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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4. 한국음악은 동양에서 가장 독특하고 신비로운 음악

   

 
 
속풀이 <43>에서는 루 해리슨의 논평을 소개하면서 그가 한국에 와서 피리를 배울 때, 자신이 익숙한 서양의 5선보가 아닌 한국의 정간보를 고집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제 세 번째 감정가인 미국 미시건 대학의 윌리엄 맘(WillamMalm) 교수의 논평을 들어보기로 한다. 맘 교수는 일본음악 연구자로 매우 유명한 사람이다.

“나는 전에 일본음악을 들어 본 일이 있다. 그러나 한국 음악은 들을 때마다 나의 호기심을 끌며 일본이나 중국음악과는 달리 완전히 독창적이며 독특한 데에 놀랐다. 한국 문화는 중국과 일본의 두 문화와 병행하여 형성되었다고 생각해 왔는데, 직접 한국음악과 춤을 접했을 때, 그들의 것과는 전혀 다름을 발견하고 놀랐다. 일본이나 중국과 비슷한 구조로 된 악기들, 즉 피리, 대금, 장고 등이 있으나 소리는 전혀 다르다. 또한, 무용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감각적 요소가 풍부하여 매우 매혹적이었다. 한국의 음악과 춤은 우리 외국인을 더욱더 감동시킬 수 있는 매우 아름다운 우아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음계나 가락도 중국의 5음계나 일본의 음계와는 전혀 다르다. 한국음악은 동양에서 가장 알고 싶은 신비로운 음악이다.

위의 논평 속에 “한국문화는 중국과 일본의 두 문화와 병행하여 형성되었다고 생각해 왔다.”라는 문장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말이 좋아서 두 나라 문화와 병행하면서 형성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지, 실은 한국은 고려와 조선조를 거치면서 정치,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한국의 독자적인 특유의 문화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감정가들이 많은 것이다.

또한, 일본과의 관련은 근세의 한국이 일제의 강점하에 35년이나 식민지 생활을 한 나라인데, 자의든 타의든 일본음악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을 전제하며 한국 고유의 독자적인 음악이나 악기를 보존할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수없이 많다. 그러므로 한국의 음악은 독자성을 잃고 필요할 때에는 중국음악, 또는 일본음악을 쓰는 정도로 알고 있는 음악인들도 하나 둘이 아닌 것이다.

맘 교수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지정학적으로 중국 대륙에 붙어 있고, 그 아래에는 경제대국 일본이 이웃하고 있으니 누구나 중국이나 일본의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생각은 쉽게 한다. 그렇게 보는 외국인들의 시각만을 탓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맘 교수의 논평은 매우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였다. 타인으로부터 얻은 지식, 혹은 전적을 그대로 믿지 않고, 나름대로 확인한 후에 한국의 음악과 춤이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해 준 사실이 정말 다행한 일이며 동양에서 가장 알고 싶은 신비로운 음악이라는 점을 강조해 주는 점이 고마운 것이다.

1980년대 초,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미국의 대학을 순회하며 강의와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마침 중부의 미시건대학을 방문했을 때, 맘 교수는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음악미를 지닌 나라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그가 우리에게 전해 준 말 한마디 “우리 대학에도 한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여러 명 있지만 그들이 한국의 전통음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 커리큘럼이나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끝말을 잇지 못하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여기서 잠시 위의 논평 속에 나오는 피리와 대금이라는 악기를 잠시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한다. 피리는 전체길이 25~26㎝ 정도의 대나무 관(管)에 8개의 지공, 즉 손가락으로 막고 여는 구멍을 내서 음의 고저를 분별한다. 서양악기의 오보에나 바순처럼 겹서(Double reed)를 관에 꽂아서 소리를 내는 작은 관악기이지만, 음량은 매우 크다. 수제천, 영산회상, 종묘제례악, 여민락 등 한국의 전통 합주음악에서는 주된 선율을 담당하는 핵심적인 악기이다.

≪수서(隋書)≫에 따르면 피리는 일명 “가관”이라 하며 구자국(龜玆國)의 악기라고 한 점에서 서역(西域)에서 생긴 악기로 보이고 있으나, 고구려에 들어온 이후로는 우리 음률에 맞도록 향악기화 되어 지금까지 전해 온다.

이것을 우리는 향피리라고 부른다. 당피리도 있다. 당피리는 고려시대에 당(唐)나라에서 들어온 피리를 말함인데, 이는 향피리보다 약간 굵은 편이어서 씩씩한 소리를 낸다. 주로 편종이나 편경과 함께 편성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악기들의 합주음악이나 또는 가곡, 가사, 시조창의 반주악기로 쓰이는 가늘고 작은 피리가 있다. 이것은 세피리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피리에는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 등의 3종류가 있다. 어느 피리든 간에 모두 소리를 내는 서(Reed)와 가락을 만드는 죽관으로 되어 있는데, 연주시에는 서를 죽관에 꽂아서 소리를 내지만 보관시에는 서와 죽관을 분리하여 각각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