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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민족 저항의 서사 《일제침략기 의병문학》 나와

의병들의 생생한 기록 342편 등 이태룡 박사의 의병문학의 금자탑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간절한 마음을 토로하여 피를 뿌리며 널리 고하노라. 듣건대, 여러 고을에 일진회ㆍ순검ㆍ순사대를 두고 기예를 졸업시킨다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를 위한 것인가? 만약 적병의 밑천이 되게 하는 것이라면, 다시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가운데 줄임) 너희 조부와 부친은 선왕의 국민으로 500년 동안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며 지금까지 이 나라 천지에서 길러졌으니, 조그마한 것도 모두 임금의 은혜인 것이다. 왜적과는 하늘 아래 함께 살 수 없는 원한이 있다. 너희 선조로서 옛날 임진년(1592)의 난리에 피 흘리고 살이 찢기지 않은 자가 있었는가! (뒷 줄임)”

         -‘피를 뿌리며 널리 알린다’ 가운데서 ‘호남의소 도통대장(都統大將) 박용식(1909.2)’, 271쪽-

 

“오늘이 나의 죽는 날이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눈을 빼어 동해상에 걸어두어라. 너희 나라가 반드시 망하는 것을 내 눈으로 보리라.”

        -전해산 의병장 대구공소원 법정 최후 진술 가운데(1910.7.9.), 1,178쪽 -

 

우국충정의 결의가 생생히 느껴지는 윗글들은 이태룡 박사가 쓴 신간 《일제침략기 의병문학》 (미래엔 출간) 속에 나오는 명문(名文) 가운데 명문이다. 이는 단순한 미사여구의 명문이 아니라 “피를 뿌리고, 뼈를 갈아 붓는 심정”으로 쓴 글이기에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배달겨레의 선조들은 나라가 외침을 당했을 때 이 땅을 지키고자 분연히 일어났다. 독립운동가들이 그들이다.

 

 

그동안 독립운동가들의 헌신적인 삶과 국권회복을 위한 활약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밝혀져 있지만 이른 시기에 활동했던 의병(義兵)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는 부분이 많다. 특히 특수 훈련된 일제 군경에 맞서 무기 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오로지 국권회복을 위해 뛰었던 수백만으로 추정되는 의병들의 활약상은 더욱더 그러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찍부터 의병들의 기록에 눈을 돌린 이가 있다. 바로  ‘의병가사’ 연구로 국내 처음 문학박사를 받은 이태룡 박사다. 그는 말한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의병대열에 나섰으며 많은 이가 항쟁의 한가운데서 말과 글로 시대의 현실과 자신의 결단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기록들은 개인의 체험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이자 시대의 증언이다. 국난을 당해 침략의 한복판에서 민중이 선택하고 살아낸 삶의 언어를 담은 저항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아 이들의 기록을 수집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라고 말이다.

 

현재 국립인천대학교 독립운동사연구소장으로 있는 이태룡 박사는 새책 《일제침략기 의병문학》에서 “이 책에는 의병의 의기(義氣)가 담긴 격문·통문 133편, 의병의 삶을 담은 가사ㆍ일기ㆍ편지ㆍ한시 126편, 의병의 얼을 기리는 전기ㆍ비문ㆍ축문 30편, 매국노를 처단하라는 상소ㆍ조칙 28편, 의병의 한과 눈물로 빚은 제문ㆍ만사 25편 등 13개 갈래의 글 342편을 해설과 함께 실었다. 의병문학의 총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태룡 박사를 수십 년 동안 곁에서 지켜본 경상국립대학교 강희근 명예교수는 “이태룡 박사가 마침내 큰일을 해냈다. 10년 전에는 《한국 의병사》(상⋅하)를 내더니, 의병연구 40년 만에 일제침략기 의병의 의기(義氣)가 담긴 격문ㆍ통문 133편 등 귀중한 자료 342편을 해설과 함께 엮은 《일제침략기 의병문학》을 이번에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이야말로 한국 국문학사와 의병사에 금자탑이라고 본다.”며 오랜 세월 고군분투한 제자의 노력에 큰 손뼉을 보냈다.

 

한 가지 덧붙일 말은 이 책 제목 앞에 ‘개화기 아닌’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데 이에 대해 이태룡 박사는 “개화기라는 말은 근대화를 외부로부터의 ‘문명 수용’ 과정으로 설명하는 식민사관적 인식에서 비롯된 용어다. 이 표현은 일본의 침략과 무력 개입을 근대화의 계기로 포장하며, 조선 사회 내부의 자생적 변화와 이에 맞선 저항의 역사를 가린다. 국권이 무력으로 침탈되는 과정을 ‘개화’라는 중립적ㆍ긍정적 말로 치환함으로써 침략의 폭력성과 그에 맞서 싸운 배달겨레의 항쟁은 주변으로 밀려난다. 따라서 이 시기는 ‘개화기’가 아니라 ‘일제침략기’임을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서 이 박사는 “말은 역사 인식을 담고 있기에 제목에서부터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문학으로 다시 읽는 항전의 역사이자, 배달겨레의 얼이 오롯이 담긴 의병장과 의병들의 기록인 새책 《일제침략기 의병문학》은 일체침략기(1894-1910) 배달겨레의 옹골찬 국혼(國魂)을 새로 정립하는 국내 최초 의병문학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침략기 의병문학》, 미래엔 발간, 1,248쪽, 2025.12.31. , 값 10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