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반재원 소장] 우리는 죽음을 생명의 끝으로 보지 않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셨다.’라고 한다. 또 세상이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버렸다는 능동적인 자유 의지의 뜻이 내포되어 있는 ‘세상 버리셨다’라는 표현을 한다. ‘돌아가셨다’라는 의미도 태극의 두 기운으로 왔다가 우주 본연의 정신인 무극 곧 ‘도(道)로 갔다’라는 뜻이다. 즉 처음 나왔던 공심(空心), 우주심(宇宙心)인 ‘도(道)로 가셨다’가 ‘돌아 가셨다’로 변한 것이다. ‘도로 갔다 오너라’ ‘도로 가거라’ ‘돌아 가거라’라는 말도 ‘도(道)로 가거라’라는 뜻이다. ‘돌아가는 길’도 ‘도(道)로 가는 길(道)’이다.
또 마음은 물질도 아닌데 ‘마음을 먹는다’라고 표현하며 죽은 후에도 볼 수 있음을 나타낸 ‘죽어 본다’ 라든지 죽어버리면 사라질 텐데도 ‘죽어서도 다시 난다’라는 뜻의 ‘죽고 나면’이라고 표현한다든지 혼이 나가면 볼 수 없을 텐데도 ‘혼나 본다’라거나 ‘먹어 본다’ ‘만져 본다’ ‘입어 본다’ 등, 죽어서도 살아있을 때와 똑같이 볼 수 있는 사후의 세계관을 표현한 것으로 외국어에는 이러한 도어들을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다.
‘죽고 나면’이라는 말도 죽어서도 다시 난다는 사후의 세계관을 암시하고 있다. 하나님이라는 낱말도 애당초부터 ‘한얼님’ ‘한알님’이라는 우리민족의 정통 도어이다. 땅이름 학회 초대회장을 지낸 정재도 선생의 이론에 의하면 우리말에는 ㄹ로 끝나는 단어가 많다고 한다. 중국이나 일본에는 ㄹ발음이 없으나 우리말은 아예 ㄹ투성이 라고 하였다.
예를 들면, 얼굴(얼의 거울, 얼거울), 얼골(얼의 꼴), 눈알(눈시울 안에 있는 것), 눈망울(눈알 앞 가운데 도톰한 부분), 콧방울, 눈시울(눈꺼풀의 가장자리), 눈방울(정기와 총기가 있어 반짝 반짝 빛나는 눈), 미주알(똥구멍), 고주알(불알), 알(卵, 훈몽자회 -갓난아기. 얼나, 알나-‘아기’의 경상도 사투리), 울(우주, 울타리), 얼씨(정자), 알씨(난자) 등을 들 수 있다.
또 우리 민족은 난생설화 즉 알 설화로 이루어진 민족이다. 난생설화의 ‘알’의 의미는 난자인 ‘알씨’를 말한 것으로 큰 알에서 태어났다는 말은 한알의 이치를 깨친 의식이 높은 여자에게서 태어났다는 말이다. 고귀한 버들(유화부인)의 알(난자)에서 고구려의 주몽이 태어났다는 뜻이다. 경주의 나정 우물가에서 태어난 신라의 박혁거세가 알에서 나왔다고 한 표현도 46세 단군의 조카 해모수 동생인 해부루의 딸 파소성모 곧 고귀한 여자의 알(난자)에서 태어났으므로 그 자식도 당연히 위대한 사람임을 강조한 것이다.
경상도 말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을 ‘한개도 모른다’라고 하는데 그 ‘한개’라는 표현도 ‘세상이치가 모두 한개(하나)라는 것을 모른다.’라는 뜻이다. 틀렸다의 경상도 사투리인 ‘틀맀다’라는 말도 자기만의 틀이 있다는 말이다. ‘틀이 있다’가 ‘틀있다’ '틀맀다' ‘틀렸다’가 되어 틀이 있으면 틀린 것이 되는 것이다. 곧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준으로 판단하고 보는 것은 고정관념의 틀이 있어서 틀렸다는 말이다. ‘잘 된다’라는 말도 ‘자리에 든다’ ‘제 자리 즉 본성 자리에 든다’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못나다’라는 말은 성격이 ‘모가 나다’에서 ‘못나다’가 된 것이다. 따라서 본성자리에 아직 나지 않아 성격이 모가 나 있다는 말이다. ‘모질다’ ‘모진 사람’이라는 말도 ‘모가지다’ ‘모가진 사람’에서 온 말로 둥글둥글하지 못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얼떨떨하다’는 ‘얼이 덜든 상태’를 말하며 ‘얼떨결’도 ‘얼이 드는 길에’ ‘얼이 드는 참에’라는 말이며 ‘얼간이’는 ‘얼이 나간이’라는 말로써 모두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또 ‘마음으로 어떤 소망을 빈다’라는 말의 ‘빈다’라는 단어도 마음을‘비운다’라는 뜻으로 자신을 비워 천인지(천인지) 합일이 된다는 뜻이다. ‘마음을 다스리다’에서 ‘다스린다’라는 말은 ‘다 사뢴다’라는 말로써 ‘마음에 지닌 것을 다 고백하고 참회하여 마음을 다 털어버리고 텅 비운다.’라는 뜻이다. ‘차렷’이라는 구령도 ‘정신 차려’라는 말이다.
또 우리 겨레는 참새, 참나무, 참꽃, 참나리, 참죽나무, 참말 등 ‘참’이라는 낱말을 참 많이 쓴다. ‘가죽 나무’는 가짜 죽나무이다. 가짜 나리는 ‘가나리’인데 ‘개나리’가 되었으며 개꿈도 개가 꾸는 꿈이 아니라 가짜 꿈이 가꿈, 개꿈으로 바뀐 것이다. ‘불순물’을 뜻하는 ‘갱물’ 또는 ‘객물’도 ‘개물’ ‘가물’이 바뀐 말이다. 마찬가지로 ‘개자식’도 참 자식이 아닌 가짜 자식인 ‘가 자식’이 ‘개자식’으로, ‘개새끼’도 가짜 새끼인 ’가 새끼‘가 ’개새끼‘로, ’개졷‘도 ‘가졷’ ‘가 조상’ ‘가짜조상’이라는 뜻이지 강아지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곧 ‘졷도 모른’다라는 말도 ‘조(祖) 곧 조상도 모른다..’라는 뜻이다. ‘졷도 모르면서 까분다’라는 말은 ‘자기의 뿌리이 조상도 모르면서 까분다’라는 말이다.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체 한다’라는 말도 ‘지뿔’ ‘지뿌리’ ‘제 뿌리도 모르면서 아는 체 한다’라는 말이지 쥐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또 무엇에 중독되었다는 말을 ‘인이 박혔다’라고 하는데 ‘인’은 바로 한인(桓因),의 ‘인(因)’이다. ‘인(因)’은 ‘뿌리’를 의미한다. ‘인이 박혔다’라는 말은 ‘뿌리가 박혔다’라는 뜻이다. 이러한 도어(道語)가 우리만큼 일상용어에 무르녹아있는 민족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