻으로 신도(神道)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도 있고 한편으로는 일본의 나라신(國神)인 천조대신(天照大神)과 관련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시메카자리는 12월(보통은 13일에서 28일 사이에 설치)에 대문에 장식하고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개 이듬해 1월 7일 이후에 치우는 게 보통이다. 관서지방에서는 1월 15일에 치우고, 미에현(三重縣 伊勢志摩) 같은 지방에서는 1년 내내 장식하는 곳도 있는 등 곳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시메카자리나 카도마츠의 설치와 치우기는 가능하면 지정된 날에 맞추는 게 좋으며 이를 어기면 복이 반감된다고 믿는다. 카도마츠는 일본의 고전 작품인 《즈레즈레구사(徒然草, 1330년)》에 “큰길에 카도마츠가 서 있어 화려한 분위기다.”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풍습이다.

 

한편, 새해 초에 “카가미모치(鏡餠)”를 장식하는 풍습도 있다. 이것은 위의 두 장식이 집밖에 세우는 것에 견주어 집안에 꾸미는 풍습이다. 카가미모치란 한자에서 보듯이 ‘거울떡’이다. 거울은 예부터 일본에서 삼종의 신기(三種の神器)라고 해서 신성시하던 물건인데 이러한 둥근 거울이 오늘날은 떡으로 변형되어 눈사람 모양의 찹쌀떡을 정초 집안의 중요한 곳에 장식하는 풍습으로 정착된 것이다.

 

 

서양의 성탄 장식이나 일본의 여러 장식(카자리)들은 결국 신을 기쁘게 하고 거기서 인간의 행복과 평화, 즐거움을 얻고자 하던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성탄 장식은 종교색을 많이 털어낸 느낌이다. 백화점이나 역, 대형 슈퍼나 관공서 현관에도 성탄 장식이 내걸리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일본의 슈퍼나 쇼핑센터, 백화점 등에 가면 시메카자리, 카도마츠, 카가미모치 같은 연말연시 장식품이 눈에 많이 띌 것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한국은 연례행사로서 섣달 그믐날 청소하기도 하지만, 해마다 12월이 되면 일본 주택가 대문에 내걸렸던 형형색색의 시메카자리와 상가 앞에 놓여있던 푸른 소나무 장식인 카도마츠 따위 집안팎에 설치하는 풍습은 없다. 밝아오는 을사년 새해, 전세계의 평화를 기원해본다. 

 

* 참고로 일본은 메이지시대(1868~) 이후 부터 음력(구력)을 버리고 양력을 채택해 쓰고 있으며 따라서 양력 1월 1일이 설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