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페놀오염사건이 발생한 뒤 일 년이 지나서 조선맥주회사에서 신상품으로 하이트 맥주를 개발하였지요. 조선맥주는 그전에 ‘크라운 맥주’라는 이름으로 맥주를 팔았지만, 두산의 ‘OB 맥주’에게 4:1의 비율로 계속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이트 맥주를 만들면서 병에 무어라고 써서 붙였는지 아세요? ‘지하 150미터의 100% 암반천연수’라고 글씨를 써서 붙였지요. 이 맥주병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정말이지요? 그러니까 조선맥주회사의 의도는 라이벌 회사인 두산은 작년에 페놀오염사고로 하천을 오염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지하수로 맥주를 만들었다는 의미를 전달하려고 한 것이지요. 이 홍보 전략이 크게 성공했습니다. 사람들은 OB맥주를 보면 페놀오염을 연상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논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하이트 맥주의 홍보는 사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페놀오염의 주범은 맥주 공장이 아니고 두산 그룹에 속한 전자공장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전자 공장의 사고를 맥주 공장에 대입한 것이지요. 사실이야 어쨌든 하이트 맥주는 대성공을 거두고 몇 년 만에 OB맥주를 누르고 맥주시장에서 승리자가 되었답니다. 물론 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틀 뒤 K 교수는 야간 강의가 끝난 뒤에 미녀식당을 방문하였다. 미녀식당은 점심시간에는 붐벼도 막상 저녁 시간에는 손님이 별로 없다. 미스 K를 보려고 점심시간에는 S대 교수들이 많이 오지만 저녁 5시만 되면 교수들은 서울에 있는 집에 가기에 바쁘다. 저녁 8시가 넘으면 미녀식당은 대체로 한산하다. 미녀식당에서는 간단한 차와 음류수를 팔지만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서는 적당하지 않다. 야간 강의가 끝나면 9시 30분쯤 되고, K 교수가 그 시간에 방문하면 대개는 미스 K 혼자서 음악을 들으며 빈 식당을 지키고 있다. 그날도 K 교수가 방문하자 미스 K는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다는 듯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스파게티 팔아서 부자가 되려면 아무래도 식당을 알리는 광고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네요.” “그래서 이왕 제가 미녀식당의 홍보이사를 맡았기 때문에 그동안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였습니다.” “무슨 정보를요?” 학교 후문으로 나오면 슈퍼가 하나 있고, 그 앞에 주간 광고신문인 ‘벼룩시장’이 무인 전시대에 진열되어 있다. 아무나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면 된다. 거기에는 구직광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음 날 오후, 강의 시간이 비는 틈을 타서 K 교수는 학교에서 가까운 봉담읍 장터에 나갔다. 모종과 묘목을 파는 가게에 가서 3,000원 주고 조롱박 모종을 3개 샀다. 모종을 차에 싣고 미녀식당으로 갔다. 마침 미스 K가 자리에 있었다. K 교수는 모종을 얼른 내려놓고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서 차도 마시지 않고 식당을 나왔다. 미스 K가 문밖에까지 따라 나오며 정(情)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롱박을 잘 키우겠습니다. K 교수님, 정말 고마워요.” 계절은 이제 늦봄이 지나고 있었다. 미녀 식당의 베란다 밖으로 보이던 화려했던 봄꽃은 어느새 다 지고 이제는 잎이 무성해졌다. 개나리, 목련, 수수꽃다리, 장미에 이어서 향기가 진한 아카시아꽃이 피었다. 아카시아꽃은 꿀이 많아서 양봉업자들이 소중히 여기는 꽃이다. 아카시아꽃이 질 무렵이면 봄도 물러난다고 볼 수 있다. 며칠 뒤, K 교수는 공과대학의 나 교수와 점심시간에 미녀식당에 갔다. 나 교수 역시 미스 K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K 교수는 직관적으로 알아차렸다. 아마도 나 교수가 경쟁이 될지도 몰라. 나 교수는 서울 출신이어서 그런지 시골 출신인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