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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명인명창을 찾아서

차세대 명인명창을 찾아서⑥ 정가 김재락

정가는 현대에 가장 소중한 음악일 것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 정가(가곡)를 선택하고 배우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정가(正歌)란 <3가지 노래 곧, 가곡, 가사, 시조의 바른 노래>를 일러 부르는 이름입니다. 저의 어머니께서는 대전시무형문화재 제14호 가곡 예능보유자이십니다. 어릴 적부터 언론으로부터 천재시조인의 칭호를 받으셨던 어머니의 아들로써 자연스럽게 우리음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갓난쟁이 때부터 정가를 들으며 자랐지요.
 

   
▲ 김재락 독창회 때 무형문화재 가곡 예능보유자 김경배 선생님과

14살 때 처음 가곡 편락을 사람들 앞에서 힘차게 불러서 주이 사람들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어릴 적엔 재미도 없고 이해가 안 되는 노래였지만 차차 이 노래가 우리의 소중한 천년의 음악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교시절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을 때 부모님께서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이신 김경배교수님이 계시는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국악학과를 소개해주셨고 이곳에 진학하면서 가곡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 다른 장르 예를 들면 민요라든지, 판소리나 기악에 견주면 인기가 덜한 것이 정가인데 정가를 선택한 데 대한 후회는 없는가요?

“한때는 인기종목인 민속악을 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기도 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정가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중음악 쪽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그러나 정가에서 느끼는 음악적인 감동은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정가는 우리 선조들의 올곧음과 깨끗한 선비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바른 노래로 음악자체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수양하는 수신 음악이기에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가를 선택한 것은 후회보다는 긍지를 갖습니다.“

   
▲ 가곡을 부르는 김재락 차세대 명창

- 정가는 지나치게 느린 음악이어서 현대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정가를 하는데 어려움은 무엇이며, 정가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요? 

“대중성이 부족한 것이 정가의 가장 큰 어려움일 것입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슬로푸드’니 ‘슬로시티’니 해서 ’느림의 미학‘을 중시해가는 추세라 오히려 느린 음악 정가가 재평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느린 음악이 가장 지적(知的)인 음악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빠른 음악은 오래 남을 수도 없고, 그 깊이가 깊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현대는 빠름에 지쳐 세상이 삭막해졌기에 느린 음악으로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정가는 마치 수묵화와도 같습니다. 한 가지 색으로도 천만가지색 보다도 더 깊이를 가질 수 있는 고요한 아침의 음악이기 때문에 자꾸 들려주면 누구나 그 깊은 맛에 매료되게 되어 있지요. 그래서 정가는 현대에 가장 소중한 음악일 것입니다.” 

- 김재락에게 정가란? 그리고 꿈은?  

“정가는 과거이자 현재 또한 미래에 제가 지켜가야 할 ‘소중한 우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가곡, 가사, 시조와 더불어 전승되어온 시창과 종묘제례악의 악장까지 모든 정악 성악의 개인음반을 내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제가 아직 미혼인데요. 인생의 반려자도 정가를 사랑해줄 수 있는 분을 만났으면 합니다.” 

대전광역시무형문화재 제14호 가곡 준보유자인 김재락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이 시대에 이렇게 정가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가진 젊은이가 있음에 대한민국 정가의 앞날이 매우 밝다는 느낌이 들었다. 빠름이 세상을 지배해가는 이때 김재락 씨는 그 빠름을 다시 느림의 미학으로 변환해서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꿔가고 있음이다.