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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시련과 위기를 넘어선 ‘인간 이순신’을 만난다

친필본 《난중일기》 포함 이순신 종가 유물 20건 34점 첫 서울 전시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 480돌과 광복 80돌을 기려 2025년 11월 28일부터 2026년 3월 3일까지 특별전시실 2에서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을 연다. 이번 전시는 《난중일기》와 《임진장초》 등 이순신이 직접 남긴 기록을 중심으로 전쟁 영웅을 넘어 인간 이순신의 내면과 감정, 그리고 시대가 만들어온 상징으로서의 이순신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순신은 불가능의 순간을 가능으로 만든 이름이다. 패배와 좌절, 압도적 위기 앞에서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고뇌,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결단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지점을 응시하며 말한다. “위기의 순간을 견디고 일어선 우리가 곧 이순신이다.”

 

 

전쟁 영웅을 넘어 인간 이순신을 만나는 전시

전시는 이순신의 승리, 시련, 성찰, 사후의 기억까지 연속적 서사로 엮어 모두 4부로 구성하였다.

 

① 제1부 <철저한 대비, 그리고 승리>

임진왜란 이전 이순신의 철저한 대비를 조명하고, 한산도대첩으로 이어지는 조선 수군의 전술 체계를 소개한다. 또한 한산도로 진을 옮기고 삼도수군통제사로서 진을 경영했던 지휘관 이순신의 모습을 살펴본다.

 

② 제2부 <시련과 좌절의 바다를 넘어>

백의종군, 칠천량 패배를 거쳐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이 12척이 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막아 싸운다면 오히려 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충무공행록」)라고 언급하며 출전했던 명량대첩의 기적, 그리고 노량해전으로 이어지는 절망과 재기의 서사를 다룬다. 노량해역 출수 유물, 일본과 스웨덴에서 건너온 유물 등을 통해 이 과정이 어ᄄᅠᇂ게 전개되었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③ 제3부 <바다의 끝에서 나를 돌아본다>

노량해전에서 생을 마감한 이순신의 시선으로 그의 삶을 돌아본다. 출생부터 임진왜란 이전까지의 삶을 반추하며 전쟁 영웅 이전에 한 인간의 내면을 엿본다. 이순신은 어머니를 하늘과 같이 생각하며 어머니를 말할 때는 ‘天只(천지)’라는 표현을 썼다.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한 살을 더했다. 이는 전쟁 중이라도 행복한 일이구나”(《난중일기》 1594년 1월 1일)라고 말하고 있다. 항상 어머니의 안부를 걱정했고, 부인과 아들들에 대한 염려가 《난중일기》 곳곳에 드러나 있다.

 

 

④ 제4부 <시대가 부른 이름>

이순신 사후 조선, 근대, 현대에 걸쳐 이순신이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시대가 필요로 한 이순신의 모습을 추적한다. 선조가 명나라 장수 진린에게 이순신에 대해 물었을 때 “이순신은 경천위지(經天緯地)의 능력과 보천욕일(補天浴日)의 공훈이 있는 분”이라고 했다(《(정조)어제이순신신도비》).” 곧,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과 찢어진 하늘을 꿰매고, 흐린 태양을 목욕시킨 공로가 있는 분”이라는 뜻이다.

 

이순신 종가 유물 20건 34점이 출품되는 가장 큰 규모의 전시

이번 전시는 모두 258건 369점의 전시품을 선보이는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이순신 전시다. 무엇보다도 국보 6건* 15점은 이순신의 사유와 결의, 전장의 생생한 기록을 그대로 전해준다.

* 이순신 친필본 《난중일기》 이순신이 국왕에게 올린 장계를 후대에 베껴 쓴 《임진장초》, 이순신이 보낸 편지를 묶은 《서간첩》, 이순신의 장검, 류성룡의 임진왜란 회고록 《징비록》, 조선 전기의 해안 방어와 수군 제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조선방역지도>

 

 

 

 

여기에 천자총통, 지자총통 등 보물 39건 43점, 이충무공 유적보존 《성금대장》 등 국가등록문화유산 6건 9점이 더해져 전쟁에서 사용된 무기류를 포함하여 이순신 관련 기록물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임진왜란의 침략국 일본의 다이묘(大名)가 보관해 온 유물도 국내 처음으로 공개된다. 다치바나 무네시게 가문의 투구와 창, 금박장식투구, 그리고 나베시마 나오시게 가문이 소장해 온 금채 <울산왜성전투도> 병풍,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초상화와 목상 등이 공개된다. 이는 임진왜란이라는 동일한 사건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귀중한 자료다.

