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안에는 고종이 정치가로서 스스로 서려는 의지를 보여주려고 세운 건청궁이 있습니다. 하지만, 건청궁(고종 10년, 1873)은 명성황후가 일본의 낭인들에게 시해 당함으로써 한이 서린 곳이 되었지요. 그런데 이 건청궁에 다시 일본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한국의 파워 스폿'이라는 관광상품을 선보였습니다. 파워 스폿(Power Spot)이란 기(氣)가 충만해 영험이 있는 장소로, 이런 곳에 흐르는 기를 받으면 스트레스가 치유되고 안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최근 일본의 20~30대 여성들 사이에 '스피리추얼(Spiritual·영적) 파워 스폿' 여행 붐이 일자 관광공사가 이를 도입한 상품을 내놓은 것입니다.
그러나 관광공사가 선정한 풍수지리적 명승지에는 한·일 역사에서 '한 서린 과거'를 지닌 곳이 들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른바 풍수 명승지를 보면 일제가 궁궐안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지었던 창경궁도 들어 있으며,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조선을 노골적으로 침략하기 시작했던 건청궁도 들어 있습니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하는 게 현실이라지만 일제에 '한 서린 과거'가 있는 곳을 '기(氣)가 충만한 곳'이라는 해괴한 이름으로 관광상품화하고 있는 철없는 짓은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