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좌창 <배따라기>를 소개하였다. 그 의미는 배 떠나기란 점, 이 노래는 어부들의 처지나 신세를 스스로 가련하게 여기면서 탄식조의 소리로 부르는 노래라는 점, 박지원이 쓴 《한북행정록(漢北行程錄)》에도 <배타라기(排打羅其)>란 곡명이 보이는데, 여기서는 출장차, 바다 건너 중국으로 출국하는 사람들을 전송하기 위한 절차를 마치고 배가 떠날 때, 불렀던 노래의 이름이란 점, 그러나 현재 전해오는 서도좌창, 배따라기와는 별개의 노래이며 서울 경기지방에서 주로 부르는 <이별가>와 유사성을 보인다는 점들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그 옛날, 기녀(妓女)들이 불렀다고 하는“정거혜(碇擧兮) 선리(船離)”로 시작하는 이별의 정(情)을 느끼게 하는 <배타라기>의 가사를 음미해 보면서 관련 이야기를 이어 가 보기로 한다, 그 원문 가사와 우리말 가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정거혜(碇擧兮)여, 선리(船離)하니,” (닻을 들자, 배 떠나니)
“차시(此時) 거혜(去兮)여 하시래(何時來)오”(지금 가면 언제 오시나)
“만경창파(萬頃蒼波-거사회라”(넓고 푸른 바다 물결 헤치고, 가는 듯 돌아오시오.)
위 노랫말에서“정거혜(碇擧兮)여, 선리(船離)하니,”로 시작하는 대목이 재미있다. 정거혜(碇擧兮)라는 말에서 정(碇)은 닻을 가리키는 말로 정거(碇擧)란, 곧 ‘닻을 든다. 닻을 올린다’라는 뜻이다.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본디, 배(船)라고 하는 교통수단에서 닻을 내린다고 하면, 배의 정박을 의미하는 것이고, 닻을 든다고 하는 것은 출발을 의미한다.
이 대목 노랫말에서 <닻>이라고 하는 어휘를 정확하게 발음하고 가락에 옮겨야 한다. 어느 노래고 간에 가사의 발음이 정확하지 못하면 그 의미가 통하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르는 일부 사람들은 <닻>을 <달>로 잘못 발음하고 있어 의미가 통하지 않고 있다.
곧, ‘정거해 선리’의 뜻은‘닻을 들자, 배가 떠난다’라는 의미인데도, <닻 들자>를 <달 뜨자>로 부르고 있어서 다른 의미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치, 달이 떠서 바다를 밝게 비추어야 배가 이동하는 것처럼 노랫말을 만드는 것이다. <닻 들자>와 <달 뜨자>는 전혀 다른 의미이므로 주의해야 할 일이다.
조선조 후기, 중국으로 출국하는 관리들을 위로하기 위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고 하는 동일한 제목, <배타라기>가 지금까지 전해오는 서도좌창의 <배따라기>와 동일한 곡일까, 아닐까? 하는 점이 궁굼하다. 그러나 노래 제목만 비슷할 뿐, 서로 다른한 곡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 까닭으로는 무엇보다도 노랫말이 다르고, 그 노랫말에 붙여지는 가락이라든가, 또는 장단형 등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렇다. 서도의 좌창, 배따라기와는 다른 노래로 서울, 경기지방에서 불려 오는 느린 흐름의 민요, <이별가>와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별가>라는 경기민요는 너무도 느리게 불러 마치, 장단이 없는 듯 보이며 가락의 형태는 처음부터 고음으로 질러낸 다음, 점차 하행하는 간결한 형태이다. 그러나 명창들은 이 노래가 매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아마도 이별의 아픔이나 애처로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창자(唱者)들이 지닌 목소리의 음색과 강(强), 약(弱)의 조화를 살려가며 긴 호흡으로 이어가는 선율선의 처리 등등이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잔가락을 처리하는 기교라든가, 호흡의 처리, 그리고 시김새로 애잔함의 극치를 이루어내는 노래여서 이별의 공감대를 얻어내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별가>에 올리는 노랫말들은 대체로 앞구(句)와 뒷구로 구분되어 있으며 악구별 8글자를 기본으로 넘나드는 짧은 가사다.
흔히 불리고 있는 노랫말은 “이별이야, 이별이야, 임과 날과 이별이야.”, “인제 가면 언제 오리오, 오만 한(恨)을 일러주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만경창파에 배 띄워라.”, “새벽서리 찬바람에, 울고 가는 기러기야.”, “가지 마오, 가지 마오, 이별을랑 두고, 가지 마오.”, “범피중류(泛彼中流) 푸른 물에 가는 듯이 돌아오소.”, “정든 임을 이별하고, 뜻 붙일 곳이 바이없네.”가 있고, 이밖에 여러 노랫말이 있다.
이별가는 대체로 앞부분은 높은음으로 시작, 내려오면서 길게 뻗고, 다음 구절에서는 점차 하행선율로 이어진 다음, 다시 올라갔다가 떨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대목은 하행선율에 잔가락을 붙여 나가면서 여운과 함께 끝나는데, 주로 4도 하행 선율형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구슬픈 느낌을 주는 노래다. (다음 주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