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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25. 가야금 음악의 품격을 지켜가는 우륵의 후예들

 
경북대 국악과의 정해임 교수가 이끌고 있는 고령의 ≪대가야 가야금연주단≫이 창단 10주년 기념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창단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축적된 연주단의 성장 모습을 보이고 평가와 함께 격려와 축하를 받는 기념 잔치를 열겠다는 것이다.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흘렀으니 연주단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로서 음악사에 남을 굵은 선 하나 그리고자 하는 의욕이 어찌 없겠는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이 지역 고령은 옛날 가야국이었다. <가야국> 하면 제일 먼저 <가야금>이 떠오르고 가야금을 만들었다는 <가실왕>이 나타나며 가야금을 잘 탔다는 악성 <우륵>선생이 연상된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우륵과 진흥왕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 있다. 가야국의 우륵이라는 악사가 가야금 한 틀을 가슴에 품고 신라에 들어가 매일같이 가야금을 타며 세월을 보낼 적에, 때마침 진흥왕이 이 음악을 듣고 계고, 법지, 만덕 등 3인에게 선생의 음악을 배우도록 하였다.

이들의 음악이 어느 정도 익어갈 무렵 진흥왕은  좌우에 늘어선 신하들과 함께 감상하고는 신라의 대악(大樂)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펼치자 신하들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반대의 이유는 “망한 나라의 음악을 신라의 음악으로 받아드릴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진흥왕이 신하들을 조용하게 설득한다. “임금이 정치를 돌보지 않고 주색에 빠져서 스스로 망한 것이지, 가야금이 있어서 가야가 망한 것이 아니질 않는가! 어찌 음악에 죄가 있다고 그대들은 말하는가!!

이로부터 1,500여 년 줄기차게 민족의 악기로 전승되고 있는 가야금도 우륵과 진흥왕의 만남이 없었다면 어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가야 가야금연주단>의 창단은 바로 우륵 선생의 예술세계를 본받아 국내외적으로 가야금음악을 널리 확산, 보급시키고자 함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동 연주단은 매우 바쁜 나날들을 청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보냈다. 정기, 비정기연주회를 비롯하여 국제 교류연주, 경주엑스포공연, 대구박물관 국악한마당, 청소년을 위한 연주, 찾아가는 음악회 등 국내외적으로 수준 높은 공연들을 통해 가야금 음악의 위상을 드높여 왔다.

특히 정기연주회 때마다 ‘대가야’를 주제로 하는 창작곡들을 위촉하고 연주하여 레퍼토리를 넓혀 온 것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기존의 악곡을 재탕하여 신선감을 잃어가는 타 연주단체와는 달리, 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도 알고 보면 동 연주단의 단장이나 단원 등 구성원들이 마음을 모아 가야금 음악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10주년을 맞이한 기념연주회에 소개되는 악곡들도 전곡이 초연곡들이다. ‘상가라도’ ‘대가야의 소망’, ‘가야와 영산’, ‘가야의 노래’, ‘가야금을 위한 화아류현’ ‘가야의 혼’ 등이 벌써 애호가들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본 연주단을 이끌고 있는 정해임 단장은 국립 국악중고교를 거쳐, 서울대 음대, 동 대학원에서 가야금을 전공한 정통파 국악인이다. 그런가 하면 주역을 국악과 접목하여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실기와 이론을 겸비한 중견 학자이다. 정해임 교수와 같은 실력을 갖추고 있는 지도자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동 연주단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은 국악계가 다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는 틈틈이 대구시와 경북 문화재위원으로, 주역학회와 아시아 금교류회, 한국전통음악학회의 이사로, 지역의 문화재 보존활동이나 학회의 일에도 앞장을 서고 있다. 또다시 시작되는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보며 더욱더 진하고 깊은 의미를 담는 가야금 음악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끝으로 전통음악에 관한 지대한 관심과 열성으로 본 음악회가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대구문화재단의 관계자 여러분과 정해임 단장을 비롯한 단원 여러분의 열의와 노력을 높이 치하하며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