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36년 제11회 베를린올림픽대회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가 당당히 금메달을 딴 날입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는 국권을 잃은 상태로 일장기를 달고 출전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것이 국내 언론의 일장기 훼손사태로 발전하여 조선,중앙일보는 폐간, 동아일보는 무기한 정간을 당하고 말았지요. 슬픈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라 당시 마라톤 우승자에게 주기로 했던 그리스 청동투구가 일제의 방해로 손 선수에게 돌아가지 못한 것입니다.
이 고대 그리스 청동투구는 1875년 독일의 고고학자에 의해 그리스 제우스신전에서 발굴된 것으로 기원전 6세기에 그리스 코란트 지방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하지요. 이런 형태의 투구는 고대 그리스의 올림피아제전에서 투사들이 마상경기를 할 때 쓰거나 경기에서의 승리를 기원하고 신에 대한 감사의 뜻을 바치고자 만들어진 것입니다. '손기정 투구'로 알려진 이 유물은 그리스 아테네 브라드니신문사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 우승자에게 수여토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 투구는 손 선수에게 돌아오지 못하고 50년 동안이나 베를린의 샤르텐부르크박물관에 보관돼 왔었는데 투구 반환운동을 전개한 결과 베를린올림픽 50주년을 맞아 1986년 손 선수에게 돌아왔습니다. 손기정 옹은 “투구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민족의 것으로 국가에 기증, 국민에게 긍지를 심어주고 청소년에게 꿈과 투지를 키워 줄 수 있다.”라는 생각에 따라 1994년 국가에 기증했지요. 정부는 이 투구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 서구 유물로는 처음으로 보물 904호로 지정했습니다.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에 우승했던 오늘 우리는 나라의 소중함을 깨닫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