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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시가현의 신라선신당을 훼손한 명치정부



“지금의 신라선신당(新羅善神堂)은 오오츠시청 서쪽에 있다. 일찍이 북원(北院)에는 신라선신당을 중심으로 많은 가람과 승방이 있었으나 명치유신 때 정부가 신라선신당과 페노로사묘(1853-1908, 미국인으로 일본의 미술을 서구에 소개함)가 있는 법명원(法明院)만 남기고 모두 헐어 버렸다. 전후 미군의 캠프로 쓰이다가 현재는 오오츠시청과 현립오오츠상업고교, 황자공원이 들어 서 있다.”

위는 삼정사(三井寺, 미이데라) 누리집에 있는 신라선신당의 이야기로 당시에는 무척 규모가 컸으나 지금은 본당 건물 하나만 달랑 남아있다. 삼정사는 일본 남부 시가현(滋賀縣) 오오츠 시에 있는 유서 깊은 절로 원래 이름은 원성사(園城寺)이다. ‘三井’이라 하니까 우물이 세 개나 있어 보이는데 실제 이렇게 절 이름이 바뀐 것은 우물과 관련이 있다.

삼정사 안에는 우물이 있는데 이 우물은 천지왕(天智天皇), 천무왕(天武天皇), 지통왕(持統天皇)이 태어났을 때 산탕(産湯, 갓 태어난 아기 목욕물)으로 쓰였다고 해서 붙인 것으로 이 절이 고대 황실과 밀접했음을 보여준다. 이 절을 세운 사람은 지증대사 원진으로 원진스님(円珍,814-891)은 도쿄대 이노우에(井上光貞) 교수가 쓴 《왕인의 후예씨족》에 따르면 백제 출신 왕인박사 후손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삼정 사 연기(緣起)>에 보면 '신라명신은 원진스님이 당나라 유학 때 현신한 불법(佛法) 수호신으로 귀국 후 삼정사를 짓고 신라명신을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험난한 뱃길에서 조난을 많이 당하던 시절 원진 스님은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신라명신이 보호해주었으며 당나라에서 가지고 온 불교경전을 모셔둘 절을 짓고 열심히 불법을 지키라는 계시를 받아서 삼정사를 지었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이상하겠지만 당시 일본에는 부처를 모시는 절과 신라신을 모시는 신사(神社)가 같은 경내에 사이좋게 존재했었고 삼정사 연기(緣起)에서와 같이 승려들을 신라신이나 토속신이 지켜주는 예가 많다.

시가현에는 왕인의 후손인 원진스님이 창건한 삼정사 말고도 한반도계인 양변(良辯) 스님이 창건한 상락사(常樂寺, 죠라쿠지), 최징(最澄) 스님이 지은 선수사(善水寺, 젠스이지), 고구려 혜자스님을 그리며 성덕태자가 지은 서교사(西敎寺, 사이교지)와 시가현 최고(最古)의 절 백제사 등 신라, 고구려, 백제와 관련된 절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러한 유서 깊은 절의 가람이 명치정부 때 얼마나 심한 훼손을 당했는지는 일일이 알 수가 없어 안타깝다.  이 시절 명치정부의 불교 훼손 내용 특히 한반도 관련 절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이윤옥(59y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