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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166. 죽어가던 사람도 살리던 조선의 명의 이헌길

   

요즘 같이 의학이 발달한 시대에도 조류 인플루엔자나 사스 따위 신종전염병이 돌면 속수무책입니다. 하물며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어찌했을까요?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홍역도 조선시대엔 수많은 희생자를 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영조 임금 때인 1775년(영조 51) 이헌길은 한양에 갔다가 삼태기에 싣고 나가는 홍역으로 죽은 주검이 잠깐 동안에 수백 명이나 되는 것을 보고, 상주의 신분임에도 백성을 구해야 한다며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이헌길은 홍역에 관한 한 최고의 의술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그의 비방을 얻은 사람은 죽을 지경이다가도 살아나고, 열이 오르다가도 내렸기에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그가 홍역 환자를 치료하는 집 앞에는 사람들이 골목까지 줄을 설 정도였고,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병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그가 명의로 추앙을 받게 된 것은 가난한 사람이나 권력자이거나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치료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헌길은 치료만 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연구하고 체득한 비방을 후세에 전하려 ≪마진기방(麻疹奇方)≫을 펴냈습니다. 그런데 조선 후기의 학자 이규경(李圭景:1788~?)은 자신이 쓴 백과사전류의 책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마진변종설” 편에서 이헌길의 홍역 처방에 대해 “이 처방은 마진(홍역)을 치료하는 좋은 치료법이므로 특별히 뽑아 기록한다.”라고 쓸 정도였지요. 이 시대에도 신종전염병을 치료하는 비법을 가진 현대판 이헌길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