 

 

또한 <정왜기공도병>은 스웨덴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이 소장하다가, 전반부는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Östasiatiska museet), 후반부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각각 보관해 오던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 나라에 나뉘어 있던 병풍이 처음으로 한 공간에서 다시 만나는 역사적 순간이 구현된다.

 

《난중일기》를 비롯한 이순신 종가 유물 20건 34점의 진본이 이렇게 한꺼번에 서울에서 선보이는 일은 처음이다. 개인을 포함한 45개 처의 협조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는, 다양한 시대와 국가의 자료를 한자리에 모아 전쟁의 기록, 인간 이순신의 이야기, 그리고 시대가 만든 상징을 동시에 바라본다.

 

영상과 체험, 음향이 결합한 몰입감 넘치는 역사전시

이번 전시는 기록 중심의 절제된 연출을 유지하되, 단순한 보여주기식 영상이 아니라 기록을 이해하기 위한 영상으로 구성하였다.

 

도입부의 실감 영상은 전쟁에 임하는 이순신의 결의를 바다의 이미지와 함께 전달한다. 두 번째 영상은 이순신과 조선 수군의 무기 운용을 시각화해, 대형총통(천자총통, 지자총통, 현자총통, 황자총통)으로 대형 화살을 쏘아 상대의 배를 깨부수는 당파(撞破), 이어 탄환과 화살을 비와 우박처럼 퍼붓고, 마지막으로 화약무기로 집중공격하는 분멸(焚滅)의 전술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세 번째 영상은 기록과 그림들을 쉽게 이해하도록 구성한 정보 영상으로, <통제이공수군대첩비 탁본>를 일러스트로 재해석한 장면, <울산왜성전투도>와 <정왜기공도병>에 묘사된 그림 풀이, 《난중일기》 원문을 읽어볼 수 있는 화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네 번째 영상인 시민인터뷰에서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이순신의 의미를 들어보며, 이순신이 동시대 속에서 여전히 새로운 값어치를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무리 영상 ‘우리들의 이순신’은 이순신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의 삶을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조선에서 현대, 그리고 세계로 확장되는 이순신의 기억을 담아낸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콘텐츠 <오늘, 내 안의 이순신>은 관람자의 얼굴에 이순신이 느꼈을 감정의 단어를 입혀, 이순신의 내면을 체험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또 관람객들의 오감 만족을 위해 음악 전문가들과 협업, 전시 공간 전체에 음향 설비를 갖추어 감정의 서사를 청각으로도 느끼게 하였다. 이순신이 활약했던 한산, 명량, 노량의 바닷소리를 전시 공간 전체에 정교하게 재배열하여(사운드 스케이프) 관람객에게 전시를 보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어린이를 위한 ‘배움공간’

어린이 관람객은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의 삶에 대해 질문하고, 탐색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전시실 밖 역사의 길로 이어지는 배움 공간 <감각으로 만나는 우리들의 이순신>에서는 전시 경험을 개인의 기억으로 남길 수 있는 다색판화엽서 제작 활동과 인간 이순신의 이야기를 다섯 가지 영상으로 감상하는 디지털 체험을 할 수 있다.

 

또 촉각ㆍ청각ㆍ시각을 활용한 다감각 체험물이 있어 모두를 위한 접근성을 고려했다. 영웅이기 전에 한 사람이었던 이순신, 그의 마음을 따라 걸어보는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관람권으로 배움 공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한편, 겨울방학 기간에는 어린이ㆍ가족 대상 교육 프로그램 3종도 운영한다. 어린이 해설사 과정인 ‘어린이가 들려주는 이순신 이야기’, 해전 전술과 신호 암호 학습을 통해 전시실을 탐험하는 ‘출격! 암호를 풀어라’, 전시 기반의 퀴즈와 해설로 진행되는 ‘어린이 골든벨, 종을 울려라’가 마련된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국립중앙박물관 교육 승강장 ‘모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의 우리에게 이순신은 무엇인가

이번 전시는 위인을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의 기록 앞에서 오늘의 우리가 자신을 돌아보는 자리이다. 이순신이 남긴 기록은 전쟁과 자신의 내면의 기록이자, 인간이 시련을 견디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이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마을을 지지하는 응원의 기록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개막 뒤 일주일인 11월 28일(금)부터 12월 4일(목)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이순신 장군 서거일인 12월 16일(화)에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