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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서도좌창, ‘배따라기’ 이야기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6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영변가>에 나오는 약산(藥山)의 동대 이야기를 하였다. 동대(東臺)란, 평안북도 약산의 제일봉 서쪽에 있는 대석(臺石)을 이르는 말이며 이 약산 내에 몸과 마음을 수양하기에 적합한 유명한 절들이 있는 곳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이야기, 서도소리 <영변가>는 특별히 어려운 시어(詩語)를 구사하지 않아 이해하기 쉽다는 이야기와 함께 관서지방의 팔경(八景)도 소개하였다.

 

8경이란 강계의 인풍루(仁風樓), 의주 통군정(統軍亭), 선천의 동림폭포(東林瀑布). 안주읍의 백상루(百祥樓). 평양의 연광정(練光亭), 성천의 강선루(降仙樓). 강계군 만포에 있는 세검정(洗劍亭) 등을 꼽는다는 이야기, 그러나 이 아름다운 경관도 남과 북이 갈라선 지금은 가 볼 수 없는 곳이 되어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이야기, 그나마 1900년대 초부터 소리꾼들에 의해 전해오는 <영변가>에 그 가락과 노랫말을 되뇔 수 있어 다행이라는 이야기들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서도좌창 <배따라기>를 소개한다.

 

<배따라기>란 무슨 뜻일까? 배 떠나기, 배가 떠난다는 뜻이다.

배가 떠나간다는 표현은 곧, 이별을 뜻하는 말이고, 상대와 헤어짐을 뜻하는 말이다. 서도좌창으로 분류되는 <배따라기>는 산문체의 노랫말로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시작(始作) 구(句)“ 이내 춘색(春色)은 다 지나가고 황국(黃菊) 단풍이 다시 돌아오누나.”

(후렴구) “이에 ~지화자자 좋다. ”

 

제1절, “천생(天生)만민은 필수지업(必授之業 받은 직업)이 다 각기 달라, 우리는 구태여 선인(船人)이 되어 먹는 밥은 사자(使者-명령이나 부탁을 받고 심부름을 하는 사람)밥이요, 자는 잠은 칠성(七星)판이라지, 옛날 노인 하시던 말씀은 속언(俗言), 속담(俗談)으로 알아를 왔더니 금월(今月) 금일(今日) 당도하니, 우리도 백년이 다 진(塵)토록 내가 어이 하잘꼬.”

 

(후렴) “이에 ~지화자자 좋다. ”

이미 시작하는 대목에서도 나타나듯이 좌창 형식으로 부르는 서도의 <배따라기>는 어부들의 처지나 신세(身世)를 스스로 가련하게 여기면서 탄식하는 소리로 일관하고 있다. 원래 <배따라기>란 노래는 <배타라기(排打羅其)>라는 이름으로 음악 관장기관에서도 불려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장사훈이 쓴 《국악개요》나 벽파의 《한국가창대계》라는 관련 서적에는 정조 4년(1780) 건륭제의 70살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로 청나라에 다녀온 일을 적은 연암 박지원이 쓴 여행기,《한북행정록(漢北行程錄)》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악부(樂府)에 이른바 <배타라기(排打羅其)>란 곡이 있었는데, 방언으로는 선리(船離-배가 떠나 이별함을 뜻하는 말)라 부른다. 그런데 그 곡조가 처량하기 그지없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여행기를 쓴 박지원은 그 당시 공식적인 벼슬이 없는 평범한 선비였는데도, 참여하였다고 하는데, 그것은 집안의 형이 영조의 부마였던 덕분에 개인 수행원 자격으로 사절단에 합류했다고 전해진다.

바로, 여기에 나오고 있는 <배타라기>가 배 떠나기이고, <배따라기>는 <배 떠나기>의 와전(訛傳)으로 보고 있다.

 

《국악개요》에 소개되고 있는 내용은 더욱 구체적이다. 당시, 수로(水路)만리(萬里), 위험한 바다를 건너 중국 가는 사람들을 전송할 때는 《선유락-船遊樂》이란 춤을 추었는데, 그때 부르던 노래를 <어부사>라 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별(餞別)의 절차가 끝난 다음, 닻을 감아올리고 <배 떠나라>는 신호를 울리게 되면, 기녀(妓女)들은 다음과 같은 배따라기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정거혜(碇擧兮)여, 선리(船離)하니,

차시(此時)거혜(去兮)여 하시래(何時來)오.

만경창파(萬頃蒼波-거사회라”

 

위의 정거혜(碇擧兮)라는 말에서 정(碇)은 닻이란 뜻이다. 정을 거(擧)한다는 말은 바로 닻을 든다는 말이니, 곧 출발을 의미한다. 본디, 닻을 물속으로 내리면, 배가 정박하는 것이고, 닻을 들어 올리면 출발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애틋한 이별의 마음을 전하는 노랫말이 되겠다.

 

“닻 들자, 배 떠나니,

지금 가면 언제 오시나.

넓고 푸른 바다 물결 헤치고 가는 듯 돌아오시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