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이윤옥 기자]  닛뽕마루, 후지마루와 같이 일본의 배이름에 마루(丸)라는 말이 많이 붙어 있다. 이러한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종종 나에게 “일본 배이름에 왜 마루가 붙는 지 말해 달라.”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쉽지가 않다. 정확히 누가 언제 무슨 까닭으로 일본 배이름에 마루를 붙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마루가 붙는 까닭에 대한 여러 설이 있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애칭설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애용하는 물건이나 어린아이 이름에 마루(丸)가 붙는 것을 가리킨다. 본텐마루(梵天丸, 초등학생용 로봇이름), 히요시마루(日吉丸, 풍신수길 아명) 같은 것을 들 수 있으며 오니마루(鬼丸)처럼 칼(刀)이나 악기, 분재 같은 일상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물건에 마루(丸)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작은 배를 만들어 여기에도  마루를 붙이다가 점차 대형 선박에도 붙이게 되었다.

▲ 일본 배 이름에는 저렇게 "마루(丸)"라고 붙인다.

둘째 성곽에 붙는 마루를 배이름에도 붙이게 되었다는 설이다. 일본의 성곽(城郭) 이름을 보면 혼마루(本丸), 이치노마루(一の丸)와 같이 마루가 붙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배이름에 마루가 붙는 것은 가마쿠라시대(鎌倉時代 1185-1333) 이전부터의 일로 이 기원설은 설득력이 약하다고들 한다. 다만 에도시대(江戶時代, 1603-1868)까지 마루(丸)가 붙은 배는 관선(官船)이 많았던 까닭으로 이것으로 배에 마루가 붙기 시작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셋째 조선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데 조선어에 관청을 뜻하는 <마로>가 와전되어 마루(丸)가 됐다는 설이다. 무로마치시대 (室町時代, 1336-1573) 에 조선이나 중국에 파견된 사절단을 태운 배가 많았고 이들 배에는 마루가 붙었기에 마루의 유래를 조선어에서 구하고 있는 설이다.

넷째는 옥호(屋)를 나타내는 ~옥(屋)에 마루를 붙였는데 이것이 훗날 배이름이 되었다는 설이다. 이러한 근거는 에도시대에 쓰인 《소율실기(小栗記)》라는 책에서 근거를 삼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 배이름에 마루(丸)가 붙는 유래에 관해서 4가지 설을 소개했으나 그 어느 것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에는 정기여객선이나 외항선의 경우는 마루라는 이름을 잘 안 붙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화물선의 경우에는 여전히 홋카이도마루＜일본 최고속  화물페리>와 같이 마루라는 말을 붙이는 배가 많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근세에 이르러 명치기(明治期)에 제정된 선박법취급수속(船舶法取扱手)에 정하길 “선박의 이름에는 가급적 그 말미에 마루라는 글자를 붙여야한다”라는 항목이다. 이로써 명치 이후에 선박이름에 마루가 붙는 것은 이것을 근거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오늘날 일본의 배이름에서는 마루를 쓰지 않는 경향이 뚜렷해지는데 앞으로 일본 배에서 마루(丸) 이라는 말을 보지 못할 날도 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