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노정용기자] 송화(松花) 박현옥은 요즘 소나무와 꽃을 그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작가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소나무와 꽃에 삶의 의미를 담음으로써 작품을 통해 인생의 향기를 전한다.
▲ 꽃바구니
15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장은선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현옥 초대전'은 소재면에서는 예전과 다를 바 없지만 작품 완성도면에서는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가는 "나는 사물들이 시드는 게 너무 아쉬웠다. 이들이 가졌던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었다. 여름 산을 볼 때도 그렇다. 시들 수밖에 없는 그 잎사귀들의 절망을 느낀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 꽃(늦은 오후)
그 때문일까. 꽃이 시들어가는 장면이 오히려 가장 생명력이 왕성한 시기임을 알고 있는 박현옥은 작품 속에서 훨씬 더 화려하게 피어난다. 꽃 그 자체로 완성된 작품이 되기도 하고, 화병에 꽂인 꽃이 동등하게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박용숙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나무는 굴곡이나 곡선미보다는 수직미가 더 돋보인다. 이는 이념이기보다는 조형미의 반영"이라며 "'꽃시리즈'나 '꽃바구니'나 '화병시리즈'에서도 이 같은 점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작가의 관심이 꽃에만 집중되는 게 아니라 꽃을 그릴 때와 마찬가지로 꽃바구니의 생김새나 그 질감에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 꽃(아침)
꽃은 가장 화려하게 피었을 때 이미 낙화라는 숙명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은 태어나 전성기를 보내고 노후를 맞는 인생과 닮았다. 하지만 작가는 삶의 경륜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조에 의해 시들어가는 꽃들의 절망에서 희망과 환희를 발견하고 작품 속에 인생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작가는 뒤늦게 미술세계에 접어든 후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작업에 매진해왔다. 특히 마티에르 공법으로 사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그의 붓질은 마치 표현주의나 야수파의 그림과 맥을 닿으며 강렬한 인상을 준다. 02)730-3533
▲ 숲의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