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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요리는 눈으로 먹는다

[맛 있는 일본이야기 204]

[그린경제=이윤옥 기자]  오늘날 일본에 고기식당으로 널리 알려진 야끼니꾸집(燒肉, 불고기집)의 등장을 일본 위키에서는 1960년대 전후로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기를 구워먹고(고기구이), 삶아먹고(편육), 쪄먹고(갈비찜), 부쳐 먹고 (고기전), 제사상에 올리는(고기산적) 한국과 같은 요리법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94)에는 육식 금지령의 영향으로 피차별족이나 아이누족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포유동물인 고기를 먹는 습관은 없었다. 그러나 멧돼지를 약으로 먹거나 산간지방에 사는 일부 사람들이 수렵으로 잡은 동물을 종종 먹는 일은 있었다. 또한 에도시대까지는 토끼 고기를 흔히 먹었는데 에도시대(江戶時代, 1603-1868) 후기에는 모몬지야(ももんじ屋, 일종의 푸줏간)가 생겨 에도(오늘날 동경)와 같은 대도시에서 고기를 먹게 되었으며 전국적으로 먹게 된 것은 명치시대(明治時代, 1868-1912) 이후이다.”

이는 일본 위키사전에 나온 일본인들의 ‘육류섭취 역사’의 일부이다. 명치 때부터 일반인들이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고 치면 약 145년 정도가 육류섭취의 역사이다. 그래서 그런지  식구들끼리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든가, 중요한 날에 빠지지 않는 갈비찜, 제사상에 오르는 고기전이나 산적 같은 음식은 일본식탁에서 보기 어렵다.

그 대신 채소요리와 해산물 등에 쏟는 정성은 각별한 것 같다. 생선의 경우에 대충대충 썰어서 요리를 하는 법은 없다. 사시미(회)의 경우만 해도 칼집을 어떻게 넣는 것이 좋은지를 가리며 채소의 경우도 칼로 썬 결을 따질 정도로 까다롭다. 고급요리 일수록 이 까다로움은 극에 달한다. 그렇게 만든 요리는 대충 담아내어 놓는 법이 없다. 오죽하면 니혼료리와 메데 타베루(日本料理は目で食べる, 일본 요리는 눈으로 먹는다)라는 속담이 다 있을까?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요리를 눈으로 먹는다? 그러나 차츰 일본요리와 접하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누가 만들어 낸 말인지 정말 일본요리를 잘 표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동이나 라멘(일본 라면) 같은 흔한 음식을 제외한 이른바 정성들여 잘 차린 일본 음식을 보면 “눈으로 먹는다.”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알록달록한 앙증맞은 그릇에 담아내온 모양새도 그렇거니와 계절에 따라 단풍잎이나 죽순잎 하다못해 솔잎새 까지도 모두 요리상을 장식하는 빠져서는 안 될 재료로 쓰고 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푸짐함’을 상차림의 기본으로 여기는 한국음식에 견주어 “예쁜 모양”이 우선되는 일본음식 상 앞에서 외국인들은 먹기 전에 먼저 카메라부터 들이댄다.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묵은 교토의 여관(료칸)에서 차려온 일본밥상을 보고 차마 예뻐서 (?) 젓가락질을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본과 한국의 밥상 차이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푸짐함으로 따진다면 일본요리는 한국요리에 견줄바가 아니지만 어쨌든 니혼료리와 메데 타베루(일본요리는 눈으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