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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초등학교 학생이 “여불비상서”를???

문용린 교육감의 초등학교 한자교육 강화 추진을 비판한다

[그린경제=김영조 편집국장]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627일 실국과장 회의에서 "초등학교부터 한자교육을 확대해 서울시교육청 특색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자교육 확대를 위해 현재 한자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창의적체험활동(창체) 시간에서 한자교육 시간을 확대하는 방안과, 퇴직 교사 등의 재능기부를 받아 방과후수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다. 이에 한글단체와 학부모단체는 강한 반대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 서울시교육청 문용린 교육감이 초등학생들에게 한자교육 추진한다는 기사
      

여기서 한자 교육 요구를 보면 한자말은 한자를 써야만 그 뜻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문제점이 드러난다.  

그 첫째는 한자를 잘 아는 기득권자들의 횡포이다. 이는 결국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다. 말글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다. 그래서 상대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영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영어를 쓴다면 그게 어디 소통인가? 예를 들어보자. 

채무를 변제하시오.”라고 하면서 이를 債務辨濟하시오.” 이렇게 써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그 의미를 명확히 한다는 뜻에 앞서 만일 한자 또는 한자말을 잘 모르는 사람에겐 기를 죽이는 횡포일 뿐이다. 그렇게 쓰기보다는 우리말로 빚을 갚으시오.” 하면 오히려 그 뜻이 더욱 명확하고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큰 뜻임을 그들은 모르고 있는가?  

둘째는 잘난 체이다. 정월대보름 무렵이 되면 마을마다 펼침막이 걸리고 사람들이 모여 신나게 놀며 하나가 된다. 이때 가장 흔히 하는 것이 윷놀이이다. 그런데 일부 마을에서는 윷놀이 잔치가 아닌 척사대회라고 쓴다. 이때는 한자가 아닌 한글로 쓰는데 척사라는 말을 안다고 자랑하는 모양이나 실제 이런 사람일수록 한자 擲柶를 쓸 줄 모르는 사람이 태반임을 어찌하랴?

쨌거나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기득권 잔치도 잘난 체도 모두 민주 사회에서는 몰아내야할 잘못된 태도 일 것이다 

   
▲ 60년대 신문, 토씨만 빼고는 모두 한자로 되었다. 광고도 역시 한자투성이다.

1960년대 신문을 보면 한글한자 혼용이지만 실제 토씨를 빼고는 거의가 한자를 썼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신문이건 한글이 전부거나 약간의 한자가 석여 있을 뿐이지만 이 때문에 지금 신문은 그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생긴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60년대보다 훨씬 빨리 그 의미 전달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초등학교 아이들이 그렇잖아도 학습 부담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데 이에 한자 공부까지 더 한다면 그게 어디 아이들을 위한 교육정책인가? 또 초등학교 한자 학습 강화가 한글단체의 주장처럼 천문학적 숫자의 한자 사교육시장 때문이라면 이는 서울 교육 수장의 비도덕적인 문제일 수도 있음이다. 

한자는 오랫동안 우리 겨레가 써왔으며. 그로써 문화가 상당부분 발달해온 측면이 사실이기 때문에 없애서도 안 되고 없앨 수도 없는 글자이다. 한자교육 강화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분명히 한자를 없애자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 혹시 한자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이들이 반대자들의 뜻을 왜곡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분명히 하건데 문학이나 역사를 다루는 이들은 더욱 깊숙한 한자 연구를 해야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쓸데없이 한자를 쓰지 말자는 뜻이다.         

   
▲ 초등학생 아이에게 "氣體候一向萬康, 餘不備上書"라고 편지 쓰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문용린 교육감이여, 초등학생들이 편지를 쓰면서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 여불비상서(餘不備上書)”라고 쓰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제발 한자 교육강화 타령은 이제 거둬주길 바란다. “날씨가 더워지는데 건강은 어떠하신지요?, 이만 줄이옵니다.”라고 쓰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