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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가위 오봉 풍습

맛 있는 일본이야기 210

[그린경제=이윤옥 기자]  한국은 오늘부터 한가위 연휴에 들어간다. 올해는 한가위가 목요일에 들어있는 관계로 앞뒤로 해서 5일의 연휴이다 보니 고향길 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울 듯싶다. 설과 한가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인에게 있어 크나큰 명절이다.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의 한가위 풍습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도 우리의 한가위에 해당하는 오봉(お盆, 우리의 추석)이라는 날이 있긴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오봉을 양력으로 지낸다는 것이다. 일본은 명치정부(1868년)이후 음력을 버리고 양력을 채택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한가위도 양력으로 지낸다. 둥그런 보름달과 무관한 한여름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양력 8월 15일이 이름하여 오봉(お盆)인 것이다.  

   
▲ 마을 사람들이 모여 봉오도리를 춘다.

원래 오봉은 일본력(和暦)으로 음력 7월 15일에 조상신을 모시는 행사였다. 더러는 이를 불교행사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실제로는 고신도(古神道)에서 행하던 조상공양 의식이 불교의 우란분(盂蘭盆)과 더해져서 오늘날의 오봉(お盆)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8세기 무렵부터 조상공양의 풍습이 확립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오봉을 지내는 풍습은 지방마다 약간씩 다르다. 특히 불교의 우란분 행사와 섞이면서 불교 종파에 따라서 오봉의 풍습도 달리한다. 오봉이라는 말도 일본의 고전 《카게로닛키, 蜻蛉日記, 954년》에 보면 오보니(御ぼに) 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오래된 풍습임을 알 수 있다.  

오봉 풍습은 보통 13일 저녁에 무카에비(迎え火)라고 해서 조상신을 맞이하는 불을 지핀다. 그리고 이틀 쯤 지난 뒤인16일 저녁에 다시 조상신을 보내드리는 오쿠리비(送り火)불을 지펴 조상신이 원래 계신 곳으로 무사히 돌아가도록 빈다. 그러나 오늘날은 이러한 풍습도 점차 사라지고 단지 샐러리맨들에게 있어서 오봉은 연휴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크다.  

   
▲ 에도시대의 조상신 모시기 "불지피기" 그림(1867년)

물론 이날 고향을 찾아 조상무덤에 성묘하고 가족들끼리 오순도순 만나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8월 15일 전후에는 역이나 공항, 고속도로는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로 대혼잡을 빚기도 한다. 한가윗날 아침에 우리처럼 차례를 지내는 일은 없지만 대신 봉오도리(盆踊り)라고 해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유카타를 입고 한가윗날 춤을 추기도 한다.  

봉오도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노래나 춤은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 현재 각지에 남아있는 전통적인 봉오도리는 100여 종류 이상이 있다. 원래 봉오도리는 죽은 이의 넋을 공양하는 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현재는 마츠리(축제)의 반주 음악이나 노래에 맞추어 화려한 의상으로 춤을 추는 등 오락 요소가 짙어져 관광 이벤트가 되기도 한다. 

일본의 한가위는 양력이다 보니 추수감사의 의미도 갖지 어렵고 둥그런 보름달의 정서도 없다. 다만 조상의 무덤에 성묘하고 가족끼리 단란한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는 우리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