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선비들이 아끼고 썼던 문방도구로는 붓, 벼루, 먹과 함께 연적, 필가(筆架, 붓걸이), 벼루, 필세(筆洗, 붓을 빨 때 쓰는 그릇) 같은 것들이 있지만 남아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연적(硯滴)은 벼루에 먹을 갈 때 쓸 물을 담아두는 그릇입니다. 연적은 물이 들어가는 부위와 물이 나오는 구멍이 따로 있으며, 고려 때는 주로 청자로 만들었지만 조선시대에 오면 백자로 만들었지요.
연적은 여러 가지 모양새가 있는데 12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청자 여자아이모양 연적”도 있습니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두 손에 정병을 들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안정된 삼각형 구도 속에 적당한 생략을 통해 어린아이의 넘치는 생동감을 잘 표현하고 있지요. 복스러운 둥근 얼굴에 적당히 살이 올라 부드럽다고 느껴지는 곡선은 아름답습니다.
얼굴의 눈, 코, 입 등은 섬세하게 표현했으며, 눈동자에는 흑갈색 물감으로 점을 찍어 생동감을 불어넣었지요. 입고 있는 옷에는 당초무늬와 꽃·구름무늬가 세밀하게 음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연적은 아쉽게도 일본 오사카 시립동양도자기미술관에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16일부터 12월 1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천하제일 비색청자전”에서 볼 수 있었지요. “청자 여자아이모양 연적”이 일본이 아니라 귀향하여 우리가 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