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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창작국악 거장 고 이상규 작곡가의 명곡 다시 무대에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 ‘작곡가 시리즈’, 정재국 명인 협연 무대 올라
아버지 위해 지은 장녀 이경은 작곡가의 헌정곡 ‘불멸의 밤’ 초연해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국악원(원장 직무대행 강대금) 창작악단(예술감독 권성택)은 작고 15주기를 맞은 이상규 작곡가를 기리며 그의 대표작들과 위촉곡으로 구성한 국악관현악 무대 ‘작곡가 시리즈 Ⅳ-이상규’를 오는 3월 27일과 2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연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작곡가 시리즈’는 창작국악의 토대가 된 대표적인 작곡가의 작품을 선정하여 그 의미를 되새기는 무대로, 작곡가 이상규의 대표작인 <16개 타악기를 위한 시나위>, 해금 협주곡 <수나뷔>, 대금 협주곡 <대바람 소리>, 피리 협주곡 <자진한잎>과 그의 장녀 이경은 작곡가에게 위촉한 <불멸의 밤>을 선보인다.

 

공연 첫날(3.27.)에는 현재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견 연주자인, 피리에 안은경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악장, 대금에 김정승 서울대 교수, 해금에 강은일 단국대 교수가 협연에 나선다. 두 번째 날(3.28.)에는 초연 당시 최고의 기량을 펼쳤던 피리에 정재국 명인, 대금에 임재원 서울대 명예교수, 해금에 양경숙 전 서울대 교수가 무대에 오른다.

 

 

작곡가 이상규(李相奎, 1944~2010)는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양성소 4기생으로 입학하여 대금에 입문,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원의 단원을 거쳤다. 국악사양성소 재학 시절에 최연소로 조선일보사 주최 제1회 전국국악경연대회와 국립국악원 주최 신국악작곡공모에 입상하며 작곡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교육자로서는 한양대학교 국악과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지휘자로서는 초대 KBS국악관현악단을 이끌었다. 대금연주자로 시작하여 작곡가, 교육자, 지휘자로서 국악계에서 전방위적 활동을 펼친 이상규는 제2회 대한민국작곡상(1978) 대통령상을 받은 대금협주곡 <대바람 소리>를 비롯해 400여 곡에 이르는 작품을 남겼다.

 

첫 무대를 여는 <16개 타악기를 위한 시나위>(1971년 작곡)는 리듬을 탁월하게 다뤘던 작곡가 이상규의 다양한 변박과 분할 리듬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오선지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며 시나위를 표방한 이 곡은 16개의 타악기와 대금ㆍ피리ㆍ해금ㆍ아쟁ㆍ태평소 등으로 편성되어, 태평소가 끌어가는 시나위 가락과 타악기 군의 전통 장단, 이에 어우러지는 선율악기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피리 협주곡 <자진한잎>(1972년 작곡)은 강물이 흘러가듯, 유장한 분위기의 관현악과 독주 피리의 느긋하면서도 힘찬 선율이 주고받으며 생동감 있게 전개되는 곡이다. ‘자진한잎’이라는 우리말 이름은 조선 시대에 성행했던 가곡(歌曲), 삭대엽(數大葉, 빠른 대엽)에서 나왔다. 오늘날 가곡의 반주 음악에서 파생된 관악합주 모음곡을 ‘자진한잎’이라고 하는데 이 가운데 피리 독주로도 즐겨 연주되는 ‘계면두거(염양춘)’를 이 작품의 바탕으로 삼았다.

 

 

 

이 곡이 ‘제1회 정재국 피리 독주회’(1972)에서 초연된 만큼 작곡가가 연주자 정재국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초연 이후 50여 년이 지난 지금, 정재국 명인이 다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인 장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전한 피리 성음을 유지하고 있는 정재국 명인은 1942년생으로 관악기 연주자로 협연 무대에 서는 최고령 연주자로 기록될 예정이다.

 

대금 협주곡 <대바람 소리>(1978년 작곡)는 신석정 시인의 같은 이름의 시 <대바람 소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으로 대금의 시김새와 짜릿하고 시원한 청소리, 음높이마다 달라지는 섬세한 대금의 음색 등 대금의 표현력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금 협주곡 <수나뷔>(1982년 작곡)는 정숙하고 우아한 여인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작품이다.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수록된 시조 ‘눈썹은 수나뷔 앉은 듯···’의 심상을 소리로 표현한 것이다. 느린 호흡과 섬세한 농음 등 고난도의 공력이 요구되는 작품이다.

 

 

끝으로는 이번 공연을 위해 위촉한 이경은 작곡의 <불멸의 밤>이 연주된다. 작곡가 이경은은 이상규의 장녀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작곡가이자 지휘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곡가 이경은이 기억하는, 작곡가로서의 아버지는 늘 밤을 새워가며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 넣는 예술인이었다. 이경은 작곡가는 “밤의 시간에 태어난 아버지의 작품들이 연주될 때마다 그 음악이 불멸의 생을 이어가는 듯했다.”라고 말하며 “당시 치열하고 고귀한 밤을 보냈던 아버지의 시간과 현재 나의 시간이 연결되어 계속 이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 곡에서는 특별히 이경은 작곡가가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으로 직접 지휘를 맡는다.

 

권성택 창작악단 예술감독은 “2010년 봄, 창작악단 정기공연의 지휘를 맡으셨던 이상규 선생님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 공연이 선생님의 마지막 지휘가 될지는 몰랐다.”라며 “올해는 국악계 여러 방면에서 업적을 남기신 이상규 선생님의 작고 15주기가 되는 해로 이번 공연을 통해 후학들이 선생님의 작품과 삶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작곡가 시리즈 Ⅳ-이상규’는 오는 3월 27일(목)과 28일(금)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 전화(02-580-3300)로 예매할 수 있다. S석 3만 원, A석 2만 원, B석 1만 원(문의 02-580-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