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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대한민국 '장손', 장손은 일본말?

불쌍한 대한민국 <장손>, 장손은 일본말?

불쌍한 대한민국 장손들! 남의 일이라고 쉽게 제사 없애라 어쩌라 그러죠. 그게 말처럼 쉬우면 집안에서 저 고생하고 있겠습니까? 집안 어른 중에는 완고한 보수주의자도 있을 것이고, 노인네들 사고방식으로 제사 없애면 집안에 큰 일 나는 줄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문중 재산이나 또 많으면 현실적으로 도움 되고, 정신적으로 위로나 될 터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다음>

예문을 찾다 보니 장손 된 것이 스스로 불쌍하다는 예문이 떠다닌다. 여러 말 못할 사연들이 있나보다. 여기서 장손이란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보면, “장손(長孫): 한집안에서 맏이가 되는 후손. ‘맏손자’로 순화.” 라고 되어 있다. 왜, 고쳐 쓰라는 것일까? 국어사전에서 ‘순화’라고 되어 있는 말은 대부분 ‘일본말’인 경우가 많다. 단순한 한자말인 경우에는 순화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다. 정말 ‘장손’은 일본말일까?

고시된 순화 용어 <관보 제 13269호,1996.3.23>에 보면‘장손’은 일본어투 생활용어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장손’이란 말은 조선시대에도 흔히 쓰던 말이다.

세종 116권, 29년(1447 정묘) 윤4월 27일자에,

“이제부터는 부녀자가 절에 다니는 것도 또한 잡신을 제사하는 예에 의하여 ‘제서유위율(制書有違律)’로써 죄를 가장(家長)에게 연좌(連坐)시키되, 가장이 없으면 맏아들에게, 맏아들이 없으면 둘째 아들에게, 둘째 아들이 없으면 장손에게, 장손이 없으면 차손에게, 가장과 차손이 없으면 죄를 며느리나 딸에게 연좌시키는 것으로 예규[恒式]를 삼게 하옵소서.

自今婦女上寺, 亦依淫祀例, 以制書有違律, 罪坐家長, 無家長則長子, 無長子則次子, 無次子則長孫, 無長孫則次孫” 라는 말이 나오는데 절에 다니는 것을 ‘장손’에게 까지 묻겠다는 엄포를 놓는 내용이다.

<일본국어대사전>에는 “ちょう‐そん[チャウ:]【長孫】:一番年長の孫。総領孫” 이라고 나와 있는 데 번역하면, ‘쵸-손’, 한 집안에서 가장 맏이가 되는 손자 곧 맏손자를 가리킨다.

정리하면 장손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쓰던 한자말이며 일본에서 온 말은 아니다. 일본에서 온 말이 아니니까 그냥 쓰자는 말이 아니라 엄연히 예전부터 쓰던 말을 뜬금없이 ‘일본어’로 둔갑 시키는 게 이상하다는 말이다. 일본말은 아니지만 ‘맏이’를 뜻하는 ‘맏손자’가 훨씬 정겨운 느낌이다. ‘손자’라는 말도 한자말인데 뭘 그러느냐고 또 딴지 거는 사람이 나올지 모르겠다. 하나 궁금한 것은 손자, 손녀, 조상, 장손... 같은 말은 왜 토박이말이 없을까? 아니 어쩌면 있었는데 한자말에 밀려서 잊혔는지도 모른다. 어렵지만 그걸 찾아보거나 새롭게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이윤옥 (59yoon@hanmail.net)

*앞으로 펴낼 <사쿠라훈민정음> 2탄 원고임. 1탄은 <아래 책 참 조>
*글을 옮길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