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집앞 뜰에 있는 모과나무가 며칠 사이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겨우내 마른 뼈처럼 앙상하던 가지 끝에 아기 손톱보다 작은 연둣빛 잎사귀들이 올망졸망 돋아난 것이지요.
그 보드라운 잎들이 차가운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면서도 기특한 마음이 앞섭니다. 사람들은 흔히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만을 떠올리지만, 참일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켠 저 여린 잎사귀들조차 샘을 내며 매섭게 몰아치곤 합니다.
'잎샘'은 봄에 잎이 나올 무렵에 찾아오는 추위를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꽃샘'이나 '꽃샘추위'와 짝을 이루는 말로, 이 둘을 한데 묶어 '꽃샘잎샘'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옛 어른들은 이 무렵 추위가 얼마나 매서웠던지 "꽃샘잎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하셨지요. 이는 변덕스러운 봄날의 추위가 한겨울 못지않게 매서우니 마음 놓지 말라는 가르침이자, 새 생명이 돋아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자연의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모과나무의 여린 잎이 잎샘을 견디며 짙은 풀빛으로 익어가듯, 우리 삶도 무언가 자라날 때마다 시린 바람을 맞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낯선 곳에 첫발을 내디딜 때 생기는 힘든 일들은, 어쩌면 우리가 더 튼튼한 '잎'을 틔우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잎샘의 시기를 잘 참아낸 나무만이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가려줄 넉넉한 그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혹시 마음속에 연둣빛 희망의 잎을 틔우려 애쓰고 있나요? 그 길에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나를 더 강하게 만드는 힘으로 삼아보는 꿋꿋한 마음이 필요한 때입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내일 아침 길을 나설 때 둘레의 나무들을 천천히 살펴보세요. 잎샘을 견디며 갓 돋아난 연둣빛 잎사귀들에게 "정말 장하다"라고 마음속으로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둘레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잎샘'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무가 있다면, 따뜻한 코코아 한 그릇 건네며 "이 바람이 지나면 곧 울창한 숲이 될 거야"라고 말해주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은 마음이 추울 때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마음 외투'로 무엇을 가지고 있나요? 잎샘을 이겨내고 기어이 잎을 틔운 모과나무처럼, 여러분이 가진 씩씩한 생명력을 저에게 들려주시겠어요?
[오늘의 토박이말]
▶ 잎샘
뜻: 봄에 잎이 나올 무렵에 갑자기 추워지는 일.
보기: 모과나무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잎샘이 찾아왔다.
[한 줄 생각]
바람이 차가울수록 그 바람을 견디고 핀 잎사귀는 더 단단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