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문화신문 = 윤지영 기자] 제 68주년 광복절을 맞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뜻깊은 전시회가 열렸다.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시화전이 그것이다. 이번 시화전은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이윤옥 시인이 그들의 활동무대였던 중국의 상해, 남경, 항주, 유주, 중경 등지를 찾아가 삶의 현장을 돌아보며 지은 헌시와 그 내용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이무성 화백의 그림 30여점을 전시하게 된 것이다.
▲ 서대문형무소에서 있었던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 개막식에서 개막테이프를 끊는 인사들 |
특히 일제강점기 아픔의 역사를 품고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이들 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작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는 평가이다.
이번 시화전을 주최한 한국문화사랑협회 김영조 회장은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현 정국이 우려된다. 이러한 때 일수록 일제강점기에 여성들의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로 온 몸을 던진 구국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개막인사를 했다. 마침 개막식이 열리는 이 자리에 일본 순사로 분장을 한 사람들이 총을 메고 나타나자 "일본은 다시 군국주의로 되돌아가 총칼찬 순사들을 앞세우려한다. 이들을 몰아내자"라는 말을 하여 개막식장에 참석한 100여명의 참석자들로부터 손뼉과 함께 큰 환호성을 받았다.
▲ 시화전 개막식에서 개막인사를 하는 한국문화사랑협회 김영조 회장 |
▲ 개막식에서 "북간도아리랑"을 부르는 남은혜 명창 |
이어서 서대문구청장 (문석진)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나라가 국난에 처했을 때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헌신적인 나라사랑 정신을 결코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점점 역사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이때에 여성의 몸으로 살신성인의 실천적 삶을 살다간 분들을 기억하는 우리 민족이 되어야한다"고 축사를 했다.
이번 시화전의 그림을 그린 이무성화백은 초대인사에서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전 재산을 털어 빼앗긴 조국을 찾는데 아낌없이 썼다. 그런데 요즈음 보면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권력을 남용하여 수십, 수백억의 재산을 모아 자신의 치부에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이번 시화전을 통해 당시 투철한 애국정신으로 모범적 삶을 살다간 분들의 정신을 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서 이번 시화전에 시를 쓴 이윤옥 시인의 시 낭송이 있었다. “경성감옥 담장이 서로 손잡고 올라가는 여름 / 요즘 아이들 밀랍인형 고문실에 멈춰서 재잘대지만 / 차디찬 시멘트 날바닥 거쳐 간 독립투사 그 얼마더냐 (중략) / 잡혀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만 죽어라 / 동지를 팔아먹지 마라 결코 팔아먹지 마라/ 혼절 속에 들려오던 아버님 말씀 새기던 나날 / 광야의 육사도 그렇게 외롭게 죽어 갔으리/ 뼈 삭는 아픔 /숯 검댕이 영혼 부여잡으면서도 / 그러나 결코 비굴치 않았으리라/먼데 불빛처럼 들려오는 첫 닭 우는 소리를 / 어찌 육사 혼자 들었으랴.“라는 이병희 (2012년 8월 2일 작고) 애국지사에 드리는 헌시낭송이 있자 장내는 숙연해졌다.
▲ 개막식에서 |
▲ 시회가 전시된 공작사에서 이윤옥 시인의 조마리아 여사 헌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부르는 듀오아임 |
헌시 낭송에 이어 남은혜 명창의 “북간도 아리랑” 공연이 있었다. 구슬프면서도 가슴 저 밑바닥에서 치밀어 오르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노래를 들으며 참석자들은 혹한의 땅 북간도에서 조국의 광복을 위해 뛰던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 남은혜 명창의 공연에 이어 시화전 테이프 컷팅이 있었고 이내 참석자들은 시화전이 열리는 ‘공작사’ 전시관으로 이동하여 팝페라 부부가수 ‘듀오아임’의 공연을 보았다. 이윤옥 시인이 쓴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의 노랫말에 ‘듀오아임’의 주세페김이 직접 곡을 쓴 “아들아 옥중의 아들아”가 공작사 안에 울려퍼지자 참석자들 가운데는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
‘듀오아임’의 공연이 끝자나 이윤옥 시인의 여성독립운동가 한 분 한 분의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시화 설명에 앞서 ‘공작사’ 전시관 안에서는 시화전은 감옥이라는 특수한 공간인 복도를 이용하여 전시 된 만큼 전시장이 좁고 협소했지만 시내의 화려한 조명 아래 걸린 그림보다는 휠씬 큰 의미가 크다고 관람객들은 입을 모았다. 이곳을 찾은 전서희 씨(42살,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개막식에 참가하게 되었다면서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화전을 둘러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많은 분들이 와서 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 개막식이 끝난 뒤 방명록에 덕담을 적는 참석자(왼쪽)와 시화 도록에 서명을 하는 이윤옥 시인 |
▲ 개막식에 깜짝 나타난 일제 순사들 앞에서 만세를 부르는 여학생들 |
뜨거운 햇볕 속에서도 개막식에 함께 한 시민과 학생 등 100여명은 미동도 없이 행사를 지켜보았다., 열악한 환경에서의 개막식이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나라사랑 정신을 실천한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뜻 깊은 행사였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전시회는 9월 1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이날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는 중앙사 입구, 12옥사 앞, 10옥사 잔디마당, 사형장 앞, 여옥사 잔디마당에서 앙상블성악 전통타악 택견 가야금병창 해금연주 살풀이춤 등 광복의 의미를 뜻 깊게 하는 공연들이 잇달아